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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보도는 기존 언론의 몰락이다"[인터뷰] 박건식 MBC 'PD수첩' 팀장 "출입처 제도, 브리핑제로 바꿔야"
김혜인 기자 | 승인 2019.10.22 09:05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은 물러났지만, 언론계에서 조국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광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되던 지난 8월부터 조국 이슈는 세상을 덮쳤다.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와 이를 받아쓰는 언론 보도가 한몫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러한 가운데 자성의 목소리를 낸 곳이 있다. MBC ‘PD수첩’이다. 지난 1일 ‘PD수첩’은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공소장 변경을 시도했지만 이를 지적한 보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이 정 교수의 컴퓨터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이 박힌 그림 파일을 발견했다면서 영화 ‘기생충’과 닮았다고 전한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PD수첩’은 과거 검찰의 표적 수사와 ‘받아쓰기’ 보도로 고통 받았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에 따른 강제수사와 위법·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제작진은 당시 검찰의 정보를 받아 쓴 것으로 의심된 중앙일보 기자와 검찰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대법원은 중앙일보와 기자에게만 배상을 판결했다.

미디어스는 18일 박건식 ‘PD수첩’ 팀장을 만나 조국 사태를 둘러싼 보도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박 팀장은 “기존 언론의 몰락”이자 "세월호 보도 참사만큼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논란에 대해 검찰이 몰래 기자들에게 정보를 흘렸다면 그건 피의사실공표문제 이전에 ‘비밀 누설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말했다. 또한, ‘출입처 제도’에서 ‘브리핑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래는 박건식 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18일 MBC사옥 근처에서 박건식 MBC PD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미디어스)

- 조국 가족 의혹 보도를 어떻게 보는가

“조국과 그 가족을 둘러싼 보도는 세월호 보도만큼 심각했다. 일방적으로 검찰에 의존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발품을 팔아서 사실 검증을 하는 취재보다는 단독 빨리 달기 위해 노력했다. 검찰의 이데올로기를 확증 편향하는 데 언론이 한몫했다.

조국 전 장관 자녀에 대한 의혹제기 보도는 많았지만 해명 보도는 거의 없었다. 반면 검찰 측 해명 보도는 총알 같았다. 11시간 압수수색이 아니다, 짜장면이 아닌 백반을 먹었다 등이다.

결론적으로 의미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기존 언론의 몰락이다. 신뢰도를 잃었다. 무게 중심은 SNS로 가는 한 계기가 될 듯하다. 한 사례가 김경록 PB가 인터뷰 요청을 기성 언론이 아닌 유튜브에 했다는 것이다. 미투 보도 당시에 피해자들은 JTBC로 갔는데 이번엔 달랐다“

- 피의 사실 공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죄는 공판청구 전에 피의 내용을 공공연하게 공표한다는 취지인데, 검찰이 수사 내용을 몰래 언론에 흘리는 언론플레이는 피의사실공표 이전에 공무상 비밀 누설죄를 범하는 것이다. 검사가 기자에게 몰래 기밀을 누설하는 것도 피의사실 공표죄로 의율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핵심은 기밀을 누설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의사실공표라고 하면 국민들은 검찰이 발표한 내용을 사실로 인식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PD수첩은 피의사실공표가 아닌 피의내용공표라는 용어로 방송했다. 혐의사실도 PD수첩은 혐의내용 또는 혐의로 사용했다”

- 검찰이 흘린 것으로 의심되는 보도를 꼽는다면

“예를 들면, SBS 9월 7일 자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단독 보도같은 경우는 검찰에서 정보가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왜 검찰에서 나온 정보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냐 하면, 정경심 교수 연구실 PC는 검찰에서 확보하고 있어서 검찰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정보를 확인하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 기자들의 받아쓰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검찰을 과신하고 과의존해서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검찰은 편파적인 주장을 하는 집단이다. 또 다른 편파적 주장을 하는 집단은 변호인이다. 검찰과 변호인의 모든 발언과 행위는 주장에 불과하고 사실여부는 재판부에서 가린다. 사실 판단은 재판부가 하는데 일부 언론은 검찰이 하는 발언과 행위를 사실로 판단하고 검찰 주장 위주로만 보도한다"

- 검찰에서 나온 정보를 받아쓰는 보도의 문제점은

“검찰이 '여론 재판'을 한다는 게 문제다. 검찰이 수사를 발표할 때도 언론은 검찰의 발표 내용만 받아쓰지, 상대측의 반론은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 검찰의 기소 행위가 사실을 확증하는 게 아니다. 하나의 주장일 뿐이다. 특히, 특수부의 수사는 고소고발보다는 인지사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판의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가 기소한 사건의 대법원 무죄율은 무려 24.1%였다. 대검 중수부가 반부패수사부로 바뀌고, 특수부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자, 검사 누구도 이에 대해 반성하지 않았다. 여론 재판으로 인권을 침해해 놓고 인사상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2008년 PD수첩을 수사했던 검사, 정연주 전 KBS사장을 수사했던 검사는 모두 승진했다. 검사들은 사건의 유·무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소’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하더라. 검찰은 기소로 KBS 사장을 끌어내렸고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해 당시 촛불집회를 진정시켰다"

2009년 4월 29일 석방되는 PD수첩 제작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보도한 MBC PD수첩 수사와 관련, 지난 27일 밤 체포된 PD 2명과 작가 2명 등 제작진 4명이 29일 밤 석방된 후 서초동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현 기자)

- MBC노보에서 언론이 쓰는 검찰 관련 용어를 비판했다

“언론에서 쓰는 용어 중에는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많다. ‘구형’이 대표적인 예다. 형을 구하는 것으로 선고와 헷갈려 쓰는 경우가 많다. 정연주 전 사장도 ‘5년 구형’이었는데 마치 ‘5년형을 선고받은 것처럼 보도한 곳이 많았다. 국가기관이 형을 내린다는 인상을 주면서 선고와 비슷한 권위를 지닌다는 문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선고 보도 못지 않게 구형보도가 너무 많다. 검찰의 여론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검찰이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인데도 사법처리라는 말을 공공연히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 왜 검찰 비판기사는 안 나온다고 생각하는가

“출입처 시스템 때문이다. 출입처 제도는 처음에는 해당 부처를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감시보다는 유착과 의존의 측면이 더 강한 것 같다. 출입처 제도로 인해 검찰 출입 기자들이 검찰에 의존하는 경향이 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검찰 의존형 구조에서 기자들 사이에서 단독이나 속보를 많이 쓰는 기자를 능력있는 기자로 보는 건 잘못됐다. 검찰이 정보를 움켜쥐고 언론은 출입처 제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구조에서는 기자 개인이 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출입처 시스템 개선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 출입처 시스템이 개선돼야 하는 이유는

“검찰 출입을 오래 하다 보면, 세상을 검찰과 같은 시각에서 보게 되더라는 이야기를 검찰 출입기자들에게서 자주 들었다. 그러다 보니, 검찰비리, 검찰의 권한 남용, 검찰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듯하다. 한 사법 피해자는 ”3년 동안 검찰 앞에서 1인 시위하는데, 왜 시위하는지 묻는 기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출입처 시스템에서는 기자들이 권력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 보도가 어디에 집중돼야 한다고 보는가

“검찰 보도보다 재판 보도에 힘이 실려야 한다. 재판정에는 검찰, 변호사 모두가 각자의 증거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친다. 외국은 24시간 재판 과정을 보도하는 채널도 있다. 우리 나라는 검찰에서 이미 여론 재판을 끝냈기 때문에 정작 재판과정은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연주 전 KBS사장은 재판받는 3년 내내 기자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도의 중심이 검찰이 아닌 사법부로 옮겨갈 때, 언론은 검찰 일방에 의존하는 대신 양쪽의 주장을 듣고 균형 있는 보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 검찰의 공개 소환제도 폐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공개소환되는 당사자들이 기자들 앞에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란 건 누구나 안다. 뻔히 입을 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들여야 하는 비용 소모가 너무 크다. 대신 법정에 가면 이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들을 수 있다. 법정에 가면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이때는 기자들이 거의 없고, 입을 열지 않을 것이 뻔한 검찰 공개소환장에는 기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이러니 아닌가?"

- 윤석열 총장은 ‘윤중천 연루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에 대해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말하고, MB정부가 검찰에 ‘쿨했다’고 발언했다

“불쾌했다. 한겨레 보도의 핵심은 접대가 아니라 검찰이 왜 수사 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사과를 받아야 하겠다든지 한겨레에 고소를 취하하는 게 어떠냐는 말 자체가 이미 한겨레 보도가 오보라고 전제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한겨레보도에 불쾌함을 나타내기 이전에 피의내용공표로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먼저 사과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쿨했다’ 역시 문제가 많은 발언이다. 경제위기를 말한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정연주 전 KBS사장은 체포됐고 결혼을 앞둔 MBC ‘PD수첩’ PD까지 수갑을 채워 데려갔다. 어떻게 이 시기가 쿨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 ‘PD수첩’에서 검사와 언론에 관련된 특집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22일 밤 11시, 뉴스타파와 공동취재한 검사 범죄 2부작을 2주 연속 방송할 예정이다. 1부 스폰서 검사 편에서는 검찰의 제 식구 감사기와 자정 기능 상실을 고발한다. 5년 동안 신고 접수된 검사 범죄는 1만 1천여 건인데 검사가 기소된 것은 단 14건이다. 기소 독점권을 행사하는 검찰은 막강한 권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 이를 파헤치다 보니 검찰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

22일 방송되는 'PD수첩' (출처=MBC)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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