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이명박 당선자는 국회 원내대표단에게 “새 정부가 당리당략으로 하는 것은 일절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명박 당선자의 이 같은 발언을 인용하는 까닭은 최근 국회 방통위의 논의 결과가 당리당략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리당략을 말로만 강조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주 국회 방통특위는 두 개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나는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전환특별법’을 의결해 법안심사소의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상정하는 절차다. 나머지 하나는 방통특위가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방통특위에 상정하는 의결 절차를 말한다.

▲ 지난 1일 국회방통특위는 의결정족수를 가까스로 채워 한나라당이 제출한 방통위법안을 상정했다 ⓒ안현우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한나라당의 방송통신위원회법안은 1일 오랜 기다림 끝에 의결 정족수를 채워 국회 방통특위에 상정, 법안심사소위가 논의하게 됐다. 디지털전환특별법은 법안심사소위의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산회를 거듭했다.

방통특위는 지난 1월 29, 30일, 2월 1일 사흘에 걸쳐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했지만 6인 중 4인이 의결해야 하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여기에서 나타난 ‘당리당략’을 설명해보면 국회가 얼마나 민생법안에 무관심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국회 방통특위에 제출된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법안은 정부측이 제출한 법안을 포함해 6개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제출한 안을 더하면 7개에 달한다. 그 동안 방통특위 법안심사소위는 정부측 법안을 비롯한 6개의 법안을 논의해왔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안이 정부측 안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위원 선임방식만 바꿨을 뿐 별 다른 차이점을 살펴볼 수 없다. 이를 두고 무임승차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런 법안이 방송특위에 상정되는 과정을 보면 상식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디지털특별법 처리과정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1일 오후 잡힌 방통특위 전체회의에서 방통위법 상정을 위해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관의 발걸음과 핸드폰은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19명 중 10명이 참석해야 하는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2시간에 가까운 노력 끝에 의결 정족수를 채워 목적한 바를 이뤄냈다.

당시 방통위 관련 법안 의결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은 7명이며 통합신당 의원은 3명이었다. 포장만 바꾼 한나라당 방통위법을 관철시키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결된 힘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와 달리 앞서 언급했지만 디지털전환활성화특별법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산회를 거듭했으며 처리 여부는 알길 없다. 19명 중 10명이 의결해야 하는 것과 6명 중 4명이 참석해야하는 것 과연 어느 것이 쉬웠을 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디지털전환특별법과 관련해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그런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의제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국회는 제출된 이견을 모아 합의점을 찾는 일일 것이다. 거듭된 산회, 자신들의 이익과는 무관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디지털특별법은 지체된 민생법안으로 대표된다. 시청자와 직결된 사안으로 2012년 지상파아날로그 종료와 디지털전환을 위한 시청자 지원, 홍보, 방송사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이 신속하게 처리돼야 할 지 정치권이 모르고 있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결과는 당리당략에 치우친 결과로 드러났다. 그래서 이명박 당선자의 발언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