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하자마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수많은 외국인 축구 선수들이 K-리그를 거쳐 갔습니다. 물론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간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피아퐁, 라데, 데니스, 샤샤, 마시엘, 에두 등 어느 정도 성공을 하고 더 높은 무대로 나아간 경우도 제법 있었습니다. 순혈주의 성격이 유독 강한 대한민국 풍토에서 외국인 선수들은 저마다 개성 강한 플레이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습니다.

특히 AFC(아시아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AFC 소속 국가 선수를 팀당 한명씩 더 둘 수 있는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되면서 K-리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호주, 중국 출신 선수들이 K-리그를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일 수 있는 무대로 눈길을 돌리면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그 덕에 K-리그가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리그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는데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그런 영향을 더욱 확고하게 굳히게 만든 또 한 명의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우즈베키스탄 특급'으로 불리는 세르베르 제파로프였습니다.

▲ 제파로프 ⓒ연합뉴스
지난해 후반기에 포르투갈 출신 선수 에스테베즈의 갑작스런 퇴단으로 감각적이고 빠른 윙어가 필요했던 FC 서울은 아시아쿼터제를 활용해 제파로프를 임대 영입 형식으로 들여오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미 A매치를 통해 어느정도 잘 알려졌으면서 한 국가의 스타를 영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제파로프의 영입은 결과적으로 제파로프나 서울 모두 '윈-윈(Win)'이 되면서 성공적인 외국인 선수 영입의 한 사례로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임대 영입 형식이었기에 아시아 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제파로프가 계속 해서 서울에 남을지 여부는 불투명했습니다. 이미 제파로프는 서울 외에 우즈벡뿐 아니라 중동 지역 등에서 잇달아 러브콜을 받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안컵에 출전해 조국을 사상 처음으로 4강까지 올려놓는 성과를 내고 새로운 계약을 본격적으로 시도했습니다.

그랬던 가운데서 다시 선택한 곳은 바로 FC 서울이었습니다. 제파로프는 K-리그에서 뛰고 싶은 강렬한 소망을 밝히며 서울에서 뛰게 된 배경을 밝혔습니다. 황보관 서울 감독조차도 제파로프의 영입이 불투명하다고 여겼을 정도였는데 이미 제파로프는 다음 계약 구단의 우선 순위로 K-리그를 선택했고, 결국 몇몇 팀의 줄다리기 끝에 한 번 몸을 담갔던 서울에 완전히 뿌리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서울 축구의 파워풀한 공격 축구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가운데서 K-리그에 대한 남다른 애착까지 밝히자 제파로프는 단숨에 서울 팬 뿐 아니라 K-리그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외국인 스타로 급부상했습니다. 그것도 3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계약을 하면서 K-리그가 '아시아 축구 다크호스' 우즈베키스탄의 특급 스타를 보유하는 계기도 만들어졌습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덩달아 K-리그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역시 아시안컵에서 활약했던 미드필더 티무르 카파제가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는 등 변화도 잇따랐습니다. '제파로프 효과'가 여러 면에서 시즌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파로프 효과'는 이렇게 개인이나 팀 나아가 K-리그 전체에 앞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제파로프가 지난해 보여준 것 이상으로 뭔가를 더 보여준다면 당연히 그 효과는 클 것입니다. 특히 서울이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우승을 노리는 가운데서 제파로프의 역할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 시즌 서울이 성남에서 맹활약했던 콜롬비아 출신 선수 몰리나까지 영입해 데얀-몰리나-제파로프의 '외국인 3각 편대'가 형성됐고, 윙어로서 개성이 강하면서 강점을 자기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선수로 평가를 받아온 만큼 제파로프의 활약상은 더욱 눈에 띌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늘 그래왔듯 최선을 다 하면서 제 몫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제파로프가 K-리그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인 외국인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기억에 남을 가능성까지도 점쳐집니다.

그동안 K-리그는 브라질 출신 선수만을 고집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아 외국인 선수 수급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제파로프가 뭔가를 보여준다면 이는 다른 팀에도 외국인 선수 수급에 관해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보다 다양화된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습니다.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등 해외 축구 관심 증가로 보다 질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시된 가운데서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자신의 축구를 보여줄 수 있게 된 제파로프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제파로프나 제파로프를 영입한 FC 서울 모두 어떻게 보면 무거운 짐을 지고 새 시즌을 맞이하겠지만 성공 가능성은 그래도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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