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하는 자막을 사용한 SBS <런닝맨>에 행정지도 권고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SBS가 시청자 감수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6월 2일 SBS <런닝맨>은 기침하는 출연자 옆에 “1번에 탁 찍으니 엌 사레들림”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탁 치니 억 하고'는 1987년 강민창 치안본부장이 고 박종철씨의 사망원인을 두고 기자간담회장에서 밝힌 입장이다. SBS는 비판이 일자 사과 입장을 내고 관련 VOD를 삭제했다.

▲6월 2일 SBS <런닝맨> 방송화면 (사진=SBS 방송 갈무리)

방통심의위는 25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SBS <런닝맨>에 대한 의견진술을 진행하고 행정지고 권고 결정을 내렸다. 법정제재가 내려지지 않은 이유는 SBS가 방송 직후 사과 입장문을 내고,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에 직접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다만 허미숙 소위원장, 김재영 위원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사건을 희화화한 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이소영 위원은 “(이번 SBS 방송은) 풍자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기 어렵다”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이나 관점이 일치할 순 없다. 다만 방송사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은 “방송사가 실수할 순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면서 권고 의견을 냈다.

김재영 위원은 “‘탁 치니 억 하고’라는 표현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한 시대의 분기점이 된 표현”이라면서 “SBS는 그걸 희화화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광삼 상임위원, 박상수 위원은 “SBS가 박종철 열사를 희화화하려는 의도로 자막을 단 건 아니다. 부주의함의 결과”라고 했다.

SBS 측은 의견진술에서 “제작진 중 한 명이 자막을 달았다. 방송 당일 자막 후반 작업을 하느라 결과물을 챙기지 못했다”면서 “가해자(강민창 치안본부장)의 말 자체(탁 치니 억 하고)가 억지인데, 그 말을 패러디하는 의미로 사용했다”면서 “풍자의 대상으로 그 말을 사용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 내부 교육을 했다”고 밝혔다.

▲SBS 비디오머그 페이스북 게시물 캡쳐

한편 SBS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7월 SBS <비디오머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영상 링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턱! 치니 옭!하고 손잡다. 경호원들의 비정상만남(?)” 이라는 소개 문구를 달았다. 당시 SBS는 “자막을 단 제작진은 그런 역사적인 현실로부터 표현을 차용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서 사과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