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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흔드는 ‘유튜브 언론인’의 활약‘양승동 사장’ 직접 언급 이후 KBS 태도 변화, 바람직한 일인지 따져봐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10.10 09:36

[미디어스] ‘유튜브 언론인’의 활약이 눈부시다. 몇 차례의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공영방송인 KBS를 그야말로 쥐락펴락 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과연 이 상황이 바람직한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이 주장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을 관리했던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경록 씨의 KBS 인터뷰 사실이 거의 실시간으로 검찰에 알려졌다는 것이다. 둘째는 KBS가 김경록 씨를 인터뷰 해놓고 이 내용을 검찰 시각을 뒷받침하는 기사의 근거로 썼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KBS와 검찰 간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유시민 이사장 주장의 핵심이다.

KBS는 의혹 제기 직후 뉴스 보도를 통해 검찰에 인터뷰 내용을 어떤 형태로든 그대로 검찰에 전달한 바 없으며, 다만 일부 사실관계 확인을 한 바는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시민 이사장의 반박이 이어지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조사를 진행하고 조국 장관 보도와 관련한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내놨다. 

누군가 언론과 검찰의 유착 때문에 부당한 고통을 당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왕 진상조사위를 구성한다니 KBS가 의혹에 대한 진실한 해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특히 검찰에 ‘크로스체크’를 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가 명확해져야 한다. 특별취재팀을 꾸리겠다는 것 역시 기존의 공식 라인을 무력화시키는 결과가 아닌, 보다 진실에 근접한 보도를 내놓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좋은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은 적절한 것일까? ‘법적대응’까지 언급하던 KBS의 태도가 바뀐 것은 유시민 이사장이 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재반박에 나선 이후이다. 유시민 이사장이 이 방송 인터뷰에서 제기한 것은 기존의 자기 주장을 사실상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 무언가 새로운 입장 표명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은 양승동 KBS 사장을 직접 언급한 것 정도이다. 외부에서 알 수 없는 다른 과정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KBS의 태도 변화는 이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라는 직책은 이 정권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일 수밖에 없다. 초대 이사장은 한명숙 전 총리였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 직책을 직접 맡은 바 있다. 유시민 이사장이 바로 전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사장이었다. 이렇게 보면 유시민 이사장은 언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여권 핵심’의 한 명이다. ‘여권 핵심’이 여론을 등에 업은 채 공영방송 사장을 직접 압박했고, 이 압박이 실제로 먹힌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이 상황에 대한 의문은 KBS가 했다는 보도의 가치를 따져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문제가 된 KBS 보도는 당사자인 김경록 씨 입장에서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조국 장관 관련 의혹 보도를 지켜보는 제3자 입장에서는 이 보도를 통해 새롭게 얻게 된 정보가 많지 않다. KBS의 보도의 취지는 코링크PE의 펀드 운용에 대한 정보를 정경심 교수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 의혹은 KBS 보도 이전에 이미 제기된 상태였다.

정경심 교수와 코링크PE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 제기는 정경심 교수가 입출금기록 메모에 ‘Kolieq’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의혹은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이 처음 제기했다. 정점식 의원은 검찰 출신이고 지난 보궐선거에서 통영 고성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황교안의 아바타’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가까운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 외에도 논란 초기 조국 장관에 대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상당 부분 검찰 출신의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한 것이었다.

그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나 언론과의 유착 문제를 논하자는 것이라면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KBS 보도를 문제삼기보다는 이런 사례를 말하는 게 더 합리적인 태도로 보인다. 이보다 김경록 씨의 인터뷰와 관련 보도를 중요하게 여길만한 것은 ‘당사자들’ 뿐이다. 이 ‘당사자들’에는 정경심 교수가 포함된다. 언론은 정경심 교수가 김경록 씨의 하드디스크 교체 등 증거인멸 관련 검찰 진술을 문제삼으며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등의 항의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KBS 관련 보도도 이때 이뤄졌다.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직후 이 방송에서 이뤄진 문답 녹취 전문이 각 언론에 공개된 것도 이 의혹이 어떤 맥락에 있는 것인지를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이 녹취는 유시민 이사장이 김경록 씨 발언 중 ‘증거인멸 인정’과 관련한 대목을 누락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근거로 보도되고 있다.

검찰 수사의 맥락에서 보자면 증거인멸과 관련해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김경록 씨가 이를 부인하는 발언을 공적인 자리에서 계속 한다는 것은 구속영장 청구의 구실이 될 수 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김경록 씨는 본인에 대한 처벌의 가능성은 최대한 낮추면서 정경심 교수 측의 법적 대응에는 협력하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은 결과적으로 김경록 씨가 혼자만 사는 길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유시민 이사장은 이전에도 최성해 동양대 총장과 통화한 일에 대해 ‘유튜브 언론인’으로서 취재를 한 거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제는 ‘믿지 못할 사람’이 된 최성해 총장은 당시 유시민 이사장이 취재가 아니라 특정한 방향으로 말을 맞춰달라는 요구를 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언론인’의 활동이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조국 장관 일가의 ‘법적 대응’ 조력과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여론 형성을 위한 것이라는 의심은 여기서도 가능하다.

유시민 이사장은 정권 초기 공직을 거부하며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바 있다. 이 정권의 개혁 정책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라면 할 수도 있는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역할은 과도하다. 유시민 이사장과 같은 인물들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과거 보수정권을 향한 분노와 검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본다. 이것이 무슨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정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여권 전체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이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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