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3일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심의규정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방통심의위는 범죄사건, 특히 성폭력·성희롱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심의기준을 신설하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방송에 대한 심의 기준을 완화했다. 또한 2014년 신설돼 정치심의 우려 등을 낳았던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은 삭제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성폭력·성희롱 사건 등 범죄와 관련된 자극적인 보도로 인해 피해 입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심의 기준이 신설됐다.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에서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취향, 직업, 주변의 평가와 같은 사적 정보의 묘사를 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마련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이외에도 자살 사건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보도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 과도한 언론 취재로부터 어린이·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출연 관련 규정 등이 개정안에 담겼다. 방송심의 규정 외에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및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도 개정됐다.

광고의 경우, 정신적·신체적 차이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거나 부정적으로 묘사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마련됐다. 또한, 특정 성에 대한 부정적 묘사나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조장을 금지하는 규정이 개정안에 담겼다.

하지만 개정안 최종 의결에 앞서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 삭제를 두고 일부 위원이 반발하는 등 이견이 표출됐다.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등 조항‘(제29조의2)은 지난해 KBS<오늘밤 김제동>의 김정은 찬양 발언 심의 당시 논란이 됐던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방송의 공적책임‘(제7조 3항)과 중복되고 조항의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반영해 삭제 결정됐다.

이상로 위원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등 조항을 삭제하려는 이유가 ’방송의 공적책임‘ 조항과 중복돼서라고 하는데 7조는 선언적인 규정이고 29조는 강제규정이다. 강제규정을 없애고 선언적 규정을 놔두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29조의 2항을 그대로 내버려 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로 위원을 제외한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해당 조항이 위원들의 재량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 문제 되어온 조항인 데다 다른 조항으로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며 개정안 초안대로 삭제하기로 했다.

이날 전체회의 의결을 거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오는 27일부로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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