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증인 채택 문제로 물들고, 기업인 증인채택 소환을 자제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기업 총수·CEO 채택이 무산되는 등 '증인없는 국감', '맹탕 국감'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달 2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을 앞두고 국회 각 상임위가 '조국 이슈'로 뒤덮이고 있다.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교육위원회 등의 상임위에서는 조 장관 관련 무더기 증인 채택 문제로 증인명단, 국감일정 등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상임위보다 상대적으로 조 장관 관련 의혹과 관계성이 떨어지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조 장관 관련 증인을 상당부분 부르기로 합의하면서 국감 전체가 '조국'으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제2의 조국 인사청문회'로 규정한 이래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지만 조 장관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장외투쟁 등으로 실기한 한국당은 국감을 '조국 2라운드'의 기회로 삼은 듯 하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5일 당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기국회에서 조국과 관련된 일의 실상은 무엇인지, 정부의 구조적 비리는 무엇인지 엄히 추궁해달라"고 주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제2의 인사청문회라는 규정하에 모든 현안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조국 개인 게이트가 아니라 정권 게이트로 번져가는 부분을 면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국감 증인 채택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증인 NO, 민생증인 YES'라는 기조를 세우며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거대양당 사이에서 기업인 증인채택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업총수·CEO 증인 채택이 무산돼 상임위 내 비판이 제기된다.

대표적 사례는 황창규 KT 회장에 대한 증인 채택 과정이다. 채용비리 의혹, 아현지사 화재사고, 경영고문 정치로비 의혹,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 등 굵직한 의혹들로 환노위, 과방위 등에서 일찌감치 주요 증인으로 언급돼 온 황 회장에 대해선 문체위가 웹툰 플랫폼 저작권 문제를 이유로 증인채택 잠정 합의를 봤을 뿐이다.

황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환노위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4일 자신의 SNS에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 다음 주부터 실시되지만 교섭단체들이 합의를 이유로 핵심 증인들에 대한 채택을 부정하는 일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며 "환노위만 해도 유력 정치인 및 회사 임원들이 대거 채용비리에 연루된 KT 황창규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이 거부됐다. 조국 장관 자녀의 입시 문제를 그토록 비난했던 제1야당은 KT 채용비리 앞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환노위에서는 대법원 판결에도 톨게이트 노동자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노사관계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네이버의 이해진 이사회 의장, ILO(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에 대한 설명을 위한 팀 드 마이어 ILO 선임정책자문위원 등에 대한 증인·참고인 채택도 무산됐다.

이 의원은 "여당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며 "ILO 기본협약 비준은 회원국인 대한민국의 의무이고 이번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이다. 여당이 더 애를 써서 해야 할 일을 정의당이 앞장서 한 것인데 (참고인)채택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최악의 노-사 갈등을 유발하는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과 IT업계의 장시간 노동 현실을 증언할 증인과 참고인이 배제된 것도 대단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과방위는 '기업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는 기조 아래 이동통신 3사 CEO의 증인채택이 무산됐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25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KT 황창규 회장이 채택되지 못했다. 여러차례 국회와 우리 상임위에서도 청문회를 하고, 아현화재 사건 등 여러 문제들을 여기 계신 모든 의원들이 지적해왔다"며 "적어도 문제가 제대로 개선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문제제기만 하고 끝내는 것이 국회의 책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전체적으로 통신3사들은 책임자들이 아니라 부문 책임자들이 나오고 있는데, 전체를 총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본다"며 "지난해 국감에서 보면 책임자가 와도 충분한 답변이 되질 않고, 답변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1년에 한 번인데 왜 이리 어렵게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성수 과방위 민주당 간사는 "기업의 경우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가급적 실무책임자를 증인으로 채택했다"며 "이 같은 원칙아래 통신3사 실무자를 채택하고, 일부기업은 제외됐음을 양해 바란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불필요하게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기업 경영의 발목 잡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우리 당은 간사단·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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