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인 한 시즌을 보낸 팀을 꼽는다면 바로 제주 유나이티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년 최하위를 거듭하다 완전히 다른 팀으로 탈바꿈해 결국 준우승을 차지한 제주는 연고 이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베테랑 김은중의 재발견, 신예 구자철의 대성장, 박경훈 감독의 재기 등 다양한 성과도 있었고, 무엇보다 중소규모 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K-리그 전체에도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올 시즌 개막을 1주일 앞두고 제주 축구가 또 한 번의 혁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록 팀 전력의 핵이었던 구자철이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떠나 공백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지난해 보여줬던 제주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못다 이룬 우승의 꿈을 이뤄내려 합니다.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준우승의 기적처럼 올해도 제주는 '한라봉 혁명'을 조용히 준비하며 새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 K-리그 2010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 1차전 제주 유나이티드와 FC서울 경기에서 제주선수들이 서울 김진규의 프리킥을 막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제주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아시아 정상에 도전장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리그 준우승으로 얻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출전 티켓으로 제주는 K-리그 정상 뿐 아니라 아시아 정상에도 도전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전년도 K-리그 우승팀이 아닌 팀들(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성남 일화)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우승을 차지했던 전력을 생각한다면 제주도 아시아 정상 문을 노크할 수 있는 저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빡빡한 일정, 그리고 그에 따른 시즌 운용 경험 부족, 체력 부담이 다소 걸림돌이 되기는 해도 전략만 잘 짠다면 해볼 만한 도전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다 보니 올해 제주는 더 큰 포부를 갖고, 알차게 전력 구성을 하며 진짜 기적을 일궈내려 하고 있습니다. 신영록, 강수일 등을 각각 수원, 인천에서 영입해 기존의 김은중, 배기종 등과 호흡을 맞춰 보다 강력한 공격 축구를 구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기존의 홍정호, 강민혁으로 이어지는 중앙 수비 라인이 건재한 가운데, 최원권이 측면 풀백 자원으로 새로이 영입돼 수비 안정 뿐 아니라 공격 루트 다양화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썼습니다.

구자철 정도를 제외하고는 크게 전력의 변화가 없었던데다 오히려 보다 안정적이고 탄탄한 스쿼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중한 '오프(Off)-시즌'을 보냈습니다.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없다보니 지난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는 더욱 끈적끈적한 축구를 구사하며 더 큰 기적을 일궈내겠다는 것이 제주 선수들의 생각입니다. 구자철이 없어도 박현범, 오승범, 이상협 등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건재한데다 지난해 구자철 없이 5연승을 달렸던 저력도 있어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제주 박경훈 감독의 말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선수들이 서로 믿고, 올 시즌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내비친 것입니다.

'따뜻한 리더십'으로 주목받았던 박경훈 감독의 리더십도 더욱 위력을 발휘할 전망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난해 준우승을 계기로 박경훈 감독이 이전에 갖지 못했던 자신감 그리고 자존심을 찾았다고 봤을 때 올해는 더욱 안정된 마음가짐으로, 더 자신감을 갖고 팀을 이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본인 역시 미디어데이를 통해 "제주는 만년 중하위권 팀에서 2위까지 올라섰다. 올 시즌 부진하면 그 성과의 의미가 퇴색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을 더욱 잘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다부진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이전까지 한 번도 밟지 못했던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다시 한 번 밟고 우승까지 일궈내고 싶은 박경훈 감독의 마법은 올해도 상당히 주목해 볼 만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만큼 제주 축구가 인상적인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해보다 팀이 더 끈끈하게 다져지고, 이를 통해 더 자신감을 갖고 새 시즌을 맞이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해 K-리그를 밝게 빛냈던 제주 축구의 혁명이 올해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한라봉 혁명'의 힘을 발산해내는 새 시즌이 될 수 있을지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쾌거가 기적이 아님을 보여주려 하는 '한라봉 군단'의 도전을 주목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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