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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박해영(송승헌 분)이 이설(김태희 분)에게 고백했습니다. 이제 박해영은 본격적으로 이설의 남자가 되려나 봅니다. 그동안 그는 유산상속이라는 현실적 입장과 공주를 향하는 마음사이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왔는데요, 이런 두 가지 마음을 오가는 모습이 매끄럽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자기모순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박해영의 이중성에 몰입이 안됐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고뇌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앞에서 냉소적인 표정으로 이설을 비웃다가, 장면이 바뀌면 이설 앞에서 그녀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니 영 어색한 느낌이었지요.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가든에선 OST가 빛났는데요, OST자체도 아름다웠지만 이 OST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들의 고뇌와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고뇌에 담긴 주원과 라임은 OST와 더불어 과거를 회상하거나 상상 속 대화를 했고 또 그리움을 담아냈었지요.
박해영 역시 깊은 고뇌 속에서 긴 침묵의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 시간 동안 그가 고민한 것은 대통령을 적으로 돌린 자신의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이설에 대한 생각뿐이었지요. 그래서 오랜 생각을 하다 박차고 일어난 박해영은 이설에게 달려가 고백했던 거지요. 9회에서도 박해영은, 녹화해 뒀던 이설의 인터뷰 연습 장면을 돌려보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이러한 혼자만의 시간들은 주인공의 심리적 궤적을 짐작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애매한 부분보다 더욱 김은숙작가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은 깨알 같은 대사들입니다. '성격이 칼 같은 사람이야, 내가' 김주원이 많이 쓰는 말투지요. 김은숙 작가는 이렇듯 주어가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를 좋아합니다. 처음에 김주원만 즐겨 쓰더니 나중엔 라임이나 오스카도 이런 투의 말을 무척 자주 썼지요. 근데 9회에서 박해영이 이런 어투를 쓰는 걸 보니 문득 김은숙 작가가 떠오르더군요. 한편 오스카가 즐겨 쓰는 표현이 있지요 .'혼인신고 증인까지 서주는 팬은 니가 처음이라는 게 아주 기쁘다는 것만 아세요'. 존댓말로 끝나지만 주어가 '니'인 말투말입니다. 늘 박해영에게 깍듯한 존댓말을 하던 이설이 모처럼 이런 말을 했지요. '발족식날 니가 준거잖아요....... 난 니 임금이거든요' 또 실존하는 특정인물을 직접 운운하는 것도 김은숙 작가의 개성인데요. 시크릿가든에서는 실제로 김태희, 전도연, 택연, 옴므 등등 실존인물을 일컫는 대사가 많았지요. 이설도 대장금을 운운하며 말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날 한결 같이 지켜주는 지진희가 없다는 거'.
이밖에 '이봐 이봐' 하며 박해영의 주의를 환기하는 이설의 대사 역시 주원이 가끔 썼던 말이기도 합니다. 김은숙 작가는 노골적이고 극히 현실적이어서 방송어로는 다소 과격한 표현도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요, '왜 이렇게 무거워 너 통뼈야? / 조만간 현피떠서 확 발라버릴 예정입니다. / 쪽팔리네요... 이런 대사들은 왠지 김 작가의 흔적을 강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요즘 마프는 초반의 흥행몰이가 꺾이더니 지난주 설연휴를 맞아 시청률이 급감하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경쟁작 싸인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지요. 하지만 입궁한 후 지지부진했던 전개가 지난주에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내보이게 된 두 사람인데요. 한결 달달해진 흐름을 기대해봅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달달한 로맨스로 승화될 수 있을지, 그래서 시청자를 설레게 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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