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지금 상황을 두고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을 배출했고, 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모두 자기 선호에 따라 임명했는데 왜 자기들끼리 사생결단을 하고 싸우고 있느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오는 ‘윤석열 대통령 독대 요청설’과 이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든다. 집권세력들이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쪽 인사들이 주장하는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처음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을 심각하다고 봤고 따라서 임명에 반대했다. 이 뜻을 알리고자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대통령에게 ‘임명불가’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이게 뜻대로 되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때에 맞춰 ‘독대’를 요구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면 자신은 사퇴하겠다는 주장을 하게 됐고 이게 대통령의 진노를 불러와 거의 물 건너 가는 분위기였던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강행이 가능하게 돼 버렸다는 거다.

이게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왜 화를 냈을까? 첫째,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의 움직임을 개혁에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법무부 산하 행정기관에 불과한 검찰의 수장이 대통령과 독대해 수사 정보를 제공하며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구태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진노’의 구체적인 사유를 생각해내긴 쉽지 않다.

요즘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유튜브 언론인’은 여기에 좀 더 살을 붙인 서사를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건너 뛰고 대통령에게 ‘조국 임명 불가’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려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들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 과잉수사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한 것이며 ‘총칼을 들지 않은 쿠데타’에 준하는 행위다.

‘유튜브 언론인’에 의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이 연루된 여러 혐의에 대한 정보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려 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되도록이면 법무부 장관을 통했어야 했고 대통령이 이를 확인하고도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면 조용히 지켜보고 임명 이후에 수사를 마무리 해서 기소 절차에 돌입 했어야 한다는 게 ‘유튜브 언론인’의 주장인 듯 하다. 그러지 않고 일부러 요란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에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수차례 지적했듯 검찰 수사가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사실이다. 또 검찰이 자기 권한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도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그것은 개혁에 대한 거부일 수도 있지만 말하자면 ‘충정’일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평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검찰이 과연 수사에 착수할 만한 자기정당성을 갖춘 상태였느냐이다. ‘유튜브 언론인’은 이를 부정적으로 본다. 검찰이 이렇게까지 전방위적인 수사를 했음에도 별다른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게 근거이다. 검찰이 별 것도 아닌 문제에 대대적으로 나서 먼지털이식 수사를 한 것은 그래서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는 목적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반면,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참여연대에서 공동집행위원장과 경제금융센터소장을 맡고 있는 회계사 김경율 씨가 대표적이다.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들여다 본 결과 조국 법무부 장관은 부적격 인사라는 점이 거의 확인됐다는 것이다. 김경율 씨 말이 무조건 진리일 순 없겠지만 적어도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이 어떤 ‘의심’을 가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는 있다.

이를 근거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위를 다시 평가한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고소 고발 사건인 이상 검찰은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데 사안이 심각하다면 결국 세상은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어떤 경우든 마지막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 정부 같으면 검찰의 수사 정보가 실시간으로 청와대와 공유돼 권력에 이로운 판단을 자연스럽게 내릴 수 있었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에 자랑스럽게 말한 바대로 이 정권은 검찰과 권력 핵심부와의 비공식적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대 시도는 이런 한계 속에서 상황을 나름대로 권력의 필요에 맞춰 핸들링 해보려고 한 결과일 수도 있다. ‘유튜브 언론인’이 주장한 것과 방향에서 차이가 있을 순 있어도 본질적으로는 마찬가지인 행위를 시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적어도 외부에서 볼 때 실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실제 한 것’과 ‘했어야 한 것’ 사이에 ‘쿠데타’가 될 만큼의 큰 차이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못한 것일 수는 있다. 그렇다면 정권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에 스스로 성찰하라는 공개적인 경고를 내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곧이어 검찰 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내고, 이에 또다시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관행 등에 대한 개혁안을 제출할 것을 지시하고, 그러자 검찰이 하루만에 특수부 축소 등의 안을 내놓은 것은 마치 권력이 검찰을 길들이는 과정처럼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으로서는 검찰이 개혁에 반대한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사퇴를 선택할 수도 없다.

이 결과 검찰 개혁에 속도가 붙어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가 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수사를 받는 와중에 특수부 축소 내지는 폐지가 논의되고 검찰총장이 권력에 이로운 방식으로 처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퇴 압력을 받는 이 상황은 필연적으로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김경율 씨는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페이스북에서 참여연대를 비난해 징계 대상이 됐다. ‘개혁’이 내부의 반대세력에 대한 ‘군기잡기’로 귀결되고 있는 게 아닌가?

평소 조국 법무부 장관을 ‘친구’라 불러왔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최근의 논란들에 대해 교통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황우석 사태도 아니고, 다들 진영으로 나뉘어 미쳐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원칙과 당위가 아니라 이해득실로 피아를 구분하는 사태 속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과 시민단체가 오히려 권력과 하나가 되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곧 다시 다루게 될 것이다. 어쨌든 정권 내부에서 소화해야 할 갈등마저 ‘100만 촛불’의 응원을 등에 업고 공론장의 한복판으로 나와버린 것은 오히려 정치의 위기를 보여준다. 한국 정치가 늪에서 빠져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집권세력의 ’검찰 트라우마’를 하루 빨리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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