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위대한 탄생은 멘토 시스템을 통해서 카피 프로그램의 오명을 벗어날 수 있었다. 멘토라는 창의성 없이는 카피의 오명뿐만 아니라 슈퍼스타K와 달리 아직도 크게 부각되는 스타 후보자가 없는 상황에 대중의 관심을 끌 요소 또한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위탄의 멘토는 멘토 이전에 심사위원이기에 이런저런 심사평이 매회 화제가 되었고, 그 중 김태원은 가장 뜨겁고 지속적인 이슈의 대상자가 되었다. 그리고 멘토 스쿨이 공개된 3월 4일 방송도 마찬가지로 김태원의 감동 릴레이가 이어졌고 위탄은 비로소 슈스케의 그림자를 거의 벗어 던진 듯싶다.

멘토 한 명에 멘티(참가자) 4명으로 전체 멘토 스쿨에 동참한 인원은 총 스무 명에 달한다. 그러데 멘토 스쿨은 단지 가르침을 받는 아카데미가 아니라 한 달 동안 수업을 받고는 자체 내에서 절반을 떨어뜨리는 무시무시한 서바이벌 스쿨이었다. 물론 또 최종에 가서는 부활시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현재로서는 그 첫 번째 탈락자가 나왔다. 그 대상은 번번이 김태원에 의해서 구사일생을 경험했던 처절함의 대명사 손진영과 위탄을 위해 놀라운 감량까지 단행했던 양정모 두 사람이다. 물론 백청강과 이태권 두 명이 본선에 안착했다.

어떤 의미가 담겼을 수도 있지만 탈락자와 합격자가 나이대로 구분되는 것이 눈에 띈다. 박칼린을 초대해 시도했던 중간평가가 대체로 최종 결과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예선 때에는 백청강은 모창에다가 고질적인 비음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으나 위탄 심사위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크게 지적되지 않은 것을 보면 멘토들의 지적이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품게 된다. 어쨌거나 백청강은 기대되는 물건임에는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과 외인구단으로 이름 붙여진 첫 번째 멘토 스쿨의 최종 심사는 부활의 콘서트 장에서 벌어졌다. 본래 합격자 두 명이 부활의 마지막 앵콜곡을 김태원과 함께 부를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건 대단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오디션이라는 무대는 패자보다는 승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런 일련의 과정을 별 의심 없이 지켜봤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부활 콘서트 막바지에 무대에 오른 두 사람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아니 무대에 오른 두 사람이 시청자 예상과 크게 달랐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잠시 후 그 궁금증이 풀렸고 시청자는 그 대목에서 울컥하고야 말았다. 승자를 위한 오디션 무대를 김태원은 패자들을 위한 마지막 무대로 바꿔 버린 것이다. 그 노래도 하필이면 <마지막 콘서트>였다. 당연히 무대에 선 손진영, 양정모는 쏟아지는 눈물에 제대로 노래를 이어갈 수가 없었고 그런 모습을 보는 김태원도 눈물을 찍어내고야 말았다. 결국 노래는 부활의 보컬이 대신 불러야 했고 그렇게 만감이 교차하는 외인구단의 마지막 심사는 끝을 맺었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처음에 말한 것과 달리 최종 무대에 합격자인 백청강과 이태권이 아닌 탈락자들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바꾼 것은 어쩌면 김태원이 아닌 위탄 제작진의 원래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의심 아닌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은 위탄이 처음부터 참가자들의 휴먼스토리에 집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감동을 강제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위탄 제작진은 그 의지를 꺾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설혹 모든 것이 김태원의 생각이었다 할지라도 제작진이 수용하지 않으면 방송인 이상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의심을 굳이 확인하고자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경쟁의 자리에서 승자가 아닌 패자를 위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쳤다는 사실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그 자리에 선 김태원이 위암 수술을 받은 지 사흘밖에 안 된 사람이라는 점이 또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맹장만 잘라냈어도 그렇게 몇 시간씩 서서 연주하는 고된 일정을 소화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술의 크고 작음을 떠나 암이라는 의미만으로도 사람을 충분히 나약하게 만들고도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활을 찾는 팬을 위해, 위탄이라는 방송을 위해 그리고 그를 선택한 멘티들을 위해 고통과 불안을 딛고 무대에 선 김태원의 힘은 한마디로 음악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달의 기간 동안 외인구단 네 사람이 김태원으로부터 무엇을 배웠을지는 알 수 없다. 설혹 그동안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하더라도 앞으로 가수로서 살고자 한다면 그 마지막 무대에 보인 김태원의 진정한 힘, 김태원의 위대한 정신만은 꼭 배워가야 할 것이다. 위대한 탄생은 어쩌면 슈스케2가 발굴해낸 허각, 장재인 등의 예비 스타들을 배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태원을 통해 인간적인 뮤지션, 혹은 인간적인 것을 뛰어넘는 뮤지션의 존재만은 분명하게 확인시켜주고 있다. 위대한 탄생은 단지 시청률을 쫓는 예능 프로일 뿐이다. 그러나 그 안의 김태원은 이미 예능을 넘어 음악과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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