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주말 서초동 반포대로 일대를 가득메운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두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찬반 논란을 떠나 과도한 검찰권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터져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주요 보수언론은 이를 '조국 사태' 연장선상의 사건으로 정의하고, 정부·여당이 시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30일 주요신문들의 1면은 28일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대한 분석 기사로 채워졌다. 이날 집회에 주최측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십만 명(주최 측 추산 150만 명)의 인파가 몰렸고, 별다른 전조나 징후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 현상에 대한 언론 분석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과도한 검찰권 행사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검찰개혁' 목소리를 검찰과 국회가 새겨 들어야 한다는 분석과 비판이 언론에서 제기된다.

한겨레는 사설 <검찰·국회, 100만 촛불 '검찰개혁' 외침 직시해야>에서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물론이고 정치권도 이 촛불에 담긴 민심을 제대로 직시하길 바란다"며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국민주권 원칙을 훼손한 과도한 검찰권 행사가 아닌지 엄중하게 돌아봐야 한다. 또 수사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행태와 부당한 인권침해는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정치권도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에 입법으로써 답을 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연내 입법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구호 중 하나가 '공수처 설치'였다는 점을 국회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며 "비대한 검찰 권한을 제어하기 위해선 제도적 입법이 필수적이며, 여기엔 여야 정치권의 이해가 다를 수 없다고 본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검찰개혁 외치는 '대규모 촛불'이 말하는 것>에서 "서초동에서 다시 커진 촛불은 여러 함의와 경고를 품고 있다"며 "먼저 검찰개혁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정신과 당위가 됐음을 웅변한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집회 참석자들은 1987년 체제에 남아 있는 마지막 적폐로 검찰을 지목했다"며 "수백, 수천에서 시작된 촛불이 큰 물결로 번지고, SNS에는 '조국 장관 지지를 떠나'라고 전제하는 참가 소회도 이어진다. 힘세진 검찰이 스스로 착해지기 힘들고, 여타 권력기관처럼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시민 공감이 넓어졌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 장관 가족수사가 과도하다는 응답은 49.1%, 적절하다는 응답은 42.7%로 타나났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 장관 임명 전후로 찬반 여론조사 시 반대여론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대조적인 결과다.

한국일보는 사설 <검찰과 정치권, 다시 일어선 '촛불' 의미 깨달아야>에서 "많은 시민이 촛불을 다시 든 것은 검찰의 조 장관 수사 논란 때문"이라며 "검찰의 조국 의혹 수사는 정치 개입과 과잉 수사, 피의사실 유포 논란을 불렀다. '벌떼 수사', '먼지털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됐던 것들이 고스란히 되풀이됐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9월 30일 사설 <대통령이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 패싸움으로 내모나>

반면 주요 보수언론들은 이번 촛불집회를 정부·여당의 선동으로 규정하거나, 촛불집회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을 주요하게 보도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이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 패싸움으로 내모나>에서 "이들을 거리로 불러낸 것은 대통령과 여당이었다. 대통령이 두 달 전 임명한 검찰총장이 '우리 식구도 차별없이 수사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수사가 대통령 마음에 안 든다고 이제 와서 민란으로 뒤엎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희극이 어디 있나"라고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조국 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아집이 5000만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 패싸움을 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의 국정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장관 한 명 때문에 갈라지고 찢어진 대한민국>에서 "조국 임명 강행과 장관직 고수로 인해 야기되고 있는 사회분열과 진영 간 극한 대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둘로 쪼개지고 대통령이 그중 한족에 선 것으로 여겨진다면 국정과제를 추진할 동력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며 "조 장관 교체가 늦어질수록 갈라진 대한민국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관련 사설을 내지는 않았지만 <"검찰개혁 국민 뜻 수용" 윤석열 이례적 입장문>이라는 1면 기사를 통해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측 입장을 전하는데 집중했다.

윤 총장은 29일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에서 윤 총장 입장과 함께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검찰 개혁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검찰의 입장", "검찰개혁은 국회로 공이 넘어갔고 윤 총장은 취임 때부터 국회와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 등 대검 관계자, 현직 검사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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