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국 사태'와 '검찰 개혁'을 두고 서초동과 광화문을 오가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면서 '정치 실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정치권의 무능이 대규모 집회 이후에도 여야의 세 과시와 정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물음이 커지고 있다.

5일 서초동 검찰청사 인근에서는 1주 전에 이어 대규모 촛불집회가 다시 열렸다. 3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던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촉구 대규모 집회는 한글날인 오는 9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각 집회에 대해 거리에 모인 시민들의 숫자를 놓고 따지거나 '조폭집회', '폭력집회', '관제데모' 등의 표현으로 폄훼하는 등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역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사진=연합뉴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 국회를 향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치 지도자라는 분들이 집회에 몇 명이 나왔는지 숫자놀음에 빠져 나라가 반쪽이 나도 관계없다는 것인가. 국회가 갈등과 대립을 녹일 수 있는 용광로가 돼도 모자랄 판인데 이를 부추기는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일갈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민주 정치의 핵심인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대의민주주의가 중대 위기에 처했다. 정당 지도자들이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7일 <'거리의 정치' 앞에서 딜레마 빠진 정치권> 보도에 따르면 정치권 내 일부에서는 '정치 실종'에 대한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도에서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정치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현재 여당의 정치력은 한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고,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당이 검찰과는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움직여 성공시키는 것이 있어야 지지율도 오를 텐데 그저 검찰만 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7일 사설 <시민을 거리로 내모는 '정치 무능' 언제까지 계속될 건가>에서 "시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위해 집회를 여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문제는 제도권 정치가 이런 시민의 뜻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정치 실종'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온 것은 정쟁만 난무하고 정치는 찾아볼 수 없는 국회의 무능함 때문이란 점을 여야는 깊이 명심해야 한다"며 일례로 검찰개혁에 대한 국회 논의를 들었다.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라는 데 이견이 없음에도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정치권이 단 한번도 논의를 한 적 없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서초동에 나온 시민도, 광화문의 시민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 와중에 편가르기를 부추기고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건 스스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르는 것과 같다"며 "여야는 이제라도 지지층을 선동하는 정치를 접고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 10월 7일 사설 <시민을 거리로 내모는 '정치 무능' 언제까지 계속될 건가>

한국일보는 사설 <이젠 문 대통령이 책임 있는 통합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에서 "문제는 사상 초유의 두 집회에서 표출된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해야 할 정치권이 되레 진영 논리와 패거리 의식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고있다는 점"이라며 "대통령부터 여야 지도부까지 지지층 결집에 급급해 분열의 언어를 남발하는 일은 삼가고 '조국 사태'의 출구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여야 정치권의 자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통합을 위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취임사에서 '진정한 국민통합'을 약속한 문 대통령이라면 취임 2년만에 나라가 두쪽 난 이 상황을 책임있게 설명하고, 내편 네편을 모두 설득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여야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여당이 국론분열 상황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야당도 헌정 중단을 불사하는 '닥치고 공격'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사설 <나라의 분열 언제까지… 대통령이 솔로몬의 지혜 발휘해야>에서 "정치권은 오히려 진영 싸움을 부추기며 스스로 대의민주주의 위기를 자초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이 상황을 더는 방관해선 안 된다. 언제까지 편 가르기 정치로 인한 국가의 분열을 보기만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檢은 '조국 수사' 속도 내고, 與野는 분열·갈등 조장 말라>에서 "정치권이 정략적 의도로 진영 간 대결을 부추긴다면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켜 대한민국 공동체에 치유하기 힘든 내상을 입힐 수 있다"면서 "검찰도 수사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 현직 법무장관의 가족들에 대한 수사가 갖는 중압감이 있겠지만 수사가 시간을 끌수록 과잉 수사 등 불필요한 오해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늘 오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수보회의는 3주만에 열리는 것으로 문 대통령이 북미 실무협상 결렬, 조 장관 관련 논란과 대규모 집회, 검찰개혁 이슈 등에 대해 언급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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