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역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은 허위조작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언론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이 진실에 기반한 기사를 쓰는 것이 허위조작정보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설명이다.

밥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한국언론진흥재단·매일경제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세계적 저널리즘의 위기’ 언론포럼 연사로 참여했다. 밥 우드워드는 저널리즘 위기 시대일수록 기자의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밥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기자는 논리적인 선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서둘러선 안 된다. 하지만 공격적인 취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언론의 공격성과 공정성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사진=미디어스)

밥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가짜뉴스’라는 용어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밥 우드워드는 “페이크뉴스(가짜뉴스)라는 단어를 폐기했으면 한다. 이는 트럼프가 만든 용어”라면서 “언론의 신뢰성을 저해하고자 사용한 단어다. 페이크뉴스라는 단어가 언론불신에 영향을 준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밥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뉴스가 가짜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하려 한다”면서 “페이크 뉴스라는 단어는 언론을 심판의 잣대에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밥 우드워드는 “기자가 좋은 일을 하고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 해결책”이라면서 “기자가 너무 얼어붙고, 현실적인 문제에 겁낼 필요는 없다. 모든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침착하고 공격적인 자세”라고 강조했다.

밥 우드워드는 “고급정보를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기자 개인의 노력’을 강조했다. 밥 우드워드는 “취재원과의 신뢰 관계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방이 날 믿게 만들어야 한다. 인터뷰에선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밥 우드워드는 자신이 겪은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밥 우드워드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기자가 날 찾아왔다”면서 “그 중 한 명은 내가 쓴 책에 대해 질문을 했다. 내가 기자에게 ‘해군에서 근무를 했다’고 하니 그는 ‘해군에서 근무한 적이 있냐’고 되물었다. 해군 근무 경력은 내 자서전에 있는 내용이다. 기자가 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밥 우드워드는 “이후 난 그 기자를 집에서 내보내고 싶어졌다. 앞으로 그 기자와는 관계를 형성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취재는 예술 행위다. 질문 숫자만 중시해 심층적인 내용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언론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플로어의 질문에 “갈등이 있다고 도망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밥 우드워드는 “우리가 하는 일이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서 “(기사 내용이) 사실 그대로라면 분열적 보도라도 기사화해야 한다. 공격성과 침착성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밥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예로 들었다. 밥 우드워드는 “실제 워싱턴포스트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기사화했을 때 많은 사람이 보도를 믿지 못했다”면서 “닉슨 백악관은 워싱턴포스트가 사회분열을 조장한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사주는 나에게 (보도 자율성에 대한) 위협을 하지 않고 목적의식을 심어줬다. 이후 사건을 더 깊게 파헤치고 사실 검증을 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밥 우드워드는 기자 초년생에게 “남들이 8시간 일할 때 12시간을 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밥 우드워드는 “뉴스룸에서 사람들이 퇴근할 때 1~2시간 더 남아서 취재원과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면서 “(추가 업무시간에)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밥 우드워드는 “저널리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지적인 일”이라면서 “습관적으로 초과근무를 하는 것이 좋다. 그 시간 동안 생각을 해야 한다. 뭘 해야 하는지 명단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정리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오래된 규칙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학영 중앙일보 주필은 밥 우드워드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를 희생시키면서 미국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나 ▲트럼프는 현실적인 이유로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등이다.

밥 우드워드는 “트럼프의 집착을 이해해야 한다. 트럼프는 한미동맹이 돈 낭비라 여긴다”면서 “다만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이 안보의 근간이라 강조해왔다. 트럼프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