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사라져버린 정치의 역할과 그 자리를 메운 검찰의 독점적 권력, 미디어의 검찰발 정보 독점 등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이뤄지고 있다.

한겨레 시민편집인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20일자 한겨레에 실린 칼럼 <정치 혐오와 미디어 혐오를 넘어서려면>에서 조 장관 인사청문회가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한 축인 국회의 기능 상실과 공론장의 왜곡을 한꺼번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야당 의원들이 앞다퉈 제기하고 매체들이 퍼 나르면서, 7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는 사라지고 오직 조국 후보자 청문회만 남게 됐다. 여기에 뒤늦게 검찰이 등장하면서 '조국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더했다"고 했다. "정쟁으로 인사청문회의 기능이 사라지면서, 장외 여론 정치가 대두"됐고, "국회가 주인공이 아니라 미디어가 주인공이 됐다"는 것이다.

한겨레 9월 20일 신광영 시민편집인 칼럼 <정치 혐오와 미디어 혐오를 넘어서려면>. 오피니언 21면.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 사이트 '빅카인즈'에서 조 장관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8월 9일부터 임명된 9월 9일까지 한달간 조 장관에 대한 보도를 검색하면 그 수는 2만 5272건에 달한다. 신 교수는 이 같은 결과가 지난 1년간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장자연 사건'(보도 4496건), '김학의 사건'(7518건)과도 비교가 불가할 정도이며 조 장관 외 6명의 인사청문 대상자 보도 건수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정치와 미디어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더 깊어질 것"이라며 "한국의 정당들은 정치를 통해 사회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사회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미디어가 정치화되면서, 사실 확인보다는 여론 정치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의 이같은 지적은 현재진행형이다. 인사청문회를 거부했던 자유한국당은 '삭발 투쟁'과 장외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 삭발 투쟁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에 달했다('공감한다' 32%, '모르겠다' 11%).

검찰은 조 장관 인사검증 국면에서의 전방위적 압수수색, 청문회 당일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기소결정 등 이례적 수사로 '정치 검찰'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이 가운데 검찰의 수사 과정이 물 흐르듯 언론의 '단독' 보도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피의사실공표죄와 언론의 출입처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겨레 9월 21일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아쓰는 정보독점 고리 끊기>. 정치 11면.

박영흠 협성대 초빙교수는 21일 한겨레 기고문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아쓰는 정보독점 고리 끊기>에서 "대한민국은 '검찰 공화국'이고, 검찰에 대한 정보는 언론으로부터 나온다"면서 "그럼에도 검찰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어도 강고하게 유지되는 '검찰 공화국'의 비밀은 여기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박 교수는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와 보도 관행, 이를 고착화 한 검찰과 언론의 '공생' 관계가 문제라고 했다. "정보는 있지만 전달을 할 수 없었던 검찰과, 전달은 할 수 있지만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언론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거래는 성사된다"는 것이다. 수사 정보를 독점하는 검찰과 정보 제공 채널을 독점한 언론의 '밀월관계'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박 교수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유통으로 검찰과 언론의 독점적 권한을 고갈시켜 두 기관의 유착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중대 범죄 수사의 경우 피의사실 일부를 원칙적으로 공개하되 그 형식은 검사와 기자들만의 '밀실 간담회'가 아니라 생중계되는 공개 브리핑을 통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공개 범위는 검찰의 비중이 최소화된 비검찰·시민참여형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강윤 시사평론가는 21일자 경향신문 기고문 <조국과 윤석열의 싸움이 아니다>에서 검찰에 대한 직무감찰 강화를 검찰에 대한 간섭이나 제한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검찰의 특권의식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을 비롯한 공직자에 대한 직무감찰 강화는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할 당연한 조치임에도 사법시험으로 대표되는 입직(入直)루트의 차이와 수사권·기소권을 독점으로 생겨난 검찰의 권위의식이 이를 간섭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이 같은 검찰의 권위의식을 보도에 반영하는 언론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언론도 문제가 많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검찰에 대한 감찰강화를 지시하자, '장관과 총장 간 싸움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곧바로 나왔다"며 "없던 감찰기능을 신설하는 것도 아닌데 검찰 탄압이라도 되는 양 써댄다. 그 피상적 관점과 습관적 보도행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언론 역시 시대정신에 눈 감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