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MBN 종합편성채널 자본금과 관련된 의혹은 어제오늘 제기된 일이 아니다. 2014년 시민단체들은 "MBN 주주 중 개인주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직원이 주주로 참여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재승인 과정에서 이를 검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종편 과거사위를 구성·MBN 사업권 취소 등의 방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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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개인 주주 비율 높다"…한겨레-경향 "차명 대출로 자본금 편법 충당" 보도

MBN은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게 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MBN 종편 출범 자본금과 관련된 의혹은 2014년 처음 나왔다.

2014년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인권센터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승인 심사 검증을 진행했다. 검증보고서에 따르면 MBN의 개인 주주 출자약정금액 비중은 21.2%에 달했다. 채널A는 5%, JTBC는 4%, TV조선은 1.8% 수준이었다. 당시 검증팀은 “MBN 개인 주주는 대부분 내부 임직원 등 관련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4년, 2017년 MBN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자본금 의혹은 수면 위로 오르지 않았다.

이후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보도로 MBN 자본금 차명 대출 의혹이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올해 8월 26일 <[단독]MBN, 종편 요건 ‘최소 자본금’ 편법 충당> 보도를 통해 MBN이 2011년 은행에서 600억 원을 차명 대출받아 최소 자본금 요건 3000억 원을 채운 정황이 확인됐다고 알렸다.

한겨레 보도에서는 좀 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 8월 27일 <[단독] MBN 전직 간부들 “퇴사자 차명 대출금은 다른 간부가 승계”> 보도에서 MBN 전직 간부 A씨는 “2011년 회사로부터 통장과 도장을 제출하라고 요구받았다. 그 뒤 내 명의의 통장에 대출금이 입금됐고, 엠비엔 종편 승인에 필요한 주식을 사는 데 쓰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MBN 출범 당시 개인 주주에 올랐던 전직 임원 B씨는 “내 명의의 대출이지만 내가 이자를 낸 적은 없다. 매월 이자액만큼의 돈이 계좌로 들어왔지만 출처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MBN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MBN은 “일부 언론에 나온 ‘MBN 종편자본금’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 유사한 내용을 보도하거나 재배포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MBN은 한겨레 보도에서 전직 간부 인터뷰가 나오자 “사원들은 보도 채널 당시인 2000년 이후 몇 차례 유·무상증자 때 사원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원들은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두 자신의 의사로 주주가 되었다”고 해명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는 2014년 종편·보도PP 승인심사 1차 검증결과를 발표 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위의 MBN 재승인 과정 문제 많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현재 불거진 MBN 차명 대출 의혹은 2014년 나온 지적과 대동소이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현재 MBN 의혹과 2014년 검증팀의 결과물은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종편이 출범할 당시 사업성 전망은 매우 안 좋았다. 그런 상황에서 개인 주주가 많을 수 없으므로 ‘임직원들이 MBN 주식을 산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방통위의 재승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처장은 “현재 방통위는 MBN에 차명 대출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전 재승인 과정에서 이런 과정을 거쳤다면 현재 상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재승인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동찬 처장은 “방통위는 자신들에게 조사권이 없고, 법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승인 과정에서 충분히 의혹을 검증할 수 있었다”면서 “재승인 평가에 ‘주주의 적정성’ 항목이 있다. 이에 대해 검증을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MBN 의혹은) 방통위가 재승인 담당 기관으로 잘 챙겼어야 할 문제”라면서 “‘차명으로 거래했는데 방통위가 어떻게 검증하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는데, 재승인 과정에서 강조했어야 마땅하다. 합리적 의심을 검증하는 건 규제기관의 몫”이라고 밝혔다.

김서중 교수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과거사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종편 출범 때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정부가 종편을 출범하면서 내세운 여론 다양성·방송산업 활성화 등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면서 “자본금 3000억 원 조건도 문제다. MBN뿐 아니라 채널A, TV조선 역시 비슷한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기회에 종편을 총체적으로 다시 정리해야 한다. 과거사위를 구성해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MBN의 위법성이 드러나면 방송 사업권을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교수는 “(MBN 의혹이 사실이라면) 법을 위반해서 사업권을 받은 것”이라면서 “사업권 자체가 원인 무효인 셈이다. 사업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기거나, 방송사업자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판단되면 합병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연우 교수는 “앞서 방통위는 종편 미디어렙 관련 위반 사안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 법적으로 타당할지 몰라도, 방송이 가진 공익적 취지를 고려한다면 이번 사안에 대해선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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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방통위·검찰·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등 경영진에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검찰 통보 및 고발 등을 건의했다. 금감원의 건의를 받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30일 MBN 분식회계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18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MBN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별도로 MBN 혐의를 인지한 후 압수수색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증선위는 검찰 고발을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MBN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오던 시민사회단체 역시 검찰 고발을 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MBN 의혹을 별도로 조사 중이다. 방통위는 MBN에 연도별 주주명부, 특수 관계자 현황, 주식변동상황명세서, 주주별 지급보증내역 등을 요구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BN 출범 당시 주식 투자 참여 직원이 몇 명인지) 대략적으로 확인했다. (차명 투자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MBN 승인 취소 가능성 있나

방송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MBN 차명 대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시 승인 취소, 영업 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방송법 제 18조는 “(방송사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변경허가·재허가를 받거나 승인·변경승인·재승인을 얻거나 등록·변경등록을 한때 허가·승인 또는 등록을 취소하거나 6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거나 광고의 중단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방통위가 2011년 벌어졌던 문제를 소급적용해 행정적 조처를 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방통위는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 미디어렙이 위법적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시정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허가취소·영업정지 같은 중징계를 내려야 할 사안임에도 시정명령으로 그친 이유는 방통위 법률자문 결과 때문이었다.

당시 방통위는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았더라도 그 행위로 취득한 허가의 유효기간이 이미 만료되었다면 허가 당시 위반사항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하기는 어렵다”는 법률자문 결과에서 나아가지 않았다.

공소시효 논란도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MBN 의혹과 관련된 범죄혐의의 가장 빠른 공소시효는 11월 14일이다. 증선위가 30일 ‘MBN 차명대출 의혹’ 심의를 완료한다면, 금융위원회는 11월 6일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결론을 내리게 된다. 공소시효가 8일 남은 시점이다.

MBN 구성원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언론의 연이은 의혹 제기와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지자, 내부에서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규탄했다. MBN기자협회는 18일 입장문에서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을 편법 충당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MBN의 과거는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고, 미래는 불투명해진다”고 밝혔다. MBN기자협회는 “언론사는 언론이라는 공적 기관이면서 동시에 기업이다. 공적 기관의 책무 못지않게 기업으로서의 준법 경영 의무도 무겁다”면서 “회사는 이제부터라도 의혹에 대한 사실 유무와 대응 방안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는 18일 “이번 사태가 MBN과 매경미디어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데는 모두가 이견이 없는 듯하다”면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관련자는 엄정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MBN지부는 매경미디어그룹이 인사발령을 하자 “종편 자금 의혹과 관련한 보은 인사”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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