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떠오른 한국 축구 아이콘을 꼽는다면 바로 '10대 분데스리거' 손흥민(함부르크 SV)입니다. 탄탄한 기량, 실력만을 바탕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입성해 단 두 해 만에 18살 나이에 1군 리그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손흥민은 연일 팬들을 놀라게 하는 활약으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넣은 장면 자체가 도저히 10대 선수가 넣었다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완벽했던 것을 시작으로 손흥민은 탄탄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개인 기량 자체가 이전의 선수들과는 뭔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또 생전 처음 A대표팀으로 나섰던 아시안컵에서도 대담한 플레이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탄력적인 몸놀림과 남다른 감각, 드리블, 패스, 슈팅을 모두 겸비한 전천후 공격수 손흥민의 활약상은 한국팬뿐 아니라 이날 그의 소속팀 함부르크 SV 팬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상당한 관심과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를 이끌 차세대 '신성'으로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이 '신성'이 남다른 기량만큼이나 더 눈길이 가는 것은 바로 경기 내내 항상 웃음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환한 미소를 보이기도 하고, 아쉬운 장면이 나오면 혀를 낼름거리면서 역시 웃음을 잃지 않으며 '스마일맨'의 모습을 유지합니다. 다리에 쥐가 나도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향해 환한 웃음을 띠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 경기 시작 전에도 비장한 각오로 나서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환한 미소를 보이면서 자신 있게 입장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어 왔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손흥민은 '심리적인 면'에서도 남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오히려 이 웃음이 손흥민의 매력이면서도 진정한 강점처럼 다가오기까지 합니다.

손흥민이 출전하는 경기를 자주 본 팬들은 알겠지만 그가 경기 중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거의 보기 드뭅니다. 아주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다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하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던 아시안컵 준결승전 일본전을 제외하고는 손흥민의 표정을 잘 보면 웃음기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됩니다. 슈팅이나 패스 시도가 아쉽게 돼도 흐트러짐 없이 곧바로 제 자리를 찾아가고, 뭔가 동료 선수가 좋은 기회를 줄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저 선수 10대 맞아?'라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보니 손흥민의 웃음에 푹 빠진 '소녀팬'들도 덩달아 많아졌고, 축구팬들 역시 '이전 선수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손흥민이 경기 중에 자주 웃는 것은 그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아버지인 손웅정 춘천FC 감독의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손 감독은 평소 손흥민을 엄하게 키우기로 소문나 있지만 덩달아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면서 축구 자체를 자기 것으로 자연스럽게 만들도록 해왔습니다. 경기가 잘 안 풀리면 답답한 나머지 표정에서도 그것이 나타나게 마련인데 그렇다 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 플레이가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이를 손 감독은 손흥민에게 잘 알려줬고, 손흥민은 '긍정의 힘'으로 매 경기 진지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꾸준하게 성장하는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손흥민의 기량 발전의 원천이라 봐도 좋을 듯싶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의 경기 때 표정을 보면 축구 자체를 즐기기보다 승부에 집착해서 경기에서 앞서고도 늘 찌푸린 인상으로 뛰는 모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경기에는 늘 신중함이 있어야 하고, 비장해야 한다지만 유럽 선수들과 다르게 여유가 없어 보여 심리적인 면에서도 조급해지고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져 강점도 살리지 못하는 계기로 이어져 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린 선수가 기량 뿐 아니라 심리적인 면에서도 여유를 갖고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요령을 터득해 닦아 나간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 봤을 때도 큰 도움이 되고, 이전 선배 선수들과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더불어 훗날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선수로서 주변 동료 선수들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손흥민 스마일 효과'도 기대해 볼만 합니다. 여유를 갖고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선수가 더 많아지는 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이 제대로 이어진다면 한국 축구의 체질적인 개선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해봄직 합니다.

어린 나이에 선배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유럽 4대 리그 가운데 하나인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 첫 해에 함부르크 전력의 한 축으로 떠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손흥민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심리적인 면에서 스스로 제어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고,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 모습이 더 주목할 만합니다. '긍정의 힘', '행복 바이러스'가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스스로 몸소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의 웃음은 앞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갖게 합니다. 늘 그라운드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손흥민의 모습을 앞으로도 10년 넘게 '큰 무대'에서 꾸준하게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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