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벌금 300만 원 형을 내린 수원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류석준 영산대 교수는 “사법부가 선출직 공무원의 권리를 제한한 판결”이라면서 “심각한 오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허위사실공표죄 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참여자들은 이재명 지사에 벌금 300만 원 형을 내린 법원 판결이 적절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벌금형의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가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지사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수원고등법원 형사2부는 지난달 이재명 지사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300만 원을 결정했다. ‘친형 강제입원’에 관련이 없다는 이 지사의 발언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대법원이 2020년 3월 14일까지 2심 판결을 확정한다면 2020년 4월 경기도지사 재보궐선거가 시행된다.

류석준 영산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허위사실공표죄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용됐다”면서 “법은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석준 교수는 “(이재명 지사에 대한 판결은) 사법부가 선출직 공무원의 권리를 제한한 것”이라면서 “미국 사법부는 정치문제에 대해 자제한다는 대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류석준 교수는 “토론회에서 나온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의견 진술에 가깝다”면서 “이 지사가 자신의 법 지식을 가지고 사건을 설명한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사실에 대한 허위로 봤다”고 설명했다. 류석준 교수는 "본 판결은 반드시 변경되어야 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류석준 교수, 조성대 교수, 김용민 평론가 (사진=미디어스)

토론자로 나온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정치적인 맥락에서 보면 공직선거법은 쓰레기 같은 법”이라면서 “그간 선거법은 수차례 개정되어왔기 때문에 누더기 법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조성대 교수는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진술이 있다고 해도 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현재 한국은 정치 위에 사법부가 있는 사법국가 행태를 보인다. 유권자와 정치인에게는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범석 변호사는 “재판부가 합동 토론회라는 특징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토론회는 일반적인 질의응답이 이뤄지는 자리가 아니다. 부정적 의혹 제기, 공격적 질문이 이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의) ‘그런 일 없다’는 답변은 전략적이었는데, 재판부가 너무 확대해석했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평론가는 허위사실을 공표했지만 처벌받지 않은 선출직 공무원의 사례를 들었다. 김용민 평론가는 “노옥희 울산 교육감 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자신을 ‘한국노총 공식지지 후보’라 칭했다”면서 “당시 노옥희 교육감은 한국노총 공식지지를 받던 후보가 아니었고, 노동자 개별적으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용민 평론가는 “하지만 법원은 노 교육감이 한국노총 노동자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점이 인정되고 문제 발언 이후 한국노총의 문제 제기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허위사실공표죄 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이재명 지사의 ‘형 강제입원 의혹’이 선거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평론가는 “문제가 된 토론회의 시청률은 2% 수준이었다. 또 토론회가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면서 “수많은 논박과 공방이 이어지는 토론회에서 나온 말을 가지고 벌금형이 나온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용민 평론가는 “토론회 과정에서 나오는 말까지 책임을 지라고 하면 선거 민주주의가 위축될 것”이라면서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확정된다면 TV 토론회는 정치인의 무덤이 된다”고 말했다.

백주선 변호사는 법원이 토론회 당시 질의응답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백주선 변호사는 “이재명 지사에게 ‘형 강제입원 의혹’을 물은 질문자의 의도는 직권 남용이 있었냐는 것”이라면서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지위를 남용해 위법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거다. 이 답변은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주선 변호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자 50% 이상이 이재명 지사를 선택했다”면서 “이재명 지사의 직을 박탈하려면 그 이상의 위법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합동 토론회에서 나온 순간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가 도지사 직위를 떨어뜨릴 만큼의 무게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허위사실공표죄 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는 정성호·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권연대 주최로 열렸다. 좌장은 김희수 변호사, 발제는 류석준 영산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용민 시사평론가, 서범석 변호사, 조성대 한신대 교수, 백주선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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