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검찰·국정원 등 한국 수사당국이 감청 등 통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사당국이 이용자에게 수사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이용자들이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18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는 수사당국의 통신 수사를 엄격히 제한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전부개정안 가안을 공개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입법토론회>에서 공개된 가안은 통신비밀보호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맞춰졌다. 골자는 ▲감청 영장주의 강화 ▲감청 요건 강화 및 감청 대상 축소 ▲기지국 수사 엄격히 제안 ▲수사당국의 통신수가 사실 즉시 통지 등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 인터넷 패킷 감청, 기지국 수사, 실시간 위치 추적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수사기관의 통신 수사가 시민의 통신 및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에서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3월 31일을 개선 입법 시한으로 제시한 상태다.

토론회 발제자로 참여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청 대상 범죄를 축소하자고 제안했다. 기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범죄를 실행하는 자’뿐만 아니라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자’를 감청 허용 대상으로 규정한다. 통신비밀보호법 가안은 ‘범죄를 계획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자’를 감청 허용 대상에서 삭제했다.

이호중 교수는 기지국 수사를 엄격하게 제안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범죄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 수집이 불가능한 경우만 기지국 수사를 허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중 교수가 설명한 통신비밀보호법 가안에는 수사당국이 통신 수사 사실을 대상자에게 성실하게 통지하지 않은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기관은 집행 종료 시 즉시 (수사 사실을) 통지하고, 통지유예 기한을 30일로 제한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호중 교수는 “(수사기관이) 자료 수집 후 즉시 통지하도록 규정했다”고 밝혔다.

영장주의 강화가 추가됐다. 강화기존 수사당국은 ‘허가서’를 받아 통신 수사를 진행해왔다. 통신비밀보호법 가안은 ‘허가서’를 ‘영장’으로 바꿔 영장주의를 명확히 했다. 영장주의가 강화되면 수사당국의 무분별한 통신 수사 관행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회선 감청 (사진=참여연대)

현재 국가정보원·검찰 등 수사기관은 통신 분야에서 강압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기관은 통신 기지국을 수사해 불특정 이용자의 통화 내역을 입수하고 인터넷 회선을 감청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얻는다. 수사기관이 이용자에게 수사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일반인이 진상을 모를 뿐이다.

수사기관은 이용자의 인터넷 계정을 압수수색할 때 포털 사업자에게만 영장을 제출하고 이용자에게는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포털 역시 이용자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에 ‘이용자 통신 정보 수집’ 사전고지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오픈넷·고려대 공익법률상담소가 발표한 ‘2019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당국은 지난해 네이버·카카오 계정 820만 건을 압수수색하고 7천여 건의 통신 감청을 했다. 또 이용자의 통화 내역과 통화 위치를 확인하는 ‘통신사실확인’은 지난해 98만 건, 가입자의 신원정보를 확인하는 ‘통신자료제공’은 713만 건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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