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법무부가 추진 중인 피의사실 공표 방지를 위한 공보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이를 전하는 언론의 논조도 제각각이다. 특히 피의 사실 유포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SBS는 피의사실 공표의 긍정적인 영향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SBS는 16일 리포트 3꼭지를 할애해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다뤘다. <‘피의사실 공표’ 명과 암...필요성과 개선 방향은?> 리포트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예로 들며 피의사실공표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16일 SBS8뉴스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명과 암...필요성과 개선 방향은?>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둘러싼 논란을 다루며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했다. (출처=SBS)

SBS는 당시 백악관이 워터게이트 사건에 개입한 결정적 정황을 기자에게 제보한 인물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미 연방수사국 FBI의 부국장이었다며 ”피의사실 공표를 이 사람이 기자에게 한 것이다. 이걸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대검찰청 고위 간부가 권력형 비리에 대한 피의 사실을 기자한테 알려준 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행위를 지금 공익적이지 않다, 이렇게 보기에는 어려운 게 아니냐“라며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며 국민은 진실을 알게 되고 사건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한 사례로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사건과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사건들을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꼽았다.

임찬종 법조팀 SBS 기자는 피의사실 공표 보도 필요성에 대해 ”언론이 취재나 보도를 하지 못하게 되고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된다면 정치권력이 수사에 개입하기도 훨씬 쉬워지고 또 수사관들이 수사 과정에서 마음대로 진실을 은폐할 가능성도 훨씬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피의사실 공표 문제점에 대해서는 ”검찰이 지금까지 피의사실 공표를 일종의 수사 수단으로 삼아서 남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분명히 존재한다. 수사 대상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또 방어권이 제약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만 언급했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 추진 논란…법무부 "초안에 불과"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이날 리포트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김현우 앵커는 “전직 대통령, 전직 대법원장, 그리고 재벌 총수가 범죄 혐의가 있어 과거 검찰이나 특검에 조사받으러 나오던 장면입니다. 국정농단이라든지 사법 농단처럼 국민 관심이 큰 사안에서는 공인들의 소환 사실을 미리 알리고, 또 포토라인을 설치해서 혹시 모를 충돌에 그동안 대비해왔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법무부가 이런 공인의 소환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는 것을 포함해서 피의 사실 공개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직 장관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법무부 측은 초안을 만들어서 논의하는 단계라고 한발 물러섰다”고 전했다.

SBS는 이날 <'형사사건 공개 금지' 추진 논란...법무부 "초안에 불과">, <‘피의사실 공표’ 비판...그때그때 달랐던 여야>, <'피의사실 공표' 명과 암...필요성과 개선 방향은?>으로 세 꼭지를 보도했다.

피의사실 공표 방지를 위한 공보준칙 개정안을 둘러싸고 우려를 표하는 SBS의 논조는 앞서 4꼭지를 할애해 보도한 JTBC보다 강하다. 지난 15일 JTBC는 공보준칙 개정안을 소개하며 “국민의 알권리와 균형을 이루겠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검찰의 모든 사건을 비공개로 하는 방안입니다. 이대로 실행되면 국정농단 같이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건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셈이라 여러 논란이 예상된다“며 공보 초안을 소개했다.

JTBC <뉴스룸>은 연달아 <”포토라인 금지…수사 내용 유출 땐 법무부 장관이 감찰“>, <법무부 ”피의자 인권 보호하기 위한 조치“…알권리는?>, <‘피의사실 공표’논란…정치권, 그때그때 달라지는 ‘시각’>등 리포트를 내며 피의사실 공표를 둘러싼 여야 대립을 전한 뒤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정치권의 입장을 비판했다.

사실 SBS는 피의사실 공표 보도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보도, 지난 7일 조국 장관 아내 PC에서 발견된 동양대 총장 직인 보도 등은 피의 사실 공표 논란이 일었던 사례다.

[단독] 아무도 벌 받지 않는 '불법'…'피의사실공표' 철퇴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실제로 MBC는 지난 11일, 피의사실 공표 방지를 위한 공보준칙 개정안 초안을 단독 보도하며 동일한 지적을 했다. MBC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 수사 당시 언론에 보도된 이른바 ‘논두렁 시계’ 의혹. 부적절한 ‘피의사실 공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라며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문제점을 짚고 법무부가 마련한 훈령 초안을 공개했다.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피의사실 공표 방지를 위한 공보준칙 개정안의 뼈대는 수사기관이 형사사건의 수사 내용을 언론 등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칙’을 마련하는 것에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공보자료를 배포한 경우에만 구두로 브리핑을 할 수 있고 오보가 발생했을 때는 사실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 수사 내용이 유포됐을 경우 법무부 장관이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를 감찰할 수 있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여당과 법무부는 피의사실 공표 방지를 ‘검찰개혁’의 일환이라 보고 잘못된 수사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조국 장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피의사실 공표 방지 대책은 수사외압이자 언론통제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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