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프로야구 팀들의 전지훈련으로도 오키나와는 늘 주목받는 공간입니다만, 올 겨울의 오키나와 열풍은 어느해 보다도 뜨겁습니다. 야구 인기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곳에서 훈련을 펼치는 일본 구단에 대한 관심도 높기 때문인데요.

우리 선수들의 뛰는 일본 프로야구단, 임창용의 야쿠르트나 김병현의 라쿠텐도 물론 그 대상입니다만. 무엇보다 큰 관심은 바로 오릭스라는 거! 박찬호와 이승엽이 함께 뛰는 오릭스는 최소한 한국팬들에게 요미우리보다 더 일본 야구의 상징처럼 다가올지도 모르겠는데요. -과거 국내에서 주니치의 인기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울 듯합니다. 선동열-이종범-이상훈이 뛰던 시절, 주니치 소식은 주요뉴스였습니다.-

이승엽만 함께했던 오늘 삼성과 오릭스의 연습경기.
전지훈련지에서의 경기가 대부분 그렇습니다만,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기보다, 많은 것들을 얻어가기 위한 전력 평가전에 불과했습니다만... 취재진의 규모와 숫자, 그리고 그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거기다 평소 조용하던 삼성의 오키나와 훈련구장인 온나구장의 뜨거움이란 정말, 대단했죠.

4년이 넘게 오키나와를 찾았지만, 이런 뜨거움과 정신없음은 단연 올해가 최고였다는 거.

지난 2007년, 이만수 코치가 SK유니폼을 입고, 삼성과 연습경기를 펼치기 위해 온나구장을 찾았을 때 분위기와 조금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일본 취재진도 없었고, 오늘의 오릭스와 삼성의 만남처럼 방송 제작진도 많진 않았습니다.

오늘 경기를 향한 관심은 모든 야구관련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이미 이번 겨울 전지훈련 일정이 나온 뒤부터 최대 관심사였죠. 특히나 방송들의 열기는 정말 뜨거웠는데요. 중앙 공중파와 스포츠 채널, 지역 방송에 일본의 각종 방송사들까지...

거의 한국시리즈 수준의 취재 열기가 방송사들에게도 함께 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찾은 방송들부터 각종 특집과 다가오는 시즌의 중계방송을 위한 제작물과 시즌 개막 특집 방송 등이 오늘 경기를 품고 제작되고 있다는 거.

정작, 경기는 사람들의 열기와 관심에 비해 조금 시들했습니다.

박찬호 선수는 처음부터 빠진 가운데, 친정팀과 맞붙게 된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집중 조명을 받은 건 이승엽 선수! 다행히(?)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했지만, 조금 아쉬운 모습, 부족한 기분을 남겼고 경기도 루즈한 분위기 속에 2대 1, 삼성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역전승으로 삼성이 승리를 거뒀고, 오승환이나 권오준 선수의 부활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 정도가 인상적이었죠.-

개인적으로는 경기보다 더 관심과 눈길을 끌었던 부분이 바로 "일본 방송"뜰의 야구 제작 과정이었습니다. 하나의 방송사가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3대 이상 동원해 각자 포지션을 정해 녹화를 함으로써, 나중에 중계 느낌이 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하더군요.

최근 중계방송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만... 과거 야구 하이라이트 제작을 위해 카메라 3대로 녹화를 했던 시절의 느낌으로, 적은 숫자로 경기의 상황을 담고, 최대한 중계와 비슷한 그림 구성을 보여주는 노력이 일본 방송들에겐 전지훈련에도 함께했다는 거죠.

뭐, 나름 지난해부터 이런 시도를 봐왔고, 또 이번 오릭스와 삼성의 경기는 한때 중계를 하고자 고민도 했던 입장이기에... 이번 전지훈련 특집 제작을 위해 중계 느낌을 낼 수 있는 최소의 카메라 숫자라 할 3대 동원하긴 했습니다만.. 과연 그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군요. -확인은 나중에 대구MBC 전지훈련 특집 방송을 통해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방송 일정은 추후에 알려드리죠.-

경기보다 더 뜨거웠던 취재 열기, 그리고 일본의 근본적인 야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런 것들이 녹아있던 오늘, 삼성과 오릭스의 경기. 이 맞대결, 기대만큼의 재미는 없었지만, 많은 언론사들에게, 특히 방송에게는 여러 가지로 가치 있는 그림과 내용들이 많았을 겁니다.

이미 오늘 뉴스에서도 많은 것들을 만나실 수 있겠지만...

그 외에 오늘 방송 제작을 위해 함께했던 우리 방송들의 결과물을 야구시즌, 다시금 만나시는 재미 또한, 쏠쏠할 듯한데요. 야구의 봄은 그렇게 방송에서도 만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전지훈련지를 향하는 야구특집 제작 출장은 매년 이어집니다만. 이렇게 소식을 전하려고 구체적으로 마음을 먹은 건 처음인 듯하네요. 앞으로도 남은 취재기간동안 재미난 이야기가 있으면 또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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