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 개념을 법에 신설하지 않고, 대신 현행법상 불법정보를 허위조작정보 기준으로 대체하면서 팩트체크 활성화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공적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허위조작정보 종합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가짜뉴스' 규제를 무리하게 입법하겠다고 나섰다가 '가짜뉴스' 정의의 모호성,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문제 등을 낳았던 민주당의 대책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일정부분 개선된 모양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위 위원장)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허위조작정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박 의원은 기존에 대표발의 한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수정‧보완한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대책에는 ▲팩트체크 활성화 ▲미디어 리터러시 도입 ▲혐오·차별 표현 금지 ▲역사 왜곡 금지 ▲플랫폼 공적규제 강화 ▲언론사 정정보도 위치 합리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딥 페이크 성범죄 처벌 신설 등의 방안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박광온 의원(가운데)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 '허위조작정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진=미디어스)

박 의원은 우선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을 법에 신설하는 대신,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에 명시돼 있는 불법정보를 허위조작정보 기준으로 대체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에는 음란‧명예훼손‧개인정보 거래 등 9가지 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국회에 20여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개념과 기준, 판단주체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의원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현행법 상 불법정보 개념을 '허위조작정보' 개념으로 정해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종합대책에는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관련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관련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명시했다. 특히 박 의원은 구글 코리아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며 역외규정을 도입해 해외사업자도 국내사업자와 동일하게 국내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도 관련 허위 영상들을 구글 코리아가 방치하는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박 의원이 제시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는 크게 ▲불법정보 유통방지와 임시차단 요청 처리를 위한 담당자 채용 및 관련 교육 ▲매크로 등을 사용한 불법정보 유통 방지 ▲임시차단 처리업무 관련 사항을 기록한 '투명보고서' 분기별 작성 및 방통위 제출(방통위 공개 의무) ▲개편된 방통심의위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 조정 결과와 심의 결과에 따른 방통위 명령 즉각 이행 등이다.

박 의원은 이와 함께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플랫폼 사업자의 '임시차단 조치'에 대한 개선방안이다. 그동안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는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 해당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임시차단 조치를 해왔다.

이에 박 의원은 임시차단 조치는 불법정보로 규정된 명확한 상황에 대해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임시차단 조치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신설해 이의신청된 정보는 즉시 복원되도록 했다. 방통심의위 분쟁조정부(5인 구성)를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50인 구성)로 확대해 이의신청된 정보를 신속하게 조정하도록 개편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아울러 현행 온라인 상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공익에 부합하는 경우 처벌받지 않도록 위법성 조각 사유를 신설했다. 허위조작정보 피해자 권리 구제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 허위조작정보 생산·유통자 또는 이를 방치한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배상책임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언론진흥기금·방송발전기금을 통한 민간 자율 팩트체크 인증기구 지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사업(R&D) 예산을 통한 팩트체크 자동화 시스템 및 딥페이크 대응 기술 개발 투자 ▲딥 페이크 영상 등 AI를 활용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경제적 이익을 취한 자에게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유포한 자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내용 신설 등의 대책에 담겼다.

박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사회적 합의다. 우리사회가 이대로 허위조작정보를 놔두면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불보듯 뻔한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종합대책을 토대로 학계, 플랫폼 사업자, 언론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지난해 민주당이 내놓은 '가짜뉴스 대책'과 비교해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상당부분 개선된 결과로 보여진다. 다만 역외규정 도입을 통한 해외사업자 규제 실효성, '역사왜곡 금지법' 시행 추진을 둘러싼 논란, 차별금지법 제정에 이르지 못한 채 공무원법 개정 수준에 그친 혐오·차별 표현 금지 의무 등이 문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국내대리인지정 제도를 강화해 해외사업자의 국내책임자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 하겠다는 대책을 세웠지만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는 규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의원은 역사의 부정과 왜곡을 금지하겠다며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을 연계하는 '독일식 역사왜곡 금지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른바 '역사부정죄' 제정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역사에 대한 판단을 오로지 국가에 맡김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권한 남용의 우려 등이 존재한다.

허위조작정보 문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혐오·차별 표현 금지의 경우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의무에 '혐오·차별 표현 금지의 의무'를 신설하는 것으로 대책이 세워졌다. '우선적으로 공공 영역에서부터 공적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근본 해결책으로 언급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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