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주 뮤직뱅크 1위는 빅뱅이 차지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빅뱅은 없었다. 1곡만 해라 아니다 2곡은 해야 한다는 실랑이 끝에 결국 YG가 뮤직뱅크 무대를 포기하게 된 무성한 사연만 그 자리를 대신했다. 빅뱅을 기다리던 팬들은 실망했고, 빅뱅 역시도 오랜만의 컴백 무대 하나를 잃은 서운함을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원인과 잘못이 어디에 있건 양쪽 모두 시청자와 팬을 위한 결과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빅뱅 팬들을 중심으로 빅뱅 및 YG 소속 아이돌들의 예능 출연을 문제 삼은 보복성 조치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물론 그런 혐의도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YG측의 SBS 외사랑도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다.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DJ DOC 컴백 때와 유사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장은 뮤직뱅크와 문제가 불거졌지만 빅뱅쇼로 불편해진 심기는 비단 KBS만일 수는 없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빅뱅의 음악중심 무대도 이번 주가 아닌 다음 주 토요일인 것도 단순한 스케줄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YG는 유독 KBS 갈등이 잦다. 이번 아주 오랜만의 YG 중심 빅뱅의 컴백의 논란은 2곡(또는 10분) 요청과 불가라는 이슈로 정리된다. 물론 이는 단순한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이것만 보면 KBS가 무조건 궁색할 수밖에 없다. 빅뱅 정도 되는 아이돌 그룹의 컴백 무대에 1곡만 할애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뮤직뱅크가 해왔던 것과는 분명 다른 태도다. 굳이 2곡 이상의 컴백무대를 가졌던 가수들을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물론 순위 프로그램인 뮤직뱅크에서 컴백이라 해서 다른 가수들의 두 배 이상의 시간을 독점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전례는 그렇지 않았다.

뮤직뱅크의 진짜 속내는 다른 데 있을 것이다. 이미 컴백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 SBS 빅뱅쇼 때문에 불편해진 것과 “또 YG야!” 하는 심정이 앞섰을 것이다. 뮤직뱅크는 그동안 대부분의 가수들의 컴백무대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프리미엄을 누려왔다. 물론 엠넷의 엠카운트다운이 있기는 하지만 케이블이라 예외로 치부할 수 있다. 뮤직뱅크가 지상파 3사 최신가요 프로그램 중에 가장 빠른 요일에 위치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는 특권 아닌 특권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타사 PD들이 그 프리미엄을 무조건적인 양해로 여기진 않는 데 있다. 시청률을 높일 호기인 특A급 가수나 그룹의 컴백 무대를 자기들이 먼저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을 탓할 수도 없다. 그런 3사의 이해가 상충되는 컴백일자 조정에 기획사들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는 대체로 뮤직뱅크가 컴백무대를 독점해왔지만 빅뱅쇼를 통해서 허를 찔리고 만 것이다.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YG와 SBS는 밀월관계를 다시 한 번 과시했고 KBS나 MBC 입장에서는 다소 허탈함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더 정확히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이렇듯 주인공 없는 뮤직뱅크 1위 사건의 근본 원인은 YG와 SBS의 밀월관계에 있을 것이다. 그것을 옳다 그르다 쉽게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현재 벌어지는 진실공방은 모두 솔직한 속내를 숨긴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는 것만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 숨길 수 없는 증거는 양쪽의 주장 어디에도 서로의 입장을 좁히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말이 없다는 점이다. 10분이 아니면 다른 가수들처럼 7분 정도로 하자든가 혹은 하겠다는 협상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있다.

뮤직뱅크와 YG 양측 모두 진심으로 서로를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대놓고 말할 수 없기에 형식적인 섭외에 무리한 요구로 맞선 것이 이 진실 없는 진실 공방의 핵심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뮤직뱅크와 YG의 공방에 도출되는 서로의 주장이 또 사실이라는 것이다. YG가 특권의식을 가졌다는 뮤뱅 측의 주장도 억측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고, 뮤직뱅크가 빅뱅을 제대로 대우할 생각이 없다는 YG의 주장 또한 틀리지 않아 보인다. 정리하자면 뮤직뱅크와 YG는 자신의 입장에는 진실이 없지만 서로를 헐뜯는 말은 또 사실이라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양측 모두 시청자와 팬을 볼모 삼아 해묵은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것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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