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조중동매경 종합편성채널의 개국을 앞둔 가운데 외주제작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방송협회 주최로 진행된 ‘스마트 시대 방송 콘텐츠 진흥방안’ 토론회에서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종편이 드라마나 예능시장에 뛰어들면서 우량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외주 제작사들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종편도입으로 예능 및 드라마 중심의 수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지만 교양이나 다큐 분야의 외주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며 “외주제작사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23일 방송협회 주최로 방송회관에서 열린 '스마트시대 방송콘텐츠 진흥방안' 토론회ⓒ권순택
김동준 실장은 최근 MBC가 <하이킥3>을 2편보다 무려 175%나 증가한 금액으로 사들인 예를 들어 종편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분석이라며 이는 곧 방송사의 수익성 감소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5년부터 지상파 3사 드라마 장르의 경우, 자체제작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KBS 47%, MBC 74%, SBS는 98%에 육박한다”면서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제작주체 간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드라마 외주제작사는 협찬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지만 방송사는 이마저 불가능해 거의 모든 드라마를 외주에 의존하고 있다”며 “의무 외주비율도 제작비가 비싼 드라마 위주로 채우면서 대형 드라마 제작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독립제작사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준 실장은 “종편이 새롭게 등장하고 협찬고지 금지에 따라 지상파 방송 콘텐츠 제작역량의 유출 및 제작 재원 고갈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차별적 외주제작 정책은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에는 제작협찬고지를, 외주제작사에는 간접광고를 허용해 신규 재원유입으로 제작주체들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를 도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더 늦기 전에 지상파 자체제작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동준 실장은 “교양장르에서 독립제작사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할 때 협찬고지는 일단 오락 및 드라마에 한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는 “제작지원을 위해 협찬고지를 지상파에 허용하는 것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드라마와 예능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마의 경우 대형기획물부터 단계적 허용하고 예능프로그램은 아직 지상파의 영향이 큰 만큼 당장의 협찬고지 허용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겨울연가> 한류열풍, 외주정책의 결과는 아니다”

윤석년 광주대 신방과 교수 역시 “지상파 방송의 폐쇄적인 제작방식과 독과점 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제작 주체를 마련해야 한다는 외주정책 취지에 공감하고 백번 수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문제는 외주정책이 외주제작 의무 편성비율에 초점을 맞춘 것이 과연 제대로 된 결과를 가져왔느냐의 부분”이라며 “아니다. 콘텐츠의 다양성은 물론 양적·질적 개선도 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방송법과 시행령을 통해 지상파는 매월 전체 방송시간의 40%를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의무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외주에서 제작된 <겨울연가>가 일본시장에서 한류열풍을 일으켰다”며 “그러나 그것은 제작자들이 한땀 한땀 흘린 결과지 우리나라의 외주정책의 결과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방송콘텐츠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외주정책은 하나의 수단으로서 존재할 때만 의미가 있다”며 “외주정책을 지상파에 대한 규제 위주로 가져가는 것은 직무태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드라마 제작 여건에서 법률로 정한 방송광고시간을 모두 광고주에게 팔더라도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는 구조”라며 “제작재원 마련을 위해 외주정책의 변화가 불가피 하다”고 강조했다.

윤석년 교수는 “그러나 외주비율의 재조정이 독립제작사 육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조미애 뉴컴 대표는 “외주사의 설 땅이 되고 있는 협찬고지는 아직 방송사에 허가해서는 안된다”면서 “방송사의 광고수익 감소를 외주제작사에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합토론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권호영 수석 연구원 역시 “지상파방송사가 드라마를 외주제작하는 것은 내부에서 제작하면 비용이 더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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