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규 KBS 사장 ⓒ 연합뉴스
기억하건데 김인규 사장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출석은 몇 번 되지 않는다. 국정감사가 잡혀 있는 정기국회 출석은 당연한 일이다. 국회 예 결산 과정에 참석하는 게 또 있다. 공식적인 두 경우를 제외하고 공영방송 KBS의 수장이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드물다. 이는 정연주 전 사장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KBS 사장은 임시국회에서 문방위 여야 간사들의 의사일정 합의에 따라 출석하곤 했다. 지난해 김인규 사장을 문방위 전체회의에 세우려는 야당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의 기세 싸움으로 임시국회 문방위 일정 잡기가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KBS 사장의 국회 출석은 쉽지 않은 문제다. 정상적이라는 전제하에 공영방송 KBS의 수장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회에 출석하는 일은 최소화하는 게 옳다.

지난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선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문방위 회의장과 위원장실 내에서 현직 KBS 기자가 민주당 최문순 의원을 향해 “최문순 나오라 그래”라는 고성과 함께 욕설을 퍼부었다. 공영방송 KBS에 대한, 아니면 김인규 사장 개인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김인규 사장 국회 출석에선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다.

지난 17일 김인규 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부르자 쪼르르 달려갔다.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KBS이사회가 결정한 수신료 인상안을 압박하기 위한 자리가 분명했다. 김인규 사장, 방통위의 과도한 개입과 간섭에 순순히 따랐다.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 인상안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한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놓치고 있는 게 더 크다. 앞으로 공영방송의 수장은 규제기관이 부르면 쪼르르 달려가야 하는 물꼬를 텄다. 공영방송이라는 자존의 문제에서 김인규 사장은 할 말이 없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초기 회자되던,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가 있다. 나란히 쓰던 방송정책국장, 통신정책국장 방 사이의 벽에 방음 공사를 했다고 한다. 통신정책국장 방에서 나오는 소음이 심했던 탓으로 당시 방송정책국장은 통신정책국장 전화 한 통이면 달려오는 사업자를 부러워했다고 한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은 규제기관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돼 있었다. 김인규 사장은 이에 대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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