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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전’의 교훈선거 모드 시동 거는 정치권, ‘무늬만 개혁’으로는 고립될 수 있어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10.16 09:32

[미디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결국 사퇴했지만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크게 나누면 여의도 안과 밖의 문제다. 

여의도 안의 문제는 한 마디로 선거와 연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사퇴가 각 당이 총선 대응 체제로 돌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에 관한 보도가 이런 상황을 보여준다.

이철희 의원은 평론가 출신으로 원내에서도 주로 참모 역할을 자임해왔다. 초선 의원이 정치 전반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386 용퇴론’ 등을 제기하는 것은 물갈이니 인적쇄신이니 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여당 내 공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방일 후 사임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 역시 여당 내에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보도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낙연 국무총리의 총선 전 당 복귀는 이미 기정사실이다.

이런 보도가 나온 것에는 조국 전 장관의 사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기 적당한 시점이라는 맥락이 반영된 걸로 보인다. 앞서 이철희 의원이 정치 전반의 문제를 지적한 것 역시 조국 전 장관 문제를 근거로 하고 있다.

각 당이 선거 대응 모드로 돌입하고 있다는 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대략 드러났다. 여당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과잉수사’ 등을 지적하면서 검찰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의 빠른 처리의 필요성 역시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은 조국 전 장관의 사퇴를 비겁한 행위로 평가하고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안에 조국 전 장관 수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양쪽의 태도는 총선까지 이르는 과정에 각자가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을 내세우며 ‘기득권 세력’과의 대결구도를 강조하는 식의 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을 마지막까지 개혁의 상징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여당의 이런 행보를 대의의 실현이 아닌 정파적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폄하하면서 보수정치의 단결과 통합을 도모할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을 ‘가족사기단’의 수괴처럼 묘사하면서 공수처를 현 정권의 장기집권 수단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쪽은 개혁을 하자고 하고 다른 한쪽은 개혁을 사익 추구를 위한 ‘가짜 명분’으로 폄하하는 광경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 문제는 오히려 개혁을 하자고 하는 쪽이 기만적 태도를 취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돼있다.

여당은 검찰의 과잉수사를 말하지만 검찰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위법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적절한 시점은 언제일까? 또, 권력을 가진 수사 대상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방어에 나설 경우 검찰은 어떻게 해야 할까?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수사는 다를 수밖에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있듯, 검찰의 수사는 권력을 가진 사람에겐 가혹하고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겐 절제된 방식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처럼 그간의 검찰 수사는 거꾸로였다. 있는 사람에겐 신사적이고 없는 사람에겐 가혹했다. 이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이 할 일은 보다 철저한 수사와 조국 전 장관의 전폭적 수사 협조를 촉구하는 것이 됐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거꾸로였다. 조국 전 장관은 ‘11시간 압수수색’과 ‘짜장면’이라는 자극적 상징들 속에서 오로지 ‘피해자’로 규정됐다. 검찰의 해명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는 실제로 개혁을 추진하는 동력이 되기보다는 개혁에 동의하는 세력들 간의 분열과 상호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구도는 여의도 밖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유튜브 언론인’의 인터넷 방송이 대표적이다. ‘유튜브 언론인’은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이후에도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일방적 주장을 계속하며 ‘공영방송 길들이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 “여성 기자가 검사에게 잘 보여 정보를 쉽게 취득했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뒤늦게 사과라도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유튜브 방송인’의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조국 전 장관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시각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은 이른바 ‘진영논리’라고들 하는 정파성의 발현이기도 하지만 보다 넓게 보면 기득권에 대한 적대감, 즉 ‘르상티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각의 실연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반기득권적 감각은 보편적 대의명분으로 폭넓게 조직될 때만 대안적 정치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권력이 ‘개혁’을 지금처럼 일종의 포장지로만 사고하는 상황에선 오히려 스스로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이제는 개혁이 아닌 실용”이라는 구도를 들고 나오거나, 색깔이 불분명한 정치 신인을 대거 영입하는 식으로 대응하자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유일한 답은 권력이 스스로 약속했던 개혁을 실제로 추진하고 성과를 내는 것뿐이다. ‘눈 가리고 아웅’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 그게 ‘조국 대전’의 가장 큰 교훈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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