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0.4.1 수 19:41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정경심 구속 사유 논란에 대하여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10.25 09:27

[미디어스] 영화 ‘부당거래’에 나오는 장면이다. 검사가 부장검사 방에 들어가서 중요 사건을 재수사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경찰이 ‘배우’를 썼다는 거다. 부장검사는 근거가 뭐냐고 묻는다. 검사는 그렇지 않아도 구속된 피의자를 만나고 왔다며 “자기도 자기 입으로 그러드만. 자긴 범인 아니라고”라고 한다. 화가 난 부장검사는 서류를 집어 던지며 “이 자식이 낙하산 타고 들어오더니 기어이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라고 소리를 지른다.

물론 영화를 끝까지 보면 이 검사의 주장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이 ‘코미디’일 수 있는 이유는 검사가 대는 근거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범인이 스스로를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얘기가 대한민국 언론에선 진지한 논쟁거리로 취급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한쪽 입장만 주장해서는 곤란하다. 정경심 교수가 구속된 이유는 단순하다. 법원 스스로가 밝힌 것처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소명의 정도가 가장 높은 걸로 보이는 건 펀드 관련 의혹이다.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를 통해 WFM 주식을 차명거래했고 이 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겠지만, 구속영장 발부에 있어 이 시점에서 소명의 정도를 판단해야 하는 것은 어떤 사건이든 마찬가지다.

24일 KBS 뉴스9 화면 캡처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면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를 보아야 한다. 이 가능성이 없다면 구속영장은 발부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핵심 판단 근거가 된 것은 노트북 문제였을 것이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프라이빗 뱅커 김 모씨를 시켜 노트북을 가져오게 하고 은닉했다고 보고 있다.

이 대목에서 당시 전달된 것은 ‘노트북’이 아니라 노트북 컴퓨터가 들어있지 않은 ‘노트북 가방’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정경심 교수 측 주장이다. 앞서의 비유로 들자면 이건 범인이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검찰조사에서 김 모씨는 정경심 교수가 가방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내용을 살펴봤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자택과 직장의 하드디스크 반출 시도를 했다든지 사건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다든지 하는 요인도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이미 7, 80군데 해서 증거를 충분히 모았는데도 증거인멸 시도 가능성이 인정된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봤듯 구체적인 증거인멸 시도가 의심되는 상황이 있다는 게 문제다. 이런데도 구속영장이 기각될 확률은 오히려 크지 않다.

구속영장 문제 외에도 겨우 표창장 위조 문제 등으로 검찰이 정예를 수십 명씩 투입한 것은 과잉수사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 역시 사실관계를 은근슬쩍 비튼 것이다. 애초 조국 전 장관이 후보자 내정 됐을 때부터 언론은 가족의 부동산 거래, 논문 제1저자,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 관련 소송 등 의혹을 전방위로 제기했다. 검찰은 사실상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표창장 문제는 시효를 근거로 무리한 기소를 한 사례일 뿐이다.

사실상 정경심 교수 측을 대변하는 이런 주장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 그 주요 수단 중 하나는 물론 언론이다. 보수언론이 검찰의 새로운 주장을 앞다투어 보도하는 것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면, 정권과 가까운 일부 매체 등은 정확히 그 반대의 맥락에서 정경심 교수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재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교통방송 라디오에 3, 4명의 변호사들이 거의 매일같이 출연해 정경심 교수 측 방어논리를 되풀이하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프라이빗 뱅커 김모씨의 인터뷰 내용을 교통방송 라디오 측과 공유하려 한 ‘유튜브 언론인’이 KBS나 JTBC 보도 등을 문제 삼은 것은 이러한 언론 환경을 더욱 강화하려는 시도로도 보인다. 이는 당장 보도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못할지 모르지만 다른 대목에서 압력으로 표출되기에 충분하다. KBS가 보도 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의 보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반복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이다.

물론 구속된 피의자를 무조건 유죄가 확정된 것인양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런 원칙을 적용하는 수단이 범인이 스스로를 범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왜 믿어주지 않느냐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이든 피의자이든 각각의 주장을 언론 보도의 방식으로 검증하고 성실히 보도하는 것만이 올바른 해법이다. 지금은 그게 아니라 언론이 권력의 우회적 압력에 휘둘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언론이 스스로를 지켜야 할 때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오카모토 부관참시 2019-10-25 22:19:33

    수많은 언론들이 떡찰의 빨대 노릇을 열심히 할 때에도 이렇게 준엄히 꾸짖었던가?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0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