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이 송혜교와의 결별설에 대한 입장을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 '만추'의 홍보활동 차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빈은, 군입대전 연인 송혜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그건 개인적으로 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안 좋은 결말을 원하는 건지, 좋은 결말을 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며 사생활 공개에 선을 그었습니다. 공인으로서 이런 태도는 팬들의 입장에선 일견 서운할 만했습니다. 대중의 관심으로 살아야 할 연예인 현빈은 왜 이런 발언을 했던 걸까요?

요즘 내한하여 영화 홍보에 동참한 '만추'의 히로인 탕웨이가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그녀는 일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남자들은 원래 다 무뚝뚝한 줄 알았다'며 상대배우 현빈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현빈과 탕웨이는 영화 속 캐릭터에 동화되고자 촬영이 시작되기 2개월 전부터 촬영장인 시애틀에 함께 머물렀었습니다. 이때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음에도 촬영이 끝날 때까지도 서로가 너무 서먹했었다는 것이지요.

현빈은 나중에야 이에 대해 해명했습니다. 낯선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탕웨이를 피해다녔다고 말이지요. 만추라는 영화는 우연히 마주친 두 낯선 남녀의 짧고도 강렬한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극 중 두 사람의 관계처럼 차츰차츰 감정을 쌓아 올리고 싶었다”는 말은 연기를 대하는 현빈의 치열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근간이 아닌가 싶네요.

시크릿가든에서도 현빈은 철저히 김주원으로 호흡했습니다. 김주원으로 살았던 4개월이 정말 행복했고 쉽게 잊을 수 없을 캐릭터라고 했지요. 뇌사 상태인 라임에게 생명을 주고자 영혼체인지를 결심했던 폭풍오열씬에서는 OK사인이 난 이후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현빈인데요, 시크릿가든 스페셜에서 소개된 NG 장면에서도 이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원의 몸속에 영혼이 깃든 상태에서 의식을 회복한 라임은 주임이 뇌사상태인 자신을 살리고자 영혼체인지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열하는데요. 이 장면을 연기하던 현빈은 스스로 마음에 안 드는지 '다시 할게요'를 외치지만 그 말에서조차 라임다운 슬픔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간 현빈을 철저히 배제합니다. 극중의 인물 자체가 되는 거지요. 씨크릿가든의 김주원이 그랬고, 만추의 훈이, 또 드라마 아일랜드 속 강국이 그러했습니다. 바로 그가 대중을 만나는 방식입니다.

시크릿가든에서 빅히트를 쳤던 반짝이트레이닝을 나중에도 입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빈은 분명하게 대답합니다. '제가 그거 입고 다니면 웃기지 않겠어요? 그냥 소장용으로 두려구요' 드라마속의 김주원을 그대로 남겨 두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데요. 그랬기에 시크릿가든 스페셜에서 인터뷰에 응한 현빈에게선 도무지 김주원을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캐릭터를 내려놓은 현빈의 모습이 낯설 정도였지요. 주원의 말투와 눈빛이 증발해 버린 현빈 말입니다.

우리는 연예인을 캐릭터가 아닌 인간으로서 기억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박시연을 에릭의 여자로 오랫동안 기억해왔듯, 또 최근 걸그룹으로 데뷔한 황지현을 현빈의 옛 연인으로 부르는 것에 익숙합니다. 또 많은 배우들 역시 캐릭터를 넘어 인간으로서도 사랑 받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빈은 오직 캐릭터로만 남기를 바란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일까요. 현빈은 확실히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배우 현빈이 아닌 작품 속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희한한 능력이 있습니다. 드라마 아일랜드에 빠졌던 사람들은 여전히 6년 전의 강국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주원이나 훈하고는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캐릭터였지요. 분명 김주원이란 캐릭터 역시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을 텐데요. 나중에 현빈에게 똑같은 김주원을 요구하려면 시크릿가든 시즌2가 아니고서는 불가능 할 것입니다. 내이름은 김삼순 속 삼식이와 김주원의 미묘한 차이처럼 똑같은 캐릭터를 현빈은 허락하지 않겠지요.

이러한 캐릭터의 완성은 인간 현빈을 철저히 버리는 치열한 몸부림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배우 현빈이 아닌 캐릭터 김주원, 훈, 강국, 삼식이로서 기억해주길 바라는 현빈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인간 현빈은 어제 연예인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송혜교와의 결별설을 묻는 취재진에게 선을 그어버렸지요.

그가 대중에게 보여온 것은 인간 현빈이 아닌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 겨울, 대중을 열광시켰던 것이 인간 현빈이었는지, 캐릭터 김주원이었는지에 대해 현빈 자신의 대답은 명확해 보입니다. 현빈은 개인으로서 대중을 만난 것이 아니라 캐릭터로서 대중을 만났었지요. 그리고 이제 캐릭터를 내려놓은 인간 현빈에게, 자신만의 시크릿가든이 허락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래야 공평할 것 같습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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