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수다. 그만큼 복잡한 정치적 계산과 고려가 작용했다는 말이다.

대선을 석 달 정도 남겨둔 시점. 상대는 유력한 야당의 대선후보. 야당의 유력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카드를 선택한 주체는 청와대다. 이만한 ‘사고’를 치는데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청와대 입장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6일자 아침신문들의 해석과 분석도 다양하다. ‘임기말 레임덕 방지용’이라는 해석부터 최근 터지고 있는 악재를 잠재우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분석까지. 대통합민주신당의 친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계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 타깃

▲ 한겨레 9월6일자 3면.
정답은 없다. 하지만 몇 가지 뚜렷한 흐름이 잡힌다. 청와대의 초강수가 겨냥하고 있는 것이 결국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이라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 지난달 31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며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4일에는 <청와대 브리핑>에서 동아·조선일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노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에 대한 실낱같은 꺼리라도 있으면 의혹을 부풀리며 엄청난 분량의 기사를 집요하게 쏟아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에 대한 검증을 외면하고 있지 않냐는 힐난인 셈이다. 그리고 5일에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 지도부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련의 흐름을 종합하면 타깃은 분명해진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그를 둘러싼 도덕성 문제를 끄집어 올려 대선 국면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언론의 이 후보에 대한 도덕성 검증

관건은 언론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아무리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치고’ 나오더라도 언론이 소극적 자세를 보일 경우 그건 ‘정치공방’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언급하면서 언론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제기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문제’는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 입장에서 상황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청와대 입장에 대한 오늘자(6일) 아침신문들의 해석과 평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향신문 <대선 판 흔드는 ‘노풍 회오리’> (3면)
국민일보 <노-이 대립구도로 정면승부…정치공작설 공세에 쐐기/레임덕 방지 포석> (4면)
동아일보 <임기말 잇단 악재…국면전환 꾀하나> (3면)
세계일보 <레임덕 막기 ‘초강수’> (6면)
서울신문 <청 ‘친노 결집’ 대선 흔들기> (3면)
조선일보 <청와대 대 이명박 구도 만들어 ‘사면초가 국정’ 탈출하려는 의도> (6면)
중앙일보 <임기말 의식한 ‘방어 본능’ 작동> (8면)
한국일보 <대선정국 노-이 대립각 / 정국주도권 유지 노림수> (5면)
한겨레 <야 후보에 ‘전례없는 초강수’ … 정치공방 가열> (3면)

▲ 동아일보 9월6일자 5면.
대다수 언론이 이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부분보다는 청와대의 정치적 배경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이 후보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동아 조선이 이번 사안을 다루는 태도는 ‘무시하기’ 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고대 정원 160명 줄이겠다”>는 기사를 6일자 1면 머리로 올리면서 청와대의 이 후보 고소 방침을 그 하단에 배치한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동아 조선일보의 ‘무반응’ … 청와대 ‘공격’ 이어질까

▲ 조선일보 9월6일자 1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입장을 나란히 배열하는 편집방식을 택한 조선일보의 의도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정치공방’으로 다루겠다는 것 아닌가. 6일 1면 머리로 <청와대 “이명박 고소”>를 올린 동아일보도 압축적으로 기사를 장식했다. 무엇보다 ‘조중동’ 가운데 사설 하나 게재한 곳이 없다. 4일 <청와대 브리핑>이 동아·조선일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이들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동아·조선이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쟁점화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자세가 읽힌다.

물론 주목을 끌어 이를 쟁점화 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명심하자. 언론의 관심은 갈대보다도 더 ‘변화무쌍’할 때가 많다. 게다가 ‘카운터파트’인 동아와 조선이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상황이 이보다 더 악화될 경우 그때 청와대는 또 다른 ‘초강수 카드’를 선택할 셈인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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