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검사는 검사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 왜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하는지 MBC <PD수첩>은 '검사 범죄' 2부작을 통해 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와 함께 들여다본 검사 비리 현장은 참혹할 정도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검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할 수 없는 '검찰 공화국'은 그렇게 부패한 권력을 양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관예우가 일상인 현실에서 검사는 비리를 저질러도 변호사 개업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번다.

'검사 범죄' 1부에서 3년 전 알려진 김형준 검사 사건을 다뤘다. 수많은 비위 사건들 중 이 사건을 다룬 이유는 검사 비리의 ‘종합판’과 같기 때문이다. 김형준 당시 부장검사가 고교동창 김 씨에게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힘들게 수사가 이뤄져 형을 받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MBC PD수첩 ‘검사 범죄 1부 - 스폰서 검사와 재벌 변호사’ 편

검사가 비위를 저지르면 더 엄중하게 처벌을 받는 것이 정상이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알고 이를 집행하는 자가 비리를 저질렀다면 일반인보다 더 중죄로 다스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김형준 검사 사건을 보면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를 어떻게 하는지가 잘 드러난다. 권력을 가진, 소위 잘나가는 검사는 비리를 저질러도 감찰도 하지 않는 것이 검찰 문화라는 사실이 섬뜩하다.

김형준 검사의 고교동창 김 씨는 수감 생활 중 김 검사 사무실로 불려 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편의를 봤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출소 후 본격적인 스폰서 관계가 만들어졌다.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서 성접대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김 검사는 술집 접대부와 내연 관계까지 발전한다.

내연녀가 살 오피스텔 비용도 스폰서 김 씨가 책임졌다. 이들 관계가 틀어지게 된 것은 스폰서 김 씨가 동업하던 한 씨에게 고소를 당한 후다. 김 검사는 박수종 변호사를 붙여줬고, 동기들이 많은 고양지청으로 사건을 옮긴다며 4천만 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뤄지지 못했다.

거액을 들였지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둘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스폰서 김 씨는 김형준 검사 비리 사실을 흘리기 시작했고, 김 검사는 스폰서 김 씨 수사에 집중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MBC PD수첩 ‘검사 범죄 1부 - 스폰서 검사와 재벌 변호사’ 편

스폰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들은 차고 넘쳤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자 서부지검은 압수수색을 반려하고 자신들에게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모든 권력을 가진 검찰이 요구하면 경찰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스폰서 김 씨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대검찰청은 4개월 동안 침묵했다.

사법기관에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자 스폰서 김 씨가 한겨레신문에 제보를 하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손영배 검사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스폰서 김 씨 변호인인 박수종 변호사와 긴밀하게 연락하고, 한겨레 기자에게 전화까지 해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수많은 증거들이 쏟아진 상황에서도 손 검사는 자신은 사건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명폰으로 스폰서 김 씨와 연락을 주고받던 박 변호사는 검찰에 그 번호를 넘겨 체포되도록 했다. 변호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셈이다. 손 검사와 검사 시절을 함께했고, 연세대 동문이기도 한 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그 많은 통화를 했던 것일까?

언론에 공개되며 사건은 외부에 드러났고, 이를 더는 감출 수 없는 검찰 조직은 특검까지 꾸려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것이다. 성접대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피의자의 주장을 받아 성접대는 없었다고 단정했다. 일반인에게는 절대 하지 않는 일을 제 식구들에게는 그렇게 적용한다.

MBC PD수첩 ‘검사 범죄 1부 - 스폰서 검사와 재벌 변호사’ 편

특별감찰단이라는 것이 검찰 조직에 존재하지만 이는 무용지물과 같다. 형식적으로 외부에 보여주기 위함이지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검찰 출신들의 증언으로 확인되었다. 힘없는 검사가 비리를 저지르면 감찰단은 움직이지만, 소위 잘나가는 검사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김종민 의원실에 따르면 5년 동안 신고‧접수된 검사 범죄만 1만 1천여 건이다. 검사 범죄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더 큰 문제는 1만 1천여 건의 범죄 중 검사가 기소된 것은 단 14건이란 사실이다. 비율로 환산하면 0.13%밖에 되지 않는 수준. 말 그대로 검사 범죄는 운이 나쁘지 않으면 기소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기소된 비율이 40%인 것에 비하면 낮아도 너무 낮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PD수첩-검사범죄> 2부작은 왜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자들을 제어할 장치가 없는 현실, 검찰개혁이 이번에도 무산된다면 '검찰 공화국'의 권력 집중은 정치권력까지 집어삼킬 수밖에 없다. 견제 없는 권력은 괴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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