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은 한국 스포츠에 상당한 족적을 남긴 종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구기 종목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역대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낸 종목으로도 잘 알려진 '효자 종목'입니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과는 반대로 국내 팬들의 관심, 열기는 상당히 뒤떨어져 있습니다.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불안정해서 팀이 해체되고 바뀌는 경우가 잇따랐습니다. 당연히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마음놓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역부족인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핸드볼을 '한데볼'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그래도 얼마 전부터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아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최태원 SK 회장이 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하면서 그동안 풀어내지 못했던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갔습니다. 20년 동안 답보 상태였던 핸드볼 전용 경기장이 만들어졌고,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출전하는 대회의 권위를 높이면서 '준프로급' 수준의 상금, 대우가 잇따라 이어졌습니다. '아줌마, 아저씨 군단'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핸드볼 대표팀 역시 세대교체가 적절하게 이뤄지면서 보다 패기 있고 젊어진 팀으로 변화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국 핸드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핸드볼큰잔치가 올해부터 'SK핸드볼코리아컵'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선수와 지도자, 핸드볼인 모두가 합심해서 새롭고 역동성 있는 대회로 만들어보자며 16년간 이어온 핸드볼큰잔치라는 이름을 과감하게 바꿨습니다. 당연히 새 출발, 새 각오로 대회를 치러보겠다면서 각 팀 지도자,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당찬 마음으로 준비 작업을 펼쳐나갔고 그에 따른 새로운 변화 바람은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 2011 SK핸드볼코리아컵 첫날 여자부 부산시설공단과 용인시청의 경기에서 부산시설공단 이은비가 슛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개막해 서울, 광명에서 잇따라 열리는 이번 대회는 '한데볼'이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선수들의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며 흥미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2008년 영화 우생순(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을 통해 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서 이를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전력을 다한 핸드볼협회는 이번 대회에서도 이미지 변화를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요.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상금을 지난해 우승팀 1000만 원, 준우승팀 500만 원에서 대폭 늘려 우승팀 3000만 원, 준우승팀 2000만 원으로 올렸고, 매 경기 최우수 선수 선정을 신설해 100만원을 주는 한편 대회 MVP에게 300만원, 베스트 7에게도 200만원의 상금을 주는 파격적인 지원이 잇따랐습니다.

또 전 경기 협회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중계를 비롯해 평일 경기 시간을 야간으로 바꿔 직장인, 가족팬들이 퇴근, 하교 후 경기장을 찾아 관람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팬들을 끌어들이는 데 안간힘을 썼습니다. 치어리더를 동원해 경기장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한편 다양한 팬 마케팅으로 핸드볼 팬들의 관심과 마음을 사로잡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선수 뿐 아니라 팬까지 챙기는 피나는 노력은 핸드볼을 '진짜 국민스포츠'로 발돋움하게 만들려는 핸드볼인들의 의지가 상당히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당장 눈에 띄는 발전상은 없어도 가능성이나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만큼은 높아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흥행 면에서 발전을 이루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많이 불러들이기 위해 무료 티켓을 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관중석에 관중이 꽉 차는 모습을 보는 것은 '꿈'과 같은 얘기같아 보였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 일정이 대회 직전에 변동 사항이 생겼고, 경북 안동이나 강원 삼척 등 지방팬들을 배려한 일정이 있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수도권 지역에서만 열려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일정을 변경했음에도 주목도가 높은 결승전, 4강전 경기가 서울이 아닌 광명에서 열리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또 스타급 선수들이 모두 나오기는 하지만 각 구단 별 마케팅이 아닌 협회 차원에서 팬마케팅이 이뤄지다보니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에 비해서 밋밋해 보이는 것도 있었습니다. 하프타임 때 팬을 경기장에 끌어들여 '참여형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눈에 띄게 개성 있고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경품 추첨, 팬사인회 등도 있기는 하지만 핸드볼만의 특색을 살려 경기장을 계속 오고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많은 프로그램을 벌이는 노력은 인정하지만 좀 더 색다른 시도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불안정한 사정 때문에 팀이 계속 해서 바뀌는 것도 흥행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자 핸드볼 최강팀으로 알려졌던 벽산건설이 내부 사정으로 해체되면서 인천시체육회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역시 1년 동안 제대로 된 인수 기업을 만나기 위한 '임시방편'이어서 팀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지방자치단체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문닫은 팀들이 많아 지난해 남자 11개 팀, 여자 8개 팀에서 올해는 남녀 각각 7개팀씩만 대회에 나섰습니다. 자신이 응원했던 팀이 너무나도 빨리 문을 닫고 해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보니 흥미가 떨어지는 데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지역 연고제를 시행하고 있는 4대 프로스포츠와 다르게 이렇다 할 특색 있는 연고 방식이 도입돼 있지 않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새롭게 변신을 시도한 첫 해인 만큼 분명한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 올 연말에 완공될 예정인 핸드볼 전용 경기장이 탄생한다면 얘기는 분명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과보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기반이 더욱 튼튼하게 갖춰지고, 핸드볼이 진짜 국민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위해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껴야만 핸드볼인들의 새로운 변신 의지가 무색해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대회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서 핸드볼코리아컵이 성공적인 첫 해를 보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초를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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