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진행되는 듯하지만, 교묘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풍자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합니다. 예능에서 그런 재미를 찾는 것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 흥미롭고 즐거운 체험을 하게 하는 무도는 다시 한번 풍자의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제시해주었습니다.

사는 것이 고역인 현대인들에 대한 메시지

일본 관광청의 초청으로 오호츠크 해로 떠난 무한도전은 흥미로운 시도로 많은 이야기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틀에서는 여행 버라이어티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진 <1박2일>을 철저하게 따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내는 기민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오호츠크 해가 있는 아바시리에 머문 그들은 설경이 아름다운 곳인 그곳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1박2일에서 자주 사용하는 복불복 형태 속에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상황극은 일부 언론에서도 언급했듯 MBC 뉴스데스크에서 했던 PC방 실험과도 닮아 있습니다.

상황에 지쳐 화를 내기 시작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풍자하는 방식은 무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들의 모습을 단순히 자사 뉴스의 과도하고 우매했던 실험에 대한 조롱으로만 넘기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외형적으로 보이는 실험 속에 숨겨진 진심은 따로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실험 대상을 '음식vs텐트'라는 한정된 상황으로 규정지었습니다. 상식적으로 그 둘은 의식주라는 기본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이기에 따로 놓고 볼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이미 옷을 입고 있는 이들에게 탈의를 유도해 '의식주' 게임을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들은 의를 뺀 식과 주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음식을 선택한 이들은 차가운 야외에서 알아서 추위를 피해 하루를 보내야 되는 상황입니다. 텐트를 선택한 이들은 추운 겨울, 음식을 알아서 찾아내야만 합니다. 두꺼운 얼음을 뚫고 빙어를 낚는 것이 음식을 조달하는 것의 전부이고, 차가운 눈을 물과 함께 뭉쳐 이글루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을 막아내는 것의 전부인 상황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상황은 부조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두 가지가 결여된 채 그 무언가를 선별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가혹함을 넘어 가학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포자기하듯 망연자실하는 그들의 모습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글루를 지어본 적도 없는 그들이 완벽하게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먹을 것이라고는 얼음을 뚫고 던져 넣은 낚시줄에 걸리는 빙어가 전부인 상황에서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없는 그들이 행복한 저녁을 보낼 수 있을까요? 따로 놓고 볼 수 없는 전제를 서로 나눠 가지게 한 채 그들에게 부족한 한 가지를 알아서 채우라는 요구는 부당함을 넘어 과격함을 유도할 뿐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빙어 낚시를 하며 주어진 일에 충실하던 박명수가 모든 것을 내팽겨치고 라면을 먹는 그들에게 국물이라도 달라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었습니다. 거부당한 명수가 그들이 지어놓은 이글루를 발로 차 무너트리는 장면 역시 우리의 모습입니다.

2011년 대한민국 국민은 말도 안 되는 전세대란과 고물가 속에서 시름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 서민들에게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인구 대비 주택 보급률이 이미 100%가 넘었음에도 집을 가지지 못한 국민들이 다수라는 것이 전세대란의 핵심입니다.

가진 자들이 수십 채의 집을 가지고 이를 돈벌이로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상대적 약자인 서민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의 상황에 빠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무도 멤버들이 이글루를 짓듯 차가운 겨울 밤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겨우 어설픈 전세집이라도 얻었다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물가는 한 끼 식사 해결하는 것도 힘겹게 만듭니다.

서민 물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고 있고 대한민국의 가축들이 전멸하도록 방치해 대한민국은 짐승 시체가 썩는 냄새로 코가 아릴 정도입니다. 한 몸 누일 집 한 채 구하기 힘들고 한 끼 식사하기도 힘든 상황에 월급은 쥐꼬리만 하고 그나마 작은 월급마저 고용자들의 만행으로 인해 정당한 요구도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직장 잡기도 힘든 상황에서 부당한 대우를 정상적으로 돌려놓아달라는 요구는 퇴직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할 수도 없는 용기입니다. 가지지 못한 자들은 끝없는 고통 속에 내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우리가 살고 있는 2011년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무한도전은 차가운 아바시리 호수 위에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현실의 고통은 끝이 없어 보이지만 무도는 이런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을 너무나 단순하고 쉽게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을 나눠주고 집이 없는 이들에게 조금 힘들지만 함께 자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함께 나눠먹고 같이 자면 되지"라는 하하의 말처럼 나눔과 배려는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었습니다. 태호 피디가 자막으로 이야기를 하듯 "그러고 보니... 안에서 자도 되잖아"는 말도 안 되게 꼬여 있는 상황을 풀어내는 해법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가진 이들은 가지지 못한 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김태호 피디의 실험 결과에서 드러나듯 양자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화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로 부족한 것들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소수에게만 모든 것이 집중된 세상에서는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마저 빼앗기고 있을 뿐입니다.

서울 시장이 이건희 손자와 막노동하는 이의 아들이 함께 무상 급식을 하는 것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강변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는 서로의 상황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 자체를 막아서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권력자들이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방조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부터 해결해야 고질적인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무한도전은 무척이나 단순한 상황극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짊어지고 있는 무겁고 어려운 숙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나누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결국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탐욕스러운 이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명제를 무도는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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