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춘천MBC 라디오 뉴스에서 이틀 연속 같은 내용이 방송되는 사고가 났다. 사고 발생 일주일 뒤 사과방송이 나온 것에 대해 ‘방송사고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춘천MBC 라디오 정오 뉴스에는 전날 방송된 내용과 동일한 뉴스 2개가 나갔다. ‘도교육청, 학교폭력 화해와 분쟁’과 ‘불시 주간 음주단속, 강원 전역’ 보도다.

춘천MBC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출처=춘천MBC홈페이지)

한 시청자는 방송사고 당일인 17일 시청자게시판에 이를 지적하는 글을 올렸고 춘천MBC는 일주일 뒤인 24일 정오 뉴스 말미에 방송사고에 대해 사과방송을 했다. 또한 전영재 보도국장은 시청자 게시글 아래 댓글로 사과문을 올렸다.

전 보도국장은 “지적하신 대로 10월 16일 정오 뉴스가 17일 똑같이 나가는 방송사고가 발생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고 발생 경위를 밝혔다. 뉴스 원고를 출력해 아나운서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전날 분이 출력돼 이 같은 방송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 국장은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뉴스 편집과 출력, 아나운서 전달, 방송 송출까지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사과방송 이후 앞서 게시글을 올렸던 시청자는 사과방송에 고맙다며 더 나은 방송을 해달라는 요청으로 해석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방송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사과방송이 나온 데 대해 내부에서는 ‘보도국장이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춘천지부가 후속 대책이 없음을 지적하는 성명을 내자 뒤늦게 사과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MBC춘천지부는 사과입장이 나오기 하루 전인 23일 “(방송사고에 대한) 사후 조치가 있었냐”며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은 물론 춘천MBC 사규에도 ‘라디오 방송운행규정’에 ‘사고조치 운행’ 조항이 있다. 춘천 MBC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 청취자의 질문이 게시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회사는 사고에 대한 사과 방송도, 청취자 게시판 질문에 어떠한 답변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덮었다”며 춘천MBC 사장은 본 뉴스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 물었다. “보고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 기본적으로 자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고,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 보도국장도 관리하지 못하는 경영자임을 자인한 셈”이라고 했다.

노승찬 춘천MBC지부장은 “23일 노조 성명서가 나온 다음날 일이 커지니 보도국장 사과입장이 올라왔다”며 “방송사고를 알았다면 정정 보도나 사과방송을 빨리해야 하는데 일주일이 지나 문제가 불거지자 대처한 건 사장과 보도국장이 사고를 덮으려 했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지부장은 “외부에서 보면 누워서 침 뱉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공중파로서 이번 일에 대해 혼나고 앞으로는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기 위해 반성하자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전 보도국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덮으려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 국장은 “17일 정오 뉴스가 끝나고 오후 3시 뉴스 편집과정에서 확인됐다. 사장에게 보고하고 내부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협의를 하다 보니 일주일이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이런 방송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다가 사과방송이 늦어진 것으로 고의로 덮으려고 한 건 절대 아니다”라며 “방송사고를 꼼꼼히 챙기지 못한 제 실수다.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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