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사망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소식이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걸그룹으로, 다시 성인 연기자로 변신하며 열심히 살려 노력했던 설리다. 하지만 그는 허무하게 갑자기 떠나버렸다.

지인들은 평소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고 한다.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 증세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듯 보였다. 방송 활동도 정기적으로 하면서 다시 연예인 설리로서 살아가는 듯했다.

설리가 출연했던 <악플의 밤>은 사망 후 공격을 받고 있다. 깊은 상처를 입은 설리에게 악플을 읽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치유의 과정을 경험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다만, 설리의 심리 상태가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면 내상이 더욱 심하게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 부분이 아쉽고 안타깝다. 전문가 상담이 병행된 방식이었다면 좀 달라졌을까?

설리 [소속사 제공]

"경황이 없어 입장 발표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설리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믿기지 않고 비통할 따름입니다. 갑작스러운 비보로 슬픔에 빠진 유가족 분들을 위해 루머 유포나 추측성 기사는 자제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리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설리 소속사인 SM은 조금 늦게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소속사 역시 이런 극단적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SM의 마스코트(긍정적 의미의)와 같은 존재가 설리였다. 어린아이 시절부터 SM 소속으로 살아왔던 설리. SM은 설리의 집이었다.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는 설리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매니저가 당일 스케줄이 있음에도 연락이 되지 않아 집을 찾았다 사망한 설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전날까지도 아무런 징후가 없었다고 한다. 새로운 일들에 대해 즐겁고 밝은 이야기들을 해왔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실제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로서 밖에서는 밝은 척해야 할 때가 많다"

설리가 고정 MC로 출연하고 있던 <악플의 밤>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대목이었다. 최진리와 설리라는 서로 다른 자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 설리에게 그 삶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인간 최진리는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는 밝은 척해야 하는 이 모순된 삶에 대한 고민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무엇이 그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갔을까? 그저 추론만 해볼 뿐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를 아는 이는 이제 고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설리[연합뉴스 자료사진]

2005년 SBS '서동요'를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한 설리는 2009년 9월 걸그룹 에프엑스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정점을 향해 가던 상황에 멈칫했고, 탈퇴까지 이어져야 했다. 그리고 2015년 배우로 전향하겠다고 밝히며 영화 ‘해적', '패션왕', '리얼' 등에 출연하며 입지를 넓혀갔었다.

참 안타깝기만 하다. 설리가 자신을 표현한 그 대목은 그저 설리만의 모습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서로 다른 자아이니 말이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도 있는 심각한 수준의 불안과 우울은 그래서 위험하게 다가온다. 그 경계선에서 힘겹게 균형을 잡아가려 하지만 그게 어려운 순간도 많이 찾아온다.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명인이기 때문에 악플에 시달리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누구라도 상처 입은 영혼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우린 살아가고 있다. 많은 동료 연예인들은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며 애도하고 있다. 남겨진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애도가 전부다. 그래서 더 서글퍼진다. 이젠 고인이 되어버린 연예인 설리, 그리고 인간 최진리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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