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는 포항 스틸러스와 더불어 K-리그 팀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된 팀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K-리그에서 지난 1996년과 2005년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김병지, 유상철, 이천수 등 스타급 국가대표 선수들을 다수 배출하는 등 '전통의 명가'로서 면모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올림픽대표팀 감독 출신인 김호곤 감독이 부임한 뒤 최근 두 시즌동안 울산은 이렇다 할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2009년에는 8위로 처져 여덟 시즌 만에 5위권 진입에 실패하는 아픔을 맛봤고, 지난 시즌에는 4위로 시즌을 마치며 다시 6강에 진입했지만 성남에 일격을 당하면서 우승 꿈을 접었습니다. 2009년에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르고도 2군 선수 출전 등 안이한 팀 운영으로 비판을 받으며 역시 아시아 정상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습니다. '전통의 명가'로 불렸던 울산의 추락은 그렇게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랬던 울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 작업을 벌이며 '제2의 국가대표팀'으로 손색이 없는 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오범석, 김동진, 오장은 등 주요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났지만 그보다 더 전력이 화려한 선수들을 대거 데려와 명가 재건을 꿈꾸고 있습니다. 여기에 K-리그 팀으로는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선수를 데려오는 등 나름대로 명분과 실속을 모두 챙긴 이적 시장을 벌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두 시즌의 아픔을 털고 세 번째 시즌에서 뭔가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김호곤 울산 감독의 '마지막 승부'가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 울산 김호곤 감독ⓒ연합뉴스

울산의 올 시즌 스쿼드를 보면 K-리그 '빅2'로 꼽히는 FC 서울, 수원 삼성에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대거 영입돼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지가 제대로 엿보일 정도입니다. 중앙수비수 곽태휘, 강민수는 허정무호 시절 이름을 날렸던 대표 수비수들이며, 미드필더 이호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 시절 빼어난 재능을 보며 '아드보카트호의 황태자'로 이름을 날려 러시아 리그에서도 활약한 바 있는 선수입니다. 여기에 '2002년의 추억' 설기현과 송종국의 가세는 울산 현대 스쿼드의 화려함에 그야말로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둘은 이적 시장 막판에 울산 현대로 새 둥지를 틀며 축구 선수 인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보낼 준비를 했습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도 눈길을 끕니다. 에스티벤은 콜롬비아 대표 출신으로 활발한 활동량과 센스있는 플레이를 펼치며 지난 시즌 울산 현대가 6강에 오르는데 어느 정도 큰 공을 세웠던 선수였습니다. 또 올해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나지 마라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사우디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 많은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과 더불어 기존 골키퍼 김영광, 공격수 김신욱까지 합치면 울산 현대는 무려 10명 안팎의 국가대표를 보유한 스쿼드를 갖췄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검증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통해 6년 만의 정상 탈환에 제대로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입니다.

보강된 스쿼드 가운데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울산 현대가 올 시즌을 위해 수비 전력을 상당히 보강했다는 것도 주목하게 됩니다. 지난 시즌 울산이 6강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했던 것을 김호곤 감독은 수비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지난 시즌 29경기에 30골 실점이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더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수비 전력이 더 좋아져야 한다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면서 2년 전 허정무호 축구대표팀의 주축 중앙수비수였던 곽태휘, 강민수를 데려오고 한국 최고의 풀백 송종국을 데려오는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기존 자원인 최재수와 어떤 호흡을 맞출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무게감만 놓고 보면 정말로 국가대표 수준에 버금가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물론 이런 화려한 스쿼드가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가 '갈락티코' 정책으로 화려한 스타 군단으로 면모를 보였음에도 오히려 많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유럽 챔피언마저 오르지 못했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저마다 기량, 경험은 화려해도 이를 조직적으로 제대로 다듬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설기현, 송종국 등 일부 선수가 개막 1-2달 전에 임박해서 울산과 계약을 했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과 얼마나 조화를 이뤄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국가대표, 올림픽팀 등 각급 대표팀 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김호곤 감독 입장에서는 이들이 갖고 있는 강점을 조직력에 어떻게 접목시켜 경기를 풀어나가느냐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시즌 초반부터 이를 제대로 풀어나가면서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어낸다면 올 시즌을 울산 현대의 해로 만들 가능성은 아주 높습니다.

김정남 감독 시절 울산 현대는 이기는 축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면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한 '모범적인 팀'으로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올해만큼은 반드시 그 '모범적인 팀'으로 돌아가 명예회복해서 좋은 성과를 내기를 꿈꾸는 '김호곤호' 울산 현대입니다. 만약 울산이 순조로운 시즌을 보낸다면 우승권 판도는 아주 재미있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겨우내 전력 보강을 제대로 해낸 보람을 느낄 만 한 무언가를 이번 시즌에 보여주는 울산 현대가 될 수 있을지, 그래서 매머드급 태풍을 몰고 올 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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