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이 본선 무대에 올릴 최종 스무 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2주에 걸친 최종 예선은 결과는 대체로 다섯 명의 멘토들의 성향과 맞게 짜여졌다. 그야말로 멘토들의 주관적 판단과 의지로 선발된 것이다. 주관적인 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객관성이라는 대단히 불안한 숫자놀음의 결과보다는 차라리 더 나을 수도 있다. 적어도 이 최종 예선의 선발 방식은 슈퍼스타K를 뛰어넘은 위대한 탄생의 자기 색깔 찾기에 성공한 부분이라고 보고 싶다.

물론 위대한 탄생도 본선 무대에 가서는 여러 이유로 인해 시청자 참여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스무 명을 고르는 예선 파이널을 보자면 슈퍼스타K처럼 전적으로 모바일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방법은 피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했다. 어차피 대중가수가 될 재목이기에 대중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슈퍼스타K의 논리가 매우 타당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함정은 냉정함 심사가 아닌 인기투표장으로의 전락이었다. 적어도 오디션이라면 그런 방법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줄기차게 위대한 탄생을 욕하고 비난해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예선 파이널만은 충분히 합리적이고 또한 독보적인 아이템 만들기에 성공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난하게 흘러가던 멘토들의 멘티 선정에 문제가 생겼다. 마지막 팀까지 모두 심사를 했지만 스무 명의 숫자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이은미와 김윤아 두 사람이 각각 한 사람씩의 멘티를 뽑지 않았다. 결국 다시 한 번 탈락자들을 모두 무대에 세워두고 한 명씩을 충원하는 패자 부활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일반적인 예상과 많이 빗나가게 나왔다. 앞서도 말했듯이 멘토들의 결정은 자신들의 음악적 성향에 따른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기에 일반적이지 않다고, 대중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 선택을 성급하게 조작이니 뭐니 비난하는 것은 경솔한 태도다. 그러나 그 최종 패자 부활전에서 김태원이 “위대한 탄생에서 가장 원하는 사람은 놀라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 것처럼 결과는 분명 이야깃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아니 어쩌면 이야깃거리를 위한 위험한 안배일 수도 있다.

가장 뜨거운 관심은 이은미에게 쏟아지고 있다. 이은미가 최종 선택한 멘티가 재일동포 권리세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은미가 앞서 선택한 멘티들과 권리세는 우선 성향이 많이 다른 참가자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뭔가 배경이 있는 선택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된 이은미의 첫 번째 멘티 김헤리 선택에 이어 권리세까지 위대한 탄생 최종 엔트리 스무 명 아니 다섯 명의 멘토 중 논란의 소지는 모두 이은미 팀에 집중되었다.

그런 것을 이미 저어했던지 신승훈은 “어떠한 멘토들이나 제작진과의 의견 조율이나 합의가 없었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그 말 때문에라도 의심을 하게 된 사람도 없지는 않을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은미가 춤추며 노래하는 걸그룹 스타일의 권리세에게 최종 낙점을 했다는 것이 쉽게 수긍하기는 어려운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탓이다. 그러는 한편 이런저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노래에 대해 대단히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로 일관해온 이은미이기에 의심을 걷어버리고 신뢰하고 싶은 마음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면서도 시쳇말로 “권리세가 최선입니까?”라고 이은미에게 묻고 싶은 사람이 참 많을 것이다. 그 대답이라면 아직은 권리세가 이은미의 도전 정신에 불을 질렀다는 이유밖에는 없다. 그리고 분명하게 달라진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것이 이은미의 판단이라면 일단은 믿어줘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자리의 멘토들을 믿어야 할 것이다. 다만 결코 길지 않은 멘토 스쿨 기간 동안 보아를 흉내 내던 권리세가 이은미의 색깔로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남는다.

결과는 멘토 스쿨이 끝난 본선 무대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는 과정을 통해 이은미는 위대한 탄생의 가장 위험한 화약고가 될 것이다. 그 화약고에는 하나가 아닌 김혜리와 권리세라는 두 개의 뇌관이 장치되어 있다. 이 화약고의 존재는 우선 위대한 탄생의 시청률에는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김혜리, 권리세 두 참가자가 멘토 스쿨을 통해 정말 시청자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백조로 탄생하게 된다면 그만한 성공과 반전 또한 없을 것이며 그것은 결국 위대한 탄생의 성공지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미지수이며 더 솔직히 말하자면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그다지 크지 않다. 남은 것은 본선 무대에 설 두 사람을 통해서 이은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거나 아니면 정말 잃고 싶지 않은 좋은 가수 이은미에 대한 실망으로 남게 될 것이다. 가능하다면 전자이길 진정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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