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터키 축구 국가대표팀 간의 A매치 평가전이 득점없이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0일 새벽 3시(한국시간) 터키 트라브존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경기장에서 열린 터키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박지성, 이영표의 은퇴 공백, 이청용, 차두리의 컨디션 난조에 의한 결장 등 주축 선수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골키퍼 정성룡의 눈부신 선방과 기성용, 이용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콤비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힘입어 터키의 공세를 잘 막아냈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다만 후반전 초반 구자철과 신경전을 펼치던 터키의 주장 엠레가 퇴장당하며 수적인 우위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패스 성공률로 인해 문전에서 좀 더 세밀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 간간이 찾아온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등 공격력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친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최근 유로 2012 본선 진출을 위한 조별예선에서 조 3위로 밀려나 있으면서 터키 축구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날 한국을 상대로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데 대한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후반 초반 퇴장을 당해 후반전 중반 이후 한국이 경기를 지배하는 원인을 제공한 주장 엠레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2 한일월드컵 3-4위전 이후 9년 만에 성사된 한국과 터키의 리턴매치를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눈에 띈 베스트 플레이어 3명을 꼽아봤다.

▲ 정성룡 선수ⓒ연합뉴스
1. '대한민국 수문장' 골키퍼 정성룡

이날 양 팀을 통틀어 '맨 오브 더 매치'를 꼽는다면 단연 정성룡이다.

경기가 득점 없는 무승부로 끝난 만큼 아무래도 수비를 잘한 선수에게 눈길이 가기에 마련이겠지만 특히 정성룡은 전반전 초반 상대의 결정적 헤딩 슈팅을 막아낸 것을 시작으로 후반 종료까지 약 3-4차례의 골에 가까운 상황을 잘 막아내는 슈퍼 세이브를 선보였고, 이전의 경기와 다름없이 한 박자 빠른 판단력과 안정적인 볼 키핑으로 전반적으로 열세인 상태로 경기를 치르는 와중에서도 무실점 경기를 이끌어냈다.

월드컵과 아시안컵을 거치며 정성룡은 그야말로 일취월장 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성장을 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경기였다. 특히 과거 정성룡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 리딩 능력도 이전에 비해 훨씬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대한민국의 골문을 누가 지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종식될 것이다. 정성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정성룡의 플레이가 축구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 남태희 선수ⓒ연합뉴스
2. '발렝시엔의 별' 남태희

만 19세 어린 나이에 찾아온 대표팀 데뷔전 기회에서 그것도 터키라는 강팀을 맞아 선발출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남태희는 그야말로 행운을 잡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경기가 끝났을 때 남태희를 선발출장시킨 조광래 감독의 선택이 탁월했으며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남태희의 플레이를 볼 수 있었던 시청자들이 오히려 행운이었다고 느낄 정도로 남태희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신선했다.

이청용의 부상으로 이청용의 자리에서 경기를 시작한 남태희는 볼점유율 4-6으로 열세에 놓인 상태로 경기를 치렀던 전반전에 한국 공격진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만의 플레이를 위축됨 없이 펼친 선수였다.

신체조건이 우수하고 스타일이 거친 터키 수비수를 앞에 놓고 세밀한 발기술을 물론 과단성 있는 슈팅으로 답답하기만 했던 전반전 경기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하다.

경기 직후 남태희는 현지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아쉽다'는 표현을 연발해 가며 득점을 올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전혀 아쉬워할 게 없는 경기였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좌 흥민-우 태희' 윙포워드 콤비가 만들어낼 신선하고 호쾌한 플레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홍철 선수ⓒ연합뉴스
3. '이영표의 후계자' 홍철

대표팀을 은퇴한 이영표의 등번호 12번을 달고 터키전을 맞이한 홍철의 부담감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상대가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유럽의 난적 터키였고, 홍철이 수비해야 할 선수는 2010 FIFA 푸스카스상에 빛나는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공격수 하밋 알틴톱이라면 더더욱 홍철이 가질 수 있는 부담감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터키전에서 홍철이 수비하던 왼쪽 측면이 뚫려 실점을 허용하더라도 홍철을 비난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철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의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 알틴톱에게 몇 차례 슈팅과 크로스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홍철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감을 찾았고, 후반전 어느 순간에는 멀찌감치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홍철의 모습에 잠시 이영표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이제 홍철은 터키전 무실점 경기를 통해 자신의 등번호가 주는 중압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있을 A매치와 런던올림픽 예선전, K리그 경기 등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의 공격수들과 상대하다 보면 홍철은 어느새 이영표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큰 선수로 성장해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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