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일본의 남쪽 끝자락 섬에서는 우리 프로야구단들의 마무리 전지훈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오키나와를 오가며 쉽사리 들을 수 있던 한국어, 우리들의 취재열기와 제작 경쟁은 어제부터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을 겁니다.

아직도 몇몇 사들의 취재, 제작팀들은 캠프를 지킵니다만, 일본팀들이 고스란히 남은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저 역시도 어제 귀국한 뒤, 프로야구 전지훈련 출장의 후속편처럼 "오키나와 통신" 포스팅을 이어가는데요. -이미 "소문난 경기, 카메라만 많더라" 라는 현지에서의 포스팅에서도 밝혔습니다만. -

오늘의 이야기는 일본의 뜨거운 야구열기, 특히 방송들의 야구 관련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본 프로야구의 열기는 이미 다른 여러 가지 측면에서도 우리에게 유명합니다. 다양한 야구장, 좋은 시설과 역사, 관중 숫자와 리그의 가치 등에서 일본 프로야구는 아시아를 대표한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민감하신 분들도 계신데, 야구실력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인프라와 리그 수준을 말하는 거죠.-

일본 야구에 뜨거움과 대단함, 그 모습은 "방송"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에서 마주하는 일본 방송의 모습은 우리들의 제작 분위기와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불과 2~3년전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포츠 채널의 전지훈련 취재.

이전에도 공중파와 스포츠 신문에서는 겨울철 한 번씩 전지훈련지를 찾아오곤 했지만, 다양한 정보가 함께하진 못했죠. 각 구단의 연고지역의 지역공중파에서 전지훈련 특집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역시 진부한 부분이 많았다는 거.

그런 가운데 일본 방송들의 전지훈련 취재는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오키나와를 포함한 전지훈련지에서의 주요 일정 가운데 하나인 "연습경기".

이 경기를 커버하는데 일본의 대다수 방송들은 기본적으로 3~4대의 ENG 카메라를 동원해 입체적인 화면을 만듭니다. 비록, 중계차를 가져오진 못했지만, 그림 구성에 있어서는 중계차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거죠.

경기를 직접 보면서 상황들을 기록하고, 각자의 자리마다 역할을 정해 중계처럼 화면을 만들어내는 건 기본, 그날 펼쳐진 경기를 본토에 있는 홈 팬들에게 바로 보여주기 위해 위성 송출까지도 하는 모습입니다.

일본방송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열기는 이뿐이 아니죠. TV를 보면 이맘때 쉽사리 볼 수 있는 중계가 바로 유명 팀들의 연습경기 중계방송, 심지어 한 구단의 자체 홍백전을 중계하기도 합니다. -저도 출장 기간 동안 한신의 홍백전 경기를 현지 채널로 3번이나 봤다는-

전지훈련지 특유의 자유스러움도 느낄 수 있긴 합니다만, 제작의 진지함도 상당하다는 생각인데요. 선수나 감독을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긴 기다림을 갖는 건 기본, 훈련이나 경기를 지켜볼 때도 조심스러움이 넘쳐납니다.

최대한의 예의를 갖춘 가운데 그들의 입장에 맞춘 제작 방식도 인상적이었다는 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가 높기에 제작하는 인원들도 많고, 제작 기간도 긴 일본의 전지훈련 관련 프로그램들.

그 실상을 정확한 완제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제작과 진행과정의 진지함과 노력은 분명 대단하단 느낌이었습니다. 또 다른 특성은 각 구단을 담당하는 취재진이나 제작진이 오랜 기간 함께하고, 또 그 분야만을 담당한다는 거.

자연스럽게 전문성이 함께하고, 선수들의 특성이나 경기 스타일에 대해서도 익숙한 가운데 방송을 만들게 됩니다. 지역연고구단에 대해 지역의 방송들이 담당함으로서 철저하고, 세밀한 내용을 다룰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죠.

우리의 방송, 우리의 야구관련 프로그램들도 분명 많이 변화하고 있으며,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야구를 다루고 있긴 합니다만. 아직도 우리 제작방식은 사실 매우 방송이나 언론사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싫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갈수록 선수나 구단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 노력하며, 서로를 배려하며 제작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분위기이긴 합니다. 선수들의 자세도 매우 적극적이고, 방송들도 과거보다 예의를 갖추며 접근을 달리 하기도 하죠.

하지만, 여전히 야구 취재나 제작이란 부분에 많은 투자나 관심이 함께하는 건 아닌데다 전문성은 여전히 여러 부분 부족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돌이켜보며, 다시금 일본의 야구관련 방송 제작 과정을 비교하면, 역시나 많은 걸 느낍니다.

투자, 열정, 그리고 야구에 대한 진지함과 애정, 그런 것들이 시청자와 제작자에게 모두 함께한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일본 프로야구의 열기와 수준은 방송에서, 그 제작자들로부터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반성도 해봅니다. 과연 현지에서 같이 취재하고 제작하며,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지, 어떤 느낌을 주었을지 말입니다. 동종업계의 제작자로서, 카메라 3~4대 이상이 함께한 경기 그림의 차이를 알기에, 또 야구에 대한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기에...

야구사랑에 대한 열등감과 더욱 노력하고 잘 해야겠다는 진부하지만, 중요한 다짐을 받은 순간, 2011, 오키나와 출장이었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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