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이윤정 피디가 돌아왔다. 10월 12일 첫 선을 보인 <모두의 거짓말>에 대한,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는 이게 아닐까. 일찍이 풋풋한 젊음의 시대를 가장 열정적으로 그려낸 <태릉선수촌>,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청춘 로코물의 대명사가 되었던 이윤정 피디는 <골든타임>을 끝으로 MBC 시대를 종료한 후 tvN <치즈인더트랩>으로 다시 한번 이윤정 ‘청춘월드’의 건재함을 알렸다.

하지만 2017년 이윤정 피디가 들고 온 작품은 뜻밖에도 진실을 향한 탐사보도 고난기를 담은 <아르곤>, 이를 통해 이윤정 월드는 질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그리고 2019년 OCN을 통해 다시 한번 장르물 <모두의 거짓말>로 돌아왔다.

가려진 진실, 떠오르는 음모

OCN 새 토일 오리지널 <모두의 거짓말>

대기업 족벌경영체제 철폐를 주장하던 청렴한 국회의원 김승철(김종수 분)을 아버지로 둔 김서희(이유영 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남편은 재벌가 JQ의 외아들 정상훈(이준혁 분)이었다.

1회 오프닝과 함께 한 여성이 건물 옥상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이 알려지자 자기 방에서 자해에 가까운 몸부림을 치던 상훈은 김승철을 찾아가 다그친다. 그녀의 죽음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지 않냐고. 도대체 그녀를 희생해서라도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진실을 밝히라고. 그러지 않으면 자기가 나서서 이 모든 것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그리고 뛰쳐나온 상훈은 방문 앞에서 그 모든 것을 듣고 있던 김서희와 마주친다. 김서희는 아버지가 던진 책에 맞아 피 흘리는 상훈을 걱정하지만 상훈은 아내를 외면한 채 떠나버린다.

이 장면에서 떠오른 건 '위선'이다. 청렴한 정치인으로 존경받던 김승철이 한 여성을 희생시켜가면서도 지키려 했던 '진실'이 무엇일까에 대해 시청자들은 의문을 가지며 드라마를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의문도 잠시. 외딴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김승철 의원은 유명을 달리하고, 김승철 의원과 싸우고 나선 정상훈은 소식이 끊긴다.

그런데 김승철 의원이 죽자마자 소속당에서는 김승철 의원 지역구에 딸인 김서희를 내세우려 한다. 그곳에 세워질 JQ의 신재생 에너지사업 관련 측은 김승철 의원의 딸이자 JQ의 며느리인 김서희가 최적의 인물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사업과 무관하게 독일에서 살던 남편을 따라 살다 이제 카페나 운영하는 김서희에게 '정치 입문'이란 날벼락 같은 일. 그런데 뜻밖에도 어머니가 죽은 아버지를 물어뜯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 길'을 도모해야 한다며 김서희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려 한다. 그럼에도 선뜻 결정하지 못한 김서희 앞에 남편의 잘린 손에 이어, 그 손을 자르는 영상과 함께 국회의원 출마를 협박하는 영상이 도착한다.

OCN 새 토일 오리지널 <모두의 거짓말>

어떻게든 남편을 찾으려는 김서희. 그런 서희의 사력을 다한 고군분투에 힘을 더하는 건, 아픈 어머니를 위해 서울 생활을 접으려 하는 광수대 경위 조태식(이민기 분)과 그의 팀원들이다.

우발적 사고사로 접으려 했던 김승철 의원의 교통사고. 하지만 쉽게 덮으려 했던 사건이 자꾸 꼬리를 드러내며 귀촌하려는 조태식의 등덜미를 잡는다. 사고 차량은 하루 만에 폐차 처분되고, 차 안에 있었다던 블랙박스는 사라졌다. 현장에서는 그 누군가의 스키드마크가 의도적으로 제거되었다. 사고인 줄 알았던 사건이 자꾸 의도된 살인사건으로 몸집을 드러낸다. 거기에 당일 죽은 김 의원과 말다툼을 벌였다던 정상훈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잘린 손이 김 의원의 추모식 당일 광장에 놓여진다. 조태식이 발을 빼려 하면 할수록 사건이 그를 잡아끈다.

<아르곤>과 <모두의 거짓말>은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아르곤>은 HBC에 남은 유일한 탐사보도 프로그램 팀, 자극적인 낚시성 기사와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이 산화되는 것'을 막는 마지막 보호막이 되고자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반면, <모두의 거짓말>은 제목에서부터 보여지듯 김승철 의원의 죽음과 정상훈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배경으로 그 속에 담긴 진실을 찾아가는 광수대 조태식 경위와 그의 동료들, 그리고 본의 아니게 국회의원이 되어야 할 김서희의 이야기이다.

<아르곤> 그리고 <모두의 거짓말>

tvN 드라마 <아르곤>

두 작품 모두 '가짜'의 범람이다. <아르곤>은 각자의 정치적 목적, 개인적 이해관계를 위해 편의적으로 조작되거나 사라지는 뉴스라는 ‘가짜’와 싸우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모두의 거짓말>에선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청렴한 국회의원과 그의 지역구에 유치한 JQ의 신재생 에너지사업의 커넥션이라는, 정경유착의 토대 위에 얽혀진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가짜'를 향해 김서희와 조태식이 다가간다.

그리고 그곳엔 '우직'한 한 사람이 있다. 이제는 그의 이름 앞에 '고'라는 안타까운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 김주혁이 분했던, ‘사실'을 통하지 않고서는 진실을 향해 갈 수 없다는 기자 겸 앵커, 아르곤의 팀장 김백진이 있다. 아내가 죽은 순간에도 생방송을 떠날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을 던져 아르곤을, '진실을 향한 탐사보도'를 살려내기 위해 8부작의 시간 동안 참언론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런가 하면 <모두의 거짓말>에는 조태식이 있다. 물론 싸이코라 불릴 정도로 완벽주의인 김백진과는 결을 달리한다. 한때는 똑똑하고 촉도 좋고 몸도 잘 쓰던 조태식은 이제 시골 파출소가 유일한 꿈이 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건이, 한때 똑똑하고 촉도 좋은 조태식을 소환한다. '진실'이 가려지는 장막 속에서 여전한 촉을 빛내며 그곳을 더듬어 어느덧 사건의 중심에 선다.

OCN 새 토일 오리지널 <모두의 거짓말>

그리고 그런 우직한 진실주의자와 함께 뛰는, 성장하는 여성들이 있다. 지방 시사주간지에서 전전하다 해고된 기자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특채된 용병, 당연히 기존 아르곤 팀 동료들에게 '굴러온 돌'인 이연화(천우희 분). 하지만 그녀의 호기심 어린 열정이 아르곤의 굴러온 돌에서 어엿한 ‘기자’ 이연화로 성장시킨다.

그런가 하면 그녀가 잘한 것이라고는 JQ의 며느리가 된 것밖에는 없다는, 아버지의 이름값에는 한없이 부족했던 <모두의 거짓말>의 김서희. 하지만 그런 그녀를 그 누구보다 아껴주었던 아버지. 비록 함께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 앞에 무장해제 되어버리는 김서희가 남편을 찾기 위해 국회의원이란 이름값을 기꺼이 받아든다. 그리고 남편을 찾아,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향해 뛰어든다.

그리고, 조태식의 명실상부 오른팔 열혈 형사 강진경(김시은 분)도 빼놓을 수 없다. 육상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머리로 하는 건 좀 부족해도 몸으로 하는 건 자신 있다는 강 형사는 첫 발령을 받았던 대구서 서장의 조카를 뺑소니범으로 잡은 이래 예의 '단무지'적인 마인드로 달려드는 모습에서 <아르곤>의 이연화가 오버랩된다.

OCN 새 토일 오리지널 <모두의 거짓말>

청춘 로코의 명장답게 이윤정 피디는 장르물이지만 특유의 정서적인 색감으로 각 씬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낸다. 거기에 각각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연출방식으로 단 2회 만에 주인공들의 매력을 드러내보인다. 한없이 무력하고 연약한 듯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할 것 같은 김서희. 나른한 퇴직 형사의 분위기를 보이지만 순간순간 변하는 눈빛에서 여전한 촉을 드러내는 조태식. 그리고 단 한 씬으로도 캐릭터가 보이는 등장인물 군상이 과연 앞으로 어떤 갈등과 조합을 이뤄나갈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비록 시청률은 부진했지만 <아르곤>은 8부의 시간 동안 그 어떤 작품보다 '언론'이 가야 할 진실에 대해 혜안을 보여주었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바통을 이어받은 <모두의 거짓말> 역시 첫술에 배부르진 않았다. 그래도 첫 회 1.375%에 이어 2회 2.163%로 두 배에 가까운 상승으로 위선을 뚫고 진실을 향해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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