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스포츠를 기다리셨던 분, 특히 축구를 좋아하시는 팬이라면 K-리그 개막일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16구단 체제 아래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이적 시장이 펼쳐지고, 그런 만큼 각 팀들의 전력이 예측 불허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어느 해보다 흥미진진한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는 2011 현대 오일뱅크 K-리그가 5일, 10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합니다. 다양한 볼거리, 관전포인트들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각 팀들은 최고 성적을 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막바지 담금질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상을 차지한 FC 서울을 비롯해 준우승팀 제주 유나이티드, 3위팀 전북 현대와 FA컵 우승팀 수원 삼성이 리그 개막에 앞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 나서 첫 선을 보이게 될 텐데요. 저마다 출정식, 고사 등을 통해 미리 새 시즌에서의 선전을 바라고, 각오를 다지기도 하지만 유독 올 시즌에는 개막을 앞두고 각 팀들이 팬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로 뜨겁게 분위기를 달구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선수, 감독이 직접 거리에 나서는가 하면 기발한 방법으로 팬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모습도 곳곳에서 나타났는데요. 그저 그라운드에서만 볼 수 있을 줄만 알았던 선수, 감독을 가까이에서 보고, 마치 친구-오빠-형처럼 느껴지게 하다 보니 팬들도 리그 개막 전부터 일찍이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입니다.

▲ K-리그 미디어데이 행사 ⓒ연합뉴스
K-리그 최고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수원 삼성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요 선수들의 화보를 공개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염기훈, 양상민, 황재원 등 기존 선수들과 최성국, 정성룡, 이용래, 베르손 등 이적생들까지 스타급 선수들을 모두 화보 모델로 삼아 상반신을 노출한 채 사진을 촬영해 일반팬들에 선보였습니다. 축구 선수들의 탄탄한 복근 뿐 아니라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여성팬들로부터 상당한 반응을 모았는데요. 특히 선수 뿐 아니라 윤성효 감독까지 화보 촬영에 응하는 '파격'을 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강원 FC 역시 이색적인 출정식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중하위권 성적과는 다르게 창단부터 색다른 마케팅으로 지역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강원은 출정식을 강원 경포 해수욕장에서 가져 예능프로그램 '1박2일'식 입수 의식을 갖고 시원한 한 시즌을 보내기를 다짐했습니다. 이미 지난 시즌에 팬들과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하면 바다에 입수하겠다'는 약속을 한 터라 강원 선수들은 빼도박도 못 한 채 추운 겨울 바다에 몸을 던져야 했는데요. 하지만 팬들과 한 약속이라면 절대 깨면 안 된다면서 김원동 사장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이 입수를 해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강원은 그밖에도 시즌 선전을 기원하는 고사에서 돼지머리 옆에 축구공을 놓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는가 하면 틈틈이 불우이웃, 폭설 피해 가구를 위한 봉사활동 행사를 가져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마케팅도 재미있었습니다. 인천은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과 서포터들이 유람선을 타고 인천항을 돌며 새 시즌 선전을 기원하는 팬미팅 행사를 가졌습니다. 풍선 날리기, 불꽃놀이, 가수 초청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벌어졌던 가운데서 허정무 감독은 팬과 선상에서 댄스 타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역 특색에 맞게 팬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새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도 다지는 행사로서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킥오프 기자회견에서 윤빛가람, 이운재 등 각 구단 선수들이 감독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부산 아이파크도 눈길을 끄는 사전 개막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팬들과 함께 야구영화 '글러브'를 함께 관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가 하면 안익수 감독이 부임한 뒤 가진 첫 행사로 지역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등 의미 있는 행사로 새 시즌 출발을 알렸습니다. 또 올 시즌 경북 상주로 연고를 옮긴 상주 상무는 선수단 전원이 바이크를 타고 상주 시내를 돌며 인사를 하는 '바이크 퍼레이드'를 펼쳐 지역 팬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대구 FC는 서포터스 연합과 간담회를 가지며 팬들과 열어놓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행사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공격적인 팬마케팅으로 평균 관중 3만 시대를 연 FC 서울의 행보도 역시 대단했습니다. 서울은 프로 구단 최초로 소셜커머스를 통한 티켓 판매를 열어 화제를 모았는데요. 연중 예매나 교환 없이 바로 입장 가능한 입장권 5매로 구성돼 있는 이 티켓북은 일일이 티케팅 할 필요 없이 전용 입구를 통해 경기장 입장이 곧바로 가능해 서울 팬들로부터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서울은 올해도 팬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마케팅으로 관중을 더 끌어 모으겠다고 밝혔는데 그 출발을 요즘 대세라 할 수 있는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앞으로 또 어떤 마케팅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어쨌든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의미 있는 티켓북 오픈이었습니다.

이렇게 개막 전부터 다양한 볼거리, 흥밋거리로 팬들의 이목을 끄는 것 자체만으로도 K-리그 구단들이 이전과는 확연히 뭔가 달라 보인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틀에 박힌 것에서 벗어나 색다르고 파격적인 실험으로 팬도 재미있어하고, 구단도 유무형적인 이익을 얻는다면 당연히 축구계도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몇몇 구단이 아니라 전 구단이 다각도로 마치 경쟁하듯이 다양한 노력을 벌이는 것 자체로도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여기에 그쳐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시즌 중에도 계속 이어져 모든 구단들이 팬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환골탈태를 기대하고 '국기' 수준으로 떠오르기를 바라는 축구계가 진정으로 의식이 깨졌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는 이번 시즌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변화 의지를 팬들이 몸소 느낄 정도로 시즌 내내 다각도로 노력해 나간다면 충분히 K-리그의 성공 가능성은 높습니다. 진정으로 팬과 팀, 그리고 리그 전체가 크게 흥하는 2011 K-리그가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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