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가 정년을 늘리거나 폐지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2022년부터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생산인구 감소, 고령화 사회 위기에 맞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인구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첫 발을 뗐다는 평가와 동시에 청년 일자리, 임금·고용체계, 노동생산성 등의 문제가 대두된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번 발표의 핵심인 정년연장 문제와 관련해 현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위해 '인구정책 테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해왔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에는 ▲생산연령인구 확충 ▲절대인구 감소 충격완화 ▲고령인구 증가 대응 ▲복지지출 증가 관리 등 4대 핵심전략과 함께 20개 정책과제가 담겼다.

정부는 이날 4대 핵심전략 중 첫 번째로 생산연령인구 확충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고용장려금 지원 확대를 내년부터 도입하고,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일본식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오는 2022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중 관심을 모은 건 '계속고용제도'이다. 기업이 정년 이후에도 고용을 연장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고용 연장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공식화 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19일 언론들은 정부가 인구문제의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했다고 평가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인구감소와 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응에 치우쳐져 있어 청년 일자리, 임금체계, 노동생산성 등의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이 빠져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경향신문은 사설 <'인구 감소', 국가운영 패러다임 차원의 논의 시작해야>에서 "정부 대책은 역대 정부 처음으로 인구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인구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일단 평가할 만하다"면서 "그럼에도 정부 인구 대책은 인구감소·고령화 대응에 치우쳐온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당장 이날 발표한 대책에서도 청년 일자리 방안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첩첩산정 '정년 연장' 논의, 피할 수 없는 길이다>에서 "정년 연장 문제는 경제주체간·세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탓에 그동안 정부가 선뜻 논의에 나서지 못했다. 결론에 이르기까지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이라며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 연장'에 얽힌 우려들을 나열했다. "기업들은 당장 인건비 부담 증가를 들어 반발한다. 또 국민연금 개편과 각종 복지제도들이 연계된 노인 연령 기준과도 맞물려 있다"며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영향을 미쳐 세대간 갈등을 유발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정규직 위주의 고용 구조와 연공급 임금체계를 놔둔 채 정년만 연장하면 그 혜택이 공공기관과 대기업 정규직에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정년 연장, 임금·고용체계 개편과 함께 논의·추진돼야 한다>에서 "가장 큰 논란은 정년 연장이다. 정부가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 증가를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은 고령자 계속 고용이 확대되려면 임금·고용체계 유연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대외 환경이 악화되는 마당에 정년 연장이 또 다른 위기 요인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기업들의 합리적 요구는 외면해선 안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계속고용제, '청년 일자리' 뺏는 식은 안 돼야>에서 "취지가 좋아도 이를 현실에 적용하려면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양질의 일자리'인 대기업에 계속고용제가 도입되면 청년들의 '취업 절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일자리를 놓고 부모와 자식 세대 간 세대 갈등이 더 심화할 수 있다. 노동 경직성이 완화되고 연공서열식 호봉제는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계속고용제' 가능하려면 노동유연성 전제돼야>에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경직된 노동시장을 그대로 두고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노동생산성은 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이 경영환경에 맞춰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잇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책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썼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뜨거운 감자'인 정년 연장 문제를 정부 임기 다음으로 미룬 것으로, '정치적 부담'을 회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요한 건 2022년이다. 이 해 5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선다"며 "정부 발표는 문재인 정권 내에서는 정년 연장과 관련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현 정부가 정년 연장 결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김 대표는 2022년 대선에서 세대갈등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년 연장 방침에 따라 고령층 고용이 증가하면 청년 채용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시기적으로 현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대선에서 이 문제가 화두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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