[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최근 실시간 검색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실시간 검색어 폐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실시간 검색어는 국민 의사 표현의 문제”라면서 “실시간 검색어 폐지 대신 부작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8월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포털 검색어 순위 전쟁이 벌어졌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조국 임명 찬성파의 ‘조국 힘내세요’, 임명 반대파의 ‘조국 사퇴하세요’가 동시에 올라왔다. 이를 두고 한국당은 “실시간 검색어 조작”이라며 네이버 본사를 방문했다. 민주당은 “실시간 검색어 운동은 여론 조작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9월 10일 오전 9시 25분 네이버(왼쪽)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화면 갈무리

실시간 검색어의 상업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1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오후 3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1위를 차지한 19개 단어 중 15개가 상품 홍보 관련 키워드였다. 분석 대상이 된 전체 380개 키워드 중 25.3%가 기업광고였다. 18일 리얼미터의 실시간 검색어 존치 여부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7.4%는 “광고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 많으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실시간 검색어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8.6%였다.

KISO는 25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올리기 어떻게 볼 것인가?> 포럼을 열었다. KISO는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이 설립한 자율정책기구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실시간 검색어의 부작용은 인정하지만, 실시간 검색어 완전 폐지는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실시간 검색어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할 필요성은 있다.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다만 실시간 검색어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작을 해야 한다. 폐지론으로 쉽게 접근하기보다는 어떻게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논의는 국민 의사 표현에 관한 문제”라면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인데, 너무 쉽게 ‘실시간 검색어를 규제하라’는 말이 나오니 이상하다. 사업자 관점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사진=리얼미터)

윤성옥 교수는 “일부에선 ‘실시간 검색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실시간 검색어가 누구에게 민감한 이슈인지 봐야 한다”면서 “실시간 검색어는 정치인들에게 예민하고 중요한 이슈다. 정치인들은 실시간 검색어의 영향력이 크다고 주장하는데 그 실체에 대해서 밝혀진 바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실시간 검색어 폐지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뭔지 불분명하다”면서 “실시간 검색어의 부작용으로 인해 특정 이익이 침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활동 침해, 국민 표현의 자유 등 (실시간 검색어 폐지로 인한)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우 교수는 “모호한 공익과 명확한 사익 사이에서 고민해야 한다”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긍정적 측면이 많은데 부정적 측면만 부각되는 것 같다. 소비자 측면에서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우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자체로 가치가 있으므로 폐지는 반대다. 다만 부작용이 분명하게 보여진다”면서 “부작용 해소 방안이 중요하다. 정부가 나서서 부작용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개선에 대한 종합적인 의견을 공론화해야 한다. KISO에서 실시간 검색어 문제를 정책에 포함해 논의의 장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원명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실시간 검색어는 중요한 빅데이터”라면서 “기능 자체를 없애는 건 타당하지 않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접근성에 문턱을 높이면 된다. ‘구글 트랜드’처럼 특정 키워드를 검색해야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할 수 있게 개선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10월 21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기업 홍보 관련 검색어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 상업화’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성옥 교수는 “실시간 검색어의 상업적 이용은 제한되어야 할 영역”이라면서 “규제가 필요하다. 실시간 검색어에 대기업 상품이 주로 등재된다면 정보 독점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윤성옥 교수는 “다만 단순히 규제해야 한다는 막연한 접근보다는 문제를 진단해야 한다”면서 “국민,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실시간 검색어의 상업적 이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포털 1위 사업자인 네이버가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면서 “네이버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광고성 실시간 검색어를 규제하면 조작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네이버의 입장은 변명이다.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진 상임이사는 “상업적 표현을 ‘표현의 자유’와 동일시해선 안 된다”면서 “광고성 실시간 검색어는 언론 보도와 연결되어 있다. 이러면 이용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박종성 논설위원은 “23일 오후 4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보니 1위부터 10위 중 9개가 상업광고였다”면서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규제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5일 KISO가 주최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올리기 어떻게 볼 것인가?> 포럼 (사진=미디어스)

‘선거기간에 정치인 관련 키워드를 실시간 검색어에서 없애야 하냐’는 질문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박종성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극단적 예시일 수 있는데, 선거 전날 가짜뉴스 관련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갈 수 있다”면서 “악영향을 고려한다면 선거기간 중에는 자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노원명 논설위원은 “선거기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막는 건 옹색한 처방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면 선거기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막는 게 나쁘지 않다고 본다. 선거기간에 실시간 검색어 자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여진 상임이사는 “선거기간 중 정치적 행위는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우 연세대 교수는 “선거기간 중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한다면 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 없는 소비자는 정보를 못 얻는 것”이라면서 “유튜브나 트위터 등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 한국 사업자만 불리해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25일 카카오가 발표한 ‘연예 뉴스 댓글·인물 관련 검색어 폐지 결정’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성동규 교수는 “카카오도 KISO 회원사인데 25일 오전 갑자기 왜 그런 발표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사업자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가 포털 사업에 대해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성옥 교수는 “카카오의 발표를 살펴보면 임시적이거나 추상적인 부분이 있다”면서 “왜 연예 뉴스 댓글만 폐지하는지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 (사측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와 방식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