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수요일 SBS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의 한장면이다. 이 드라마의 출발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전원주택을 배경으로 이웃간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미국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연상시켰다. <위기의 주부들>에서 '누구의 집에나 더러운 빨랫감이 있다'고 말한 것처럼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 얽히고 설킨 갈등들이 있을 듯했다. 관전포인트는 평범한 여자와 재벌 아들의 사랑이야기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달려있었다.

대체로 예상은 들어맞았다. 첫 회에서 살해당한 연수연은 백수찬(김승우 분)의 첫사랑이자 고니엄마였고, 수찬의 사진을 몰래 찍던 단명희(김예령 분)은 연수연의 친구였으나 조산하다가 과다출혈로 죽었다. 이어 연수연이 회장님의 숨겨진 여인인듯한 단서를 흘리고 있다. 이 스토리와 가장 무관해 보이던 과장님은 연수연이 살해당한날 알리바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문제는 주인공이다. 먼저 배두나가 예쁘지 않다는 암시를 끊임없이 하면서 봐야 한다. 덜렁대고 엉뚱하며 성격이 여성스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옷이라도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은찬(윤은혜 분)처럼 입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아니다. 배두나의 미니스커트 아래 쭉쭉뻗은 다리는 너무나 예쁘기만 하다. 팀장님 앞에서의 태도도 이상하다. "아무도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당돌하거나, 주책스럽지만 귀여워 보여야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정윤희(배두나 분)가 팀장님을 꼬시려고 애교를 떨고있다.

가관은 팀장님 유준석(박시후 분)과 정윤희가 사랑을 확인한 후 부터다. 준석은 윤희와 결혼하면 자살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어머니의 말을 거역하지 못한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결혼은 다른 여자와 하는 대신, 윤희를 평생 사랑하겠다고 한다. 평소 일관되게 멍청하고 자기비하를 서슴지 않던 윤희는 세컨드 자리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속상하지만 팀장님에게 사랑받아 행복한 모양이다. 준석과 결혼하는 고혜미(민지혜 분)에게는 "하긴 여자들이 그런다더라. 사랑받지 못하는 본처보다는 사랑받는 첩이 훨씬 더 낫다고"라고 말하며 싸울줄도 안다.

인간의 저열한 욕망을 용기있게 드러냈다고 치자. 결정적 실수는 팀장님이 저질렀다. 13회의 대사다.

(윤희를 위해 영어와 불어 교습을 준비했다고 말한 후)

팀장님 : "여성학과 교수님에게 특별강의도 듣게 될 겁니다"
윤희 : "그건 또 뭔데요?"
팀장님 : "기본적인 에티켓 정도는 익혀두는게 좋지 않겠어요?"
윤희 : "또 그 때 뮤지컬에서처럼 챙피 당할까봐 겁나시나봐요?"

혹시나 해서 이화여대 여성대학원 교육과정을 찾아봤다. 성역할 인류학, 한국여성운동연구, 가족사 연구, 여성노동론, 여성정책연구 등이다. 그 어디에도 에티켓 비슷한 단어조차 없었다. 마무리가 정말 궁금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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