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의 1박2일 하차설이 수면 위로 불거진 지 1주일이 다 되어가면서, 1박2일 제작진과 이승기 소속사측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가운데,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3년 3개월 동안 1박2일을 함께 하며 지금의 이승기로 만들어 준 것은 1박2일이요, 지금의 1박2일을 최고의 예능으로 끌어올린 것 역시 이승기의 공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데요.

"형! 제가 없어지면 어디 용병으로 간 줄 아세요"

일단 이승기는 1박2일의 하차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듯합니다. 1박2일은 이승기의 이런 말을 자막으로 예능특공대란 말로 바꾸어 해석했지만, 이승기는 본인의 의사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요. 본의 아니게 하차의 시기가 좋지 않아 1박2일 제작진과 시청자들로부터 독박을 쓰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승기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이승기 역시 하차설과 관련해 마음 고생이 상당히 심하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이승기에게 의리와 배신이라는 잣대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는 의구심이 듭니다.


이승기 빠진 1박2일, 후임은 없다?

1박2일 제작진은 김C에 이은 MC몽의 하차, 그리고 병풍이 된 김종민을 두고 1박2일 위기설이 대두되다가 이제야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제 이승기의 하차설로 더 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도 1박2일은 섭외하는 연예인들마다 부담감에 영입 제의를 거절하면서 새 멤버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 만약 이승기가 빠지게 되면 그 자리를 대신할 간 큰(?) 연예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가뜩이나 브레인이자 무뚝뚝하면서도 엄마같은 이미지였던 김C와 개구쟁이 이미지로 분위기 메이커였던 MC몽이 빠진 상황에서, 스마트하고 반듯한 엄친아에 의외로 허당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이승기마저 빠진 1박2일은 정말 프로그램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이제 겨우 김종민이 조금씩 나아져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승기가 빠지고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과 김종민만 남은 상태에서 1박2일이 지금과 같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캐릭터의 붕괴와 더불어 강호동의 부감감이 너무도 커지기 때문에, 남은 멤버들의 고군분투 속에서 억지 웃음과 감동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1박2일 제작진 역시 이승기의 하차를 인정할 수만은 없는 입장인데요. 새 멤버 영입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우여곡절 끝에 새 멤버가 투입되더라도 그 멤버가 자리잡기까지는 수개월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이승기마저 하차하게 된다면 1박2일에게 치명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이승기 1박2일 하차가 배신? 좀 솔직해지자

이처럼 1박2일 제작진에게 발목잡힌 이승기는 시청자들에게까지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으며 진퇴양난에 빠졌는데요. 1박2일이 김C와 MC몽의 하차로 힘든 상황에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프로그램을 버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더군다나 1박2일은 이승기를 지금과 같은 스타로 클 수 있었던 발판이 된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리와 배신이라는 잣대로 냉정하게 비난여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차의 이유 중에 일본 진출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감을 사고 있기도 한데요. 카라 사태로 일본진출에 대한 거품도 드러났고, 국내팬들의 입장에서는 걸그룹 등이 일본진출로 인해 국내 활동을 등한시하게 되는 것이 못마땅한 상황에서 이승기마저 일본진출을, 그것도 1박2일을 그만두면서까지 한다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실 저도 일본진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이승기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이 최적기이긴 합니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과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고, 본업이 가수이기 때문에 이제는 고인이 된 박용하의 성공사례처럼 더욱 일본진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승기의 하차논의는 김C가 빠진 후부터 계속 이루어졌다고 하는데요. 이승기는 군입대에 앞서 연기와 가수 활동을 전념하기 위해 하차의사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난 해 9월 병역 비리로 MC몽이 하차하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이승기도 제작진도 하차를 선뜻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승기도 나름 의리를 지키기 위해 MC몽 하차 이후 5개월 동안 계속 1박2일과 함께 해왔는데요. 이미 이승기의 소속사는 일본 파트너로 어뮤즈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고 시기 결정만을 앞두고 있어, 이제는 이승기의 일본진출을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원래는 2월말쯤 일본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하차설로 곤욕을 치르면서 빠르면 4월초에 일본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분명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승기의 하차가 배신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솔직해져보면 그것은 1박2일을 통해 허당이자 센스 있고 위트 있는 이승기의 활약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렇게 강호동의 강을 유로 받아넘기며 호동잡는 승기로 지혜롭고, 막내지만 어느새 1박2일 내에서 든든한 주역으로 자리잡은 이승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에 미련이 남는 것이지요.

이승기는 굳이 일본진출을 하지 않더라도, 군입대 전까지 예능을 통해서 현재의 인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간간히 가수활동과 드라마 출연을 통해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1박2일 하차를 결정하면서까지 그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1박2일 산장 여행에서 다른 멤버들에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힘든 설악산 종주를 선택하고, 설악산 대청봉에서 새해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 이승기... 새해소원으로 1박2일 멤버들과 모두 행복하길 기원하는 이승기에게 이번 설악산 종주편은 하차결정을 내리고 난 뒤의 혼자만의 이별여행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도전과 이별로 남몰래 마음고생이 심한 이승기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배신자로 낙인찍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행동이 아닐까요? 분명 이승기의 하차가 아쉬운 것만은 틀림이 없지만, 1박2일 제작진도 시청자들도 이기적인 마음에 독립하겠다는 자식을 붙잡고 그의 발전을 가로막는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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