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당이 주최한 허위조작정보 관련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내놓는 가짜뉴스의 본산은 대통령과 청와대, 여당"이라며 "가짜뉴스 여론조작을 마음대로 하면서 정작 자신들을 비판하는 목소리에는 가짜뉴스라고 낙인을 찍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여당의 허위조작정보 대책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정부·여당은 허위조작정보 유통로로 유튜브를 지목하는 등 지속적인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언론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 등에서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를 표명하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허위조작정보 정의와 판별을 문제삼으면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방향이 사회적 논의와 자율규제 중심의 방향으로 논의가 흐르는 중이다. 이 같은 논의 현황과는 별개로 한국당이 '가짜뉴스'라는 모호한 개념을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연혜 의원실과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문재인정권, 가짜뉴스 논란과 표현의 자유 침해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 대표는 24일 오전 최연혜 한국당 의원과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권, 가짜뉴스 논란과 표현의 자유 침해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지금도 우파 유튜버들을 탄압하고 정부 기관들이 획일적 잣대로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해 제재하고 처벌하겠다고 한다"며 "정권 입맛에 맞지 않으면 죄다 잡아넣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산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일이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는 "이 정권은 '문재앙'이라는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을 고발했다. 저에 대해 훨씬 더 심한 표현들이 있었지만 저는 고발하지 않았다. 저도 앞으로는 고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헌법 정신에 반하는 자유 억압 법안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내겠다. 네티즌과 1인 미디어에 대한 탄압도 앞장서 막아 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정국'을 '가짜뉴스'와 엮었다. 황 대표는 "조국 사태로 온 국민이 속이 상했는데, 조국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를 쏟아냈나"라며 "심지어는 하는 말마다 가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날 황 대표의 발언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책 방향과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우선 정부기관이 획일적 잣대로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제재·처벌하겠다고 공식화한 적이 없다. 정부가 지난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는 있으나 시민사회 반발 등으로 좌초됐다. 한상혁 신임 방통위원장이 방통위 전체회의, 민주당과의 만남 등에서 허위조작정보의 유해성을 언급하고 정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방통위가 정보의 내용을 판단하고 심의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후보자 시절 한 위원장은 방통위에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할 법적 권한은 없으며, 자율규제와 미디어리터러시 중요성을 강조하고 방통위 산하 '허위조작정보 전문가회의'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최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만남에서 "방통위가 어떤 정보가 허위·불법 정보인지 판단할 권한은 없지만, 유통을 방지하고 막을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 권한은 있다"며 "그 첫 단추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기구를 구성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한 위원장의 대책 마련 지시를 받은 김재영 방통위 사무처장은 "방통위는 망법 상 내용심의, 내용판단에 대한 권한이 없으며 관련 정책수립인 입법지원과 정책지원을 할 수 있다"며 "내용에 대한 판단은 방통위에 권한이 없다"고 했다. 당시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김 사무처장은 '한 위원장의 대책 마련 지시가 기존 방통위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냐'는 질의에 한 위원장 생각은 취임 전후로 변한 적 없으며 방통위가 허위조작정보 관련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고, 입법·정책지원을 하는 차원의 지시라고 답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권에 따라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입장이 변하는 한국당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패널로 참석한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이사는 "황교안 대표는 2001년 서울지검 부장검사 시절 정치인, 연예인을 비방한 네티즌 11명을 적발해 구속 기소했다"며 "당시 황 대표는 엄격한 법 잣대를 들이댔는데 지금은 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다른 입장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 상임이사는 "2015년 한국당이 여당일 때 정부는 인터넷신문은 사이비언론의 대명사라며 5인 이하 인터넷언론사를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다가 위헌 판결을 받았다"면서 "지금 말하는 논리대로라면 당시 그런 것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공수 바뀌었다고 언론·표현의 자유 입장들이 내로남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한국당은 허위조작정보 규제와 관련한 입법 현황과 현재의 주장이 불일치하기도 한다. 한국당 주호영, 이은권, 송희경, 이장우, 박완수, 강효상, 김성태(비례대표) 의원 등이 발의한 관련 법안들에는 징역 등 강력한 처벌 조항과 사업자 삭제의무, 언론중재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한 언론사 시정명령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김영주 방통위 인터넷윤리 팀장은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 등 소관법 담당 부처로서 내용심의 부분은 보고 있지 않다. 행정기관으로서 설치법과 망법에 근거한 정책적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국내 허위조작정보 관련 법은 과방위에만 총 11개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개념이나 판단주체, 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국회에서 논의를 진척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책·입법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김 팀장은 "작년 정책연구 결과 전 세계적으로 140여개의 팩트체크 기구가 설립되어 있었다. 해외의 연구기관 등 다양한 기관 활동에 비해 한국에서는 언론사 중심의 팩트체크 코너가 있는 정도"라며 "검증된 기관의 팩트체크 양성화·활성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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