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양승동 KBS사장이 최근 사내에서 벌어진 조국 관련 뉴스 편집권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시스템이 정비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양 사장은 25일 열린 KBS이사회에서 천영식 이사가 최근 불거진 '라디오 뉴스 편집권 논란'에 대해 의견을 묻자 "라디오 뉴스 편집권과 관련해 담당 기자들이 글을 올리고 보도국장이 이에 반박글을 올린 것에 대해 사내에서는 댓글 형태로 논의가 오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어디까지가 제작 자율성이고 보도국장의 책임인지, 시스템적으로 문제는 없는 건지 등이 조정되고 있는 과정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양 사장은 "정각마다 5~10분 정도 진행되는 라디오 뉴스 편집이 균형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심의실에서도 일주일간 집중 모니터링을 했고 저도 목록을 봤는데 균형감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양승동 KBS사장 (출처=KBS)

'KBS 라디오 뉴스 편집권 논란은 23일 라디오 본부 기자 일부가 보도국장이 라디오 뉴스 편집을 두고 '편향적'이라고 경고한 것에 대해 반발 성명을 내며 시작됐다. KBS1라디오 본부 기자 9명은 "이재강 보도국장이 18일 라디오뉴스팀장을 불러 편집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제작진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며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조국 관련 뉴스를 많이 편집한다고 팀장과 편집기자를 엄중 경고하는 보도국장의 실체를 어떻게 봐야하냐"고 썼다.

이들은 "조국 뉴스량이 많다고 편집자에 엄중 경고를 한다는 것은 뉴스에 대한 데스크권을 넘어선 심각한 제작 자율성 침해이자, 편집권 침해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조국 관련 뉴스를 축소해 권력 친화적인 뉴스를 하라는 압력과 다름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강 KBS통합뉴스룸 보도국장은 당일 사내 게시판에 "비정상적 라디오 뉴스 편집을 그냥 두라는 것이냐"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강 보도국장은 "9월 17일 밤 보도정보시스템을 보던 중 경악할 만한 뉴스편집을 발견했다"며 "기사 8건 중 조국 관련 기사 4건에 최순실이 안민석 고소했다는 기사, 한국당이 정부 비난한 기사 등 6건이 일정한 방향성을 띠면서 결과적으로 극단적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도국장은 "편집자의 재량을 넘어선 자의적 편집이자 기자로서의 최소한의 균형감을 내팽개친 행위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라디오뉴스팀 일부 기자들이 이 문제를 '제작진에 대한 제작 자율성 침해'로 규정한 점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 국장의 입장문 아래에는 KBS 구성원들 간에 댓글 논쟁이 붙었다. "5분짜리 뉴스가 그렇게 신경 쓸 정도로 조국은 지켜야 되는 사람이었나? 9시 뉴스는 편파왜곡하고"라는 댓글이 달리는 한편, "경악할만한 편집이라는 인식에 공감한다. KBS는 몇몇이 하는 독립 유튜브 방송이 아니다"는 댓글이 달렸다.

논란의 발단이 된 지난 17일 KBS 라디오 뉴스 큐시트는 돼지열병으로 인한 돼지고기값 급등에 관련된 기사를 시작으로 조국 관련 기사 4건이 연달아 나온다. <검찰, 조국 장관 딸 비공개 소환>, <조국 장관 딸 논문, 고려대 입시 때 제출 정황>, <검찰, 정경심 공소장에 ‘딸 진학 도우려 표창장 위조>, <조국 임명으로 사회정의 무너져...교수 1000명 시국선언 서명> 등의 기사였다. 이어 <최순실, 안민석 의원 고소>, <한국당 ’북 눈치보며 공상 판정...하재헌 중사 ‘전상' 판정을> 기사가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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