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인터넷을 통해 언론보도만 본다면 카라는 이미 팬들까지도 등을 돌린 끝나버린 그룹이다. 목표 1천명짜리 청원을 마치 거대한 여론의 폭풍인 듯 침소봉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본 팬들의 동향조차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언론의 태도는 카라사태 초기에 논란을 야기한 김광수 대표의 연예계 퇴출론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오비이락일지도 모르고 전혀 무관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언론이 일방적으로 카라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요즘 카라의 위기를 불러온 최대 포인트는 한 일본 언론과 인터뷰한 한승연 부친이었다. 물론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담긴 인터뷰였다. 나중에 본인은 논란의 빌미가 됐던 리더의 의미가 박규리가 아닌 기획사 대표라고 해명하기는 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고, 언론은 이 호기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라 사태의 전망은 대체로 해체, 파멸 등의 저주를 담은 내용들이다.

그러나 시쳇말로 찌라시가 아닌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카라를 떠나 모든 아이돌 그룹들의 공통적인 불만요소인 수익분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애초에 카라 3인이 제기했던 카라 사태의 근본원인은 실종됐다. 진흙탕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둘 모두에게 진흙이 묻을 수밖에 없듯이 소속사와 싸우는 카라 3인이 무결점일 수는 없는 일이다. 카라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근본원인을 외면한 일방적인 카라 3인 흠잡기는 분명 공정한 태도는 아니다.

이렇게 근본원인에 선택적 청맹과니가 된 언론이 한술 더 뜬 비겁한 태도는 일본 혐한류 이용하기다. 아니 시작은 반일 감정부터 건드려보기였다. 그리고 이것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카라가 한국활동은 접은 채로 일본 드라마 우라카라만 하고 있으니 한국가수가 아니라 일본가수냐는 비아냥이 그렇다. 그렇게 분류한다면 박지성은 영국선수고, 이승엽, 박찬호 모두 일본선수다. 지나가던 개도 웃을 억지고 과잉충성이다. 그러나 그런 반일감정 이용하기가 여의치 않자 등장한 것이 혐한류 활용하기다.

카라가 혐한류를 자극한다는 내용인데, 얼핏 그럴듯하지만 이는 본말이 뒤집힌 엉터리 논리일 뿐이다. 혐한류는 근본적으로 한류를 싫어한다. 다시 말해서 한국 연예인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것이 혐한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카라가 휘청거리데 혐한류를 자극할 이유는 없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 모를까. 물론 혐한류에서 카라사태를 빌미삼아 한국 연예계를 비꼬는 현상은 있지만 그것이 기존 혐한류의 활동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국내언론의 카라 죽이기가 혐한류에게 이런저런 소스를 제공해주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다음 아고라에 카라 해체 청원에 고작 수백 명이 서명했는데 그것을 마치 카라 팬덤이 조직으로 등을 돌린 것처럼 확대해석한 기사가 쏟아졌는데, 과연 그들이 카라의 앨범이나 직접 사본 팬인지가 우선 궁금하다. 그런 진성 팬덤이라면 해체를 요구하기 이전에 음반을 반품한다거나, 폐기하는 행동부터 하는 것이 보통의 일일 것이다. 어차피 아이돌에게는 팬덤과 안티가 존재한다. 카라 해체를 청원한 그들이 카라 팬덤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 카라 팬이요 하면 다 팬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카라사태는 초기부터 카라와 소속사와의 단독 관계가 아니라 연제협이라는 훨씬 거대한 세력과의 문제로 불거졌다. 동방신기 사태가 전체 아이돌의 계약관계의 일부 수정을 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듯이 아이돌 그룹에 대한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제작자들의 사활을 건 대리전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카라는 버릴 수 있어도 그들의 사업유지를 위한 근간 다시 말해 불평등 계약조건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의지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 카라사태의 본질일 것이다. 이 본질은 덮어지고 튀어나온 돌이 된 카라만 언론의 표적이 된 현실이 안타깝다.

한편으로 가카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아이돌에 대한 불평등한 수익구조를 야기시키는 음원시장의 모순도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음원 제작자는 음원유통과정 구조상 전체 판매금액에 25% 정도의 수익밖에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제작자에게 70% 이상을 지급하는 아이튠의 정책이 음악 제작자들과 윈윈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부럽기만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음반 판매가 대폭 줄었지만 천제 음악시장의 규모는 오히려 늘고 있다. 그 원인은 음원시장의 확대에 따른 것이지만 그 공을 음악생산자가 아닌 유통자가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은 심각한 모순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왜곡된 수익구조가 소속 아이돌과의 불평등계약으로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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