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smile이…2008년도죠? 두 차례인가 세 차례인가 자꾸 와달라고 하는데 (내가) ‘아니, 뭐, 당신이 뭔데 와 달라 하느냐’ 했는데 나중에는 (원조smile이) 간곡하게 ‘살려달라고, 다른 게 아니고, 여기는 그냥 개인들끼리 정보 교류하는 차원이니까. 와서 좀 활동 좀 해주십시오. 시삽이나 이런 쪽으로...’ 그래서 그거야 뭐 문제될 것이 있겠냐. 단순히 내가 습득하는 정보 전달할 수 있고, 힘든 사람 같이 도와가면 나쁠 것은 뭐가 있었냐.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 취지였기 때문에 갔었죠. 그게 아니었다고 하면 애초부터 안 갈려고 했었죠. 처음부터.”

신동아에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기고했다 박대성씨가 잡힌 후 ‘자신은 가짜’라고 실토한 김재식씨(‘신동아K’)의 말이다. 필자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011년 1월 31일, 김씨를 만나 3시간가량 그 동안 ‘미네르바 조작설’ 연재를 해오면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물었고 그에 대한 답을 들었다. 김씨의 기억에 따르면 원조smile은 자신의 네이버 메일(tiberia123@naver.com)로 세 차례 가량 메일을 보내왔다고 한다. 원조smile 이외에 700리더스클럽에서 그를 접촉한 다른 인사는 없었다.

원조smile이 무작정 접촉한 것 같지는 않다. 나름대로(?) 사전 조사를 한 뒤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그건 김씨가 여기저기서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으로 남긴 글들이다. 그런데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으로 남긴 그 글들이라는 게, 앞의 연재에서 제시한 이미지 캡쳐 글 같은 내용이다.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종추] 지금까지는 우물안개구리엿다면 2008년은 글로벌기업으로 우뚝설 수 있는 업계 최강의 선두두자!!”,
“필자메일 주소를 알려드릴테니 상세한 종목상담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현직에서 활동하는 매니져입니다. tiberia123@naver.com 상세한 종목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바닥에서 속칭 ‘삐끼질’ 글이라고 부르는 주식투자 권유 영업 글들이다.

아고라 경제방에 글을 남긴 미네르바는 종목추천이나 투자권유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구속된 박대성씨에 대한 수사에서 특정정당과 연관성이나 어떤 사익(私益) 추구목적과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반복해서 캐물었지만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를 한다던가, 정당가입 등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대성은 노무현대통령이 구상해 론칭한 민주주의2.0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한 적이 있다. 검찰은 이 ‘대목’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박씨는 “그곳에서 진행되는 토론 내용이 궁금해 가입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어쨌든, 미네르바가 고유명사가 아닌 이상, 그와 같은 닉네임을 쓰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원조smile이 김씨를 아고라 미네르바로 판단한 것은 어쨌든 주식상담미네르바도 거시경제 돌아가는 것과 시장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데서 공통성이 있다고 봐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렇다고 원조smile이 특정인물을 판단할 수 있는 높은 ‘분별력’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700리더스클럽에 그를 데려와서 운영진들에게 “사전조사와 검증을 거쳤다”고 주장했던 ‘증거물’은 그가 2006년 경부터 각종 증권 싸이트, 네이버 등에서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는 링크와 캡쳐물 들이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필자와 김씨의 대화내용이다.

필자: 어떤 경로로 연락이 왔나요.
김씨: 이메일로도 오고.

필자: 네이버 메일로요?
김씨: 예. 자꾸 오더라고요. 나중에는 짜증이 나서 자꾸 이런 것을 보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요구하는 사항 뭐냐. 그건 위에서 말한 내용 그대로고요.

필자: 원조 스마일 이외에 다른 사람이 접촉한 사람은 없었나요.
김씨: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다. 700리 클럽 같이 가서 그때 만 해도 다음 네이버 자체는 필명은 제가 뭐, 이미 미네르바를 사용하고 있었으니, 그걸로 해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그걸로 해서 사람들이 인정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아니, 조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내가 기존의 인터넷신문에 기고했던 것, 기고문 같은 것도 발췌 해오고 ‘맞는 데 뭐 아니라고 그러냐’….

필자: 어디다 기고하셨어요.
김씨: 기고라기보다도 거 독자, 독자칼럼.

필자: 자유게시판같은 데 말하는 거죠.
김씨: 예 그런데 글 같은 거 싣고..그리고 인터넷, 제 후배들이 카페 운영했었고...

필자: 카페이름이 뭐죠.
김씨: 많았죠. 많았는데, 워낙 많아서 다 이름을 기억할 수는 없고.
‘○○매니지먼트’라고 거기 시삽이었어요. 네이버에 개설된 카페. 다음은… 하도 많아서 이름은 모르겠는데, 시삽으로 활동했습니다.

‘○○매니지먼트’는 네이버에 개설되었던 카페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이 직접 삭제했다. 신동아 기고를 전후로 700리 운영진들은 그가 남긴 흔적들을 지우라고 그에게 ‘요청’했다. ‘신변안전이 우선’이라는 이유였다. 인터넷에 남겨진 ‘흔적’ 들을 살펴보면 역시 주식상담, 종목추천 용도로 개설된 카페다.

그는 자신이 700리에 들어간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원조smile이 ××놈이죠. 일 자체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게, 저는 어떻게 보면, 거기(필자주: 신동아) 인터뷰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잘못한 것이 맞습니다. 어쨌든 취지 자체가, 거기 700리라는 데에 들어가 보니, (애당초 설명을 들었던)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자기네끼리 오프라인 모임도 갖고, 회비도 걷어서 어떻게 하자는 것도 있고, 자꾸 만나자고 하는데 나는 거절했습니다. (내가 거기 들어간 것은) 단순히 정보교류 차원에서 해주고, 그 정보를 받고 주식을 사고 말고 할 것은 아니고, 금융주식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채팅록을 통해서 정보를 제공해주고, 여러분이 돈을 벌면, 1만원이든 천원이든 서로모금을 해서 북한 동포 돕기, 수해도 많은데 기부하고 하면 어떻겠냐. 고 말하니 다들 흔쾌히 동의했고. 그런 취지로 활동을 했는데,” (김재식,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술회, 2011.1.31.)

여기서 일단 정리를 하고 넘어가자. 앞의 연재에서도 언급했지만 ‘미네르바 조작설’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원조smile이 아고라 미네르바의 진짜 메일을 확보하고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미네르바팀의 일원인 KJS가 신동아에 기고하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작년 10월말부터 미네르바팀에는 여러 루트를 통해 협박과 경고가 전달됩니다. (미네르바는 이런 내용을 여러차례 글에서 언급했습니다.) 근데 당시에 미네르바팀의 KJS와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미네르바가 일부 아고라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자료를 보낸 적이 있는데, 그때 연결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makefile 황모씨, 블로그 및 아고라 연재 글 “[연재] 미네르바 사건 이야기 9 - 월간조선, 김연광”, 2009.8.13)

황씨는 김재식과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있고, ‘아고라 미네르바가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 연결된 사람들’이라고 전언형식으로 말했다. 황씨에게 그 말을 해준 사람은 누구일까. 지난번 연재에서 인용한, 원조smile의 ‘미네르바 모시기 작전’의 저간 사정을 잘 모르는 700리 일부회원들의 부정확한 아고라 경제방 회고 글은 있었다. 황씨는 그것을 보고 말하는 것일까.

어쨌든 당사자인 김재식의 증언에 따르면 자신에게 접촉한 사람은 원조smile 한 명이고, 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고, 난데없이 과거 그가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주식 상담하는 글들을 증거라고 메일로 불쑥 내민 것이 전부다.

김재식이 700리더스클럽 채팅방에서 회원들을 모아놓고 한참 ‘투자강의’를 하는 와중에 일부 운영진이 ‘원조smile이 미네르바를 모셔온 불순한 까닭’을 그에게 폭로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한번은 오프라인으로 만났는데, 저는 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어요. 듣기로는 (원조스마일이) 한국에 와서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돈을 뭐, (원조스마일이) 정치를 하고 싶은데, 그 자금을 좀 대달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나봐요. 나는 ‘아니 뭐, 그거랑 저(김재식)랑 상관없는 문제 아니냐’고 그렇게 말했는데 서로 비방전을 하고, 강퇴당했다느니 이런 식으로 하면서 자기네들이 별도로 클럽을 하나 만들었다, 그게 십일클럽이라고…아니, 와달라고 그래요, 그래서 저는 ‘아니 가야 됩니까’, ‘거기 계시면 안되는데요’, 그래서 ‘왜 가야합니까’ 하니 ‘그냥 와 달래’ (내가) 따라가서는 안됐죠, 사실. 그런데 괜히 따라가 가지고, 문제, 사건의 발단이 일어나는데…(김재식, 필자와의 인터뷰, 2011.1.31.)

김재식이 전 운영진에게 들었다는 ‘정치 자금’ 운운의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또 다른 ‘700리 전 운영자’(본인의 요청으로 익명처리)의 진술에 따르면 원조smile은 “아고라미네르바가 쓴 글을 정리해 출판해서, 출판해서 나오는 돈으로 700리 클럽의 운영자금을 충당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운영진 회의에서 피력한 바 있다. 개인적인 추정으로는 정황적으로는 ‘전 운영자’의 증언이 보다 진실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글을 완성하는 시점에 위와 거론되는 대목과 관련된 채팅자료를 제보받았다. 경제독서모임의 전직운영진과 김재식 사이의 11월 6일자 채팅록이다. 다음 채팅록을 보면 적어도 김재식이 위에서 하는 ‘정치’ 운운①이 그가 과장해서 전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김재식에게 원조Smile이 책을 내자고 제안한 것②도 이날 채팅록에는 거론되어 있다.


리어카와늙은이: 음
토끼눈깨진손톱: 사조직 입니다.
자기의 정치 생활을 위한
리어카와늙은이: 스마일인가 그양반 정체가 먼지 매우궁금
금전적인걸 요구하는거보니
광야소리: 목적이 뭔지 혹시 아세요?
토끼눈깨진손톱: 피해 망상증에... 돈키호테
리어카와늙은이: 먼가있는디
모에: 뭔가 종교단체를 뒤에 두고 있는 넘 같음
토끼눈깨진손톱: 정치를 하기 위함 입니다.
리어카와늙은이: 음..

리어카와늙은이: 700리에서
거시기
누구여운영자
모에: 스말
토끼눈깨진손톱: 원조
올리비에: 스마일
리어카와늙은이: 자꾸 책내라네
모에: -_-
리어카와늙은이: 돈좀달랴
모에: 이넘이;;;;;
리어카와늙은이: 이건 머여
모에: 자기는 미국에 있으니 안전하다고
토끼눈깨진손톱: ㅇㅇ
리어카와늙은이: 왜돈을 달래
모에: 영감님 등 떠미네

※ 채팅록에서 각각 ‘리어카와늙은이’는 ‘신동아K’, ‘토끼눈깨진손톱’은 ‘깨진손톱’이다. 위에서 강조는 필자- 필자주

원조Smile은 운영진 접근금지와 관련 모임의 분란이 커지자, 2008년 11월 26일 다음의 글을 700리 회원 전체공지로 올린다.

사건의 발단은 처음 운영진이 off 모임을 서울에서 시작했을때의 일입니다....(10월 25일)
저는 이 칠백리의 안전과 여러가지 상황정리를 위해 (제 개인적인 독단으로 인한 우를 줄이고자) 운영진의 기능을 강화해 나갈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첫날부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10월 25일 모임에서 칠백리 운영에 대한 얘기보다는 저 원조 스마일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 믿을 수 없다" "방향이 맞지 않으면 내리면 그만" 이라는 얘기가 몇 분들에 의하여 나왔습니다. 하지만 xxxx 님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믿음이 오가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었습니다.…(하략) (원조smile, 700리더스클럽에 올린 글, “[전체공지] 칠백리 유출 사건에 대해 - 칠백리 스마일 올립니다.” 2008.11.26.)

여기서 원조smile이 ‘xxxx’로 처리한 부분은 맥락상 ①미네르바 이거나 ② 그와 주로 분란을 빚은 깨진손톱이다. 그런데 원조smile은 이 공지 글 하단에서는 그와 갈등을 빚은 깨진손톱의 닉네임을 공개하고 있다. 만약 ‘xxxx’가 미네르바라면 그 앞에는 문맥상 “내가 데려온” 정도가 추가되면 적절할 것이다. 원조smile은 이 공지 글에서 자신과 깨진손톱의 대화록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그 판단은 700리 회원들에게 맞기겠다”고 말한다.

원조smile이 “자신의 인격을 모독한” 대화록을 공개하겠다는 것은 이미 10여일 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다. 필자는 지난 연재 때 담담당당 권씨와 신동아K의 11월 12일 채팅 이외에도 “15일 담담당당과의 채팅이 있었다”는 700리 회원들의 주장을 인용하며, 회원들이 12일 채팅과 15일 채팅을 혼동한 것은 아닌가 의문을 표한 바 있다. 15일 채팅은 있었다.

기사가 나간 후, 필자는 이날 채팅록을 제보 받았다. 이 채팅록은 그날 채팅에 참여한 인사 중 한 사람이 갈무리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채팅은 ‘신동아K’는 참여하지 않았다. 차후 ‘진보개혁’을 이끌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누구일까를 두고, 도올 김용옥, 반기문, 유시민, 이종걸…이 차례로 거론되고 그에 대해 담담당당 권씨의 ‘하마평’을 듣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깨진손톱이 참여한 것을 알고 원조smile이 들어와 대화를 요구한다.

smile: 거짓말 마세요..
짱: 그럼 서로 평행선이내요
smile: 꺠진님..
깨진손톱: ㅎ
smile: 대화록 공개 해버립니다..
세희: ㅡㅡ;;
짱: 그렇다면 나간 분들이 깨진손톱님과 싸웠다고 스마일 님에게 말했고
smile: 자꾸 그러시면..
그리고...
참치랑상어: 아우..
깨진손톱: 거짖말이란 단어는 꽤 오랜 만에 들어 봅니다.
참치랑상어: 이러지등 마기죠..
smile: 분명히 말하지만..
세너테리엄: 이거 분위기 이상한데요
짱: 스마일 님은 그 문제를 깨진 손톱님과 의논하자고 하는 거고
꿈꾸는자: 거참 운영에 그렇게 목을 메시나...듣는 회원분들 열받을라고 하네요..
참치랑상어: 이러지들 마시죠
(2008년 11월 15일~16일, gabbly에 개설된 대화방)

이날 채팅록에서 엿볼 수 있는 담담당당 권씨의 미네르바와 자신의 관계설정 등에 대한 주장은 다시 거론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다시 김재식의 주장으로 돌아가자.

그런데 김재식은 자신은 “신동아 기고 전까지 자신은 아고라 미네르바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아고라 미네르바 글이 올라온 뒤 그 글을 퍼다가 700리에 미네르바(tiberia1@gmail.com) 닉네임으로 등록한 까닭은 도대체 뭔가.

아고라 자체를 가보지도 않았고, 의식을 안했다. 어차피, 월간조선에도 후배를 통해서 이야기를 취재를 했지만, 저희가 다음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아고라 미네르바 글을 보지도 않았다. 글을 올라온 것도 퍼오게 한 것도 아니고, “글을 가져와서 올려 달라. 자기네 글 이 글 올라갔다고, 이 글 좀 올려주세요.”해서 글만 받아서 올렸을 뿐이다.…(중략)… 나는 ‘아고라 미네르바’라는 존재를 아예 몰랐으니까. 미네르바가 맞냐고 하면, 당연히 맞다고 하지요. 아고라 말고도 인터넷 여러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도 그 닉네임을 썼으니까. 온라인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사람들이 나에게 미네르바님이라고 이야기했고, 직장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 그것은 그런 사항인데, 아고라의 글은 보고 자시고. 아예 몰랐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나는 원래 게시판 같은데 잘 안들어 갑니다. 주식관련 커뮤니케이션 빼놓고. 워낙 짜증나기 때문에. 그런데 관심도 없고, (김재식, 필자와의 인터뷰, 2011.1.31.)

그러니까 나중에 경제독서모임 멤버가 되는 전직 운영진들이 아고라 미네르바 글을 자신에게 가지고 와서 700리 클럽에 등록하도록 시켰다는 주장이다.

나중에 그가 700리에서 사용한 ‘더덕캐는 늙은이’는 일종의 베리에이션이고, 그러면 ‘고구마 캐는 늙은이’라는 표현은? 아고라의 미네르바가 글에서 ‘고구마 파는 늙은이’ 등의 표현을 썼다는 것을 모른 상태에서 저런 필명을 쓴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신동아 미네르바K 김씨는 자신이 ‘고구마 캐는 늙은이’와 같은 필명을 사용한 건 “자신의 어머니가 실제로 고구마 농사를 짓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아고라 미네르바의 글을 참고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지만, 이 주장은 당시 그가 다른 회원과 나눈 채팅록 등에서 보여주는 ‘행적’과 어긋나는 주장이다.
어쨌든 그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도 다음과 같이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 왜 당시 본인은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예전에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주식 관련 글을 슨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사람들이 제 글을 다음 아고라 같은 곳에다 퍼간 걸로 생각했었습니다. 사람들이 제 글에 관심을가진다고 생각했었죠.”
(중략)
김씨는 그 과정에서 구글커뮤니티(그룹)에서 함께 활동하던 지인으로부터 다음 아고라의 미네르바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다.
- 당시 자신을 '고구마파는 노인'이라고 표현했는데, '진짜 미네르바'를 사칭하기 위해서 쓴 표현이 아닌가요.
“실제로 어머니가 시골에서 고구마 농사를 지으십니다. 노인이라고 표현한 것은 연륜이 있어 보이려고 했고요.” (김정우 기자, “신동아 가짜 미네르바 K, 사건 후 최초 인터뷰 “나는 ‘진짜 미네르바’가 되라고 협박받고 있다””월간조선 2010년 9월호)

어떤 이유인지는 짐작이 가지만, 그는 어쨌든 자신이 ‘박대성=아고라 미네르바’의 존재를 안 것은 박씨가 1월에 구속되고 난 이후라고 계속 주장했다. 그는 아고라에 자신이 접속하지 않았다는 것은 “당시 다음의 자신의 ID가 jay○○○인데, 자신이 아고라의 미네르바 글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다음에서 IP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실 그가 실제로 어떤 IP로 접속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이 대목에서 여전히 IP와 ID 문제를 헷깔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필자가 확보한 여러 채팅록을 보면, “2009년 1월 전에 아고라 미네르바를 몰랐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 700리 전 운영진과 그가 나눈 채팅록을 인용해둔다. 채팅이 진행된 날짜는 2008년 10월 26일이다.

10:20
○○: 그런 면에서 젤 위험한 게 미네르바님이시죠;
그런데도 계속 아고라에 글 올리시고 ㅋ
tiberia1: 그래서
제가 노출을 꺼리고있습니다.
외부노출되면
그만큼 제가 활동하기에 어려워지겠죠
10:21
○○: 음.....
tiberia1: 지금
○○: 2단지로 옮긴다는게 그런 의미?
tiberia1: 네
○○: ^^
미자씨는 부회장님 맞아요? ㅋㅋ
tiberia1: ㅎㅎ
○○: 뜨끔하셨겠다
10:22
tiberia1: 본인이 그래요?
○○: 사람들 너무 예리해서
............글 올리고 나서 댓글 안 보심???
tiberia1: 아 그게
노출빈도를 작게하고싶어서
일일이 확인은 못하네요
○○: 봐봤자 속만 상한다?
tiberia1: ip추적한다고
연락
살해협박
10:23
일부에선 킬러동원하겠다고하고
○○: 쩝;;;;
tiberia1: 이거참

이 운영진은 ‘아고라의 미네르바’가 올린 글에 대해 ‘아고라에 올리시고…’ 등의 표현을 쓰면서 그 내용에 대해 물어보고 있다. 이 연재 초반에 거론했던 이른바 은유적 표현의 속뜻이 뭐냐고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운영진은 아고라 미네르바(=박대성)가 전날(11월 25일) 올린 “정말 고구마 파는 노인네라니깐..”에 등장하는 “이젠 옆에 2단지로 단지 옮길려고…”라는 대목의 뜻이 방금 말한 거냐고 물었고, 거기에 김재식은 “그렇다”라고 답하고 있는 것이다. 즉 “아고라에 글을 올린 사람이 자신”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ip추적, 살해 협박 등 역시 아래에 기술하겠지만 ‘그냥 지어내 하는 말’이다.

3시간에 걸친 이날의 필자와 김씨의 대화에서 나머지 중요한 대목을 간단하게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부분이 김씨의 답이다.

- 담담당당과 채팅록을 보면 ‘민중당 이재오’를 거론하는 것으로 보아 지방의 J대 재학시절에 학생운동 전력이 있는 것 같다.
“학생운동은 하지 않았다. 그때도 경제에 관심이 있었다. 외삼촌을 따라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주식투자를 했다.”

- 깨진손톱이 담담당당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집에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공원에서 접속..과 같은 표현이 나오는데.
“자취를 하고 있는데, 집에 들어가다가 경찰관 두명을 만난 적 있다.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 보여주는데 골목이라 자세히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묻길 필명이 뭐냐고 물어 왜요?하고 반문했다. 정부를 비방한 글을 올린 적 있느냐고 물어 채팅하면서 비판적인 글을 쓴 적은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비판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 담담당당 채팅록에 보면 경북 문경에서 목을 따버리겠다...이런 협박메일도 받았다고 했는데.
“죄송하다. 그런 일 없다. 과장해서 말한 것이다.”

- 신동아 원고료 수령 부분이 논란이었다. 경제독서모임 회원들이 제일 우려했던 것도 그 사실 때문에 자신들이 받을 피해였다. 원고료를 대신 수령한 아이샤가 투자손실보전 등의 이유로 그 돈을 가져갔다는 등의 주장이 거론되었는데 무슨 소리인가.

“자기가 투자를 하는데, 자기 회사 아는 사람도 투자를 한다고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하냐고 물어왔다. 나는 외환거래 투자는 리스크가 있으니 조심하라, 투자금액을 혹시 늘리더라도 더 이상 확대하지 말고 이 정도만 하시라고 조언했다. (신동아 원고료를) 저에게 준 게 아니고 (투자손실금에서) 깠다고 이야기하는데, 채팅창으로 하는데 그 내용을 늦게 전달받는 경우 리스크가 발생한다. 아이샤의 경우 외환선물거래 매도하라고 했다. 매도인데, (그게 시간차 때문에) 매수하라고 하는 것이다. (아이샤 등은) 자기가 투자를 해서 손실을 입은 것이다. 신동아 원고료 부분은 거의 대부분 내가 쓴 글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받을 이유도 없는 것이고, 원고료가 아이샤 통장에 있다면 ‘기부를 하시던 알아서 하시고 저한테는 이야기하지 마시라’고 말했을 뿐이다.”

- 박대성씨가 잡힌 후 신동아 인터뷰에서 “잭을 뽑았다 꼽았다...하는 방식으로 IP를 맞췄다”고 한 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필자의 기사, “[추적]“신동아 K 미네르바 가능성 0.001%”, 위클리경향 819호, 2009년 2월 10일자 인터넷 게재 참조)

“본의 아니게 미네르바 이름으로 나가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마땅히 할 이야기는 없고 거기서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인터넷 잭을 이 사람 컴퓨터를 꽂다보면 랜선을 꽃아야 하는데, 그 랜선을 꽂았다 뺐다하면 그 아이피가 변경되지 않을까… 그런 취지로 말한 것이다.”

- 신동아에서 실린 당시 인터뷰나 담담당당 권씨가 공개한 신동아 인터뷰 풀 텍스트에 따르면, 미네르바 팀과 관련 추궁을 할 때 자꾸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는데, 누구한테 전화를 한 건가.

“(700리에서 갈라져 나온) 일레븐클럽 멤버들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 최씨는 왜 거론했나.
“주변 지인 중에 최씨가 있어서 말한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이다. 외국회사 근무하는 사람 중에…그 사람(신동아와 담담당당 권씨)들이 꾀고(유도질문을 하고라는 뜻으로 보임: 필자주)…맞장구치는 과정에 나온 것이다.”

- 나중에 자신은 아니지만 같이 하는 사람 중에 지금은 연락이 안되는 50대가 진짜...식의 이야기를 꺼냈다. 팀 이야기는 도대체 왜 꺼낸 것인가.

“내가 활동하는 커뮤니티가 다음이나 네이버 카페 같은데다. 거기 보면 채팅창이 있는데, 게시판에서 (주식정보 제공등을) 하다보면, 속도가 늦다고 해서 카페 채팅창 오픈하면 그 안에서 카페 회원들이 접속한다. 거기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연령대는 30대, 40대, 20대 이런 식이다. 나는 어디에 어떤 직종에 근무를 하고 있고, 그런 이야기다. 주로 했던 사람들이 금융업종에 재직한 사람이다. 해외 체류경험이 있는 50대 아저씨를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이 있다. 남의 신원조사를 따로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차나 한잔합시다, 해서 강남 근방에서 만나서 서로 투자활동이 잘 되냐..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 ‘네이버의 c로 시작하는 아이디가 당신의 아이디다’고 신동아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 담담당당 권씨는 연재 글에서 근거는 제시하지 않지만 crs557는 김재식의 것이라고 주장하던데.

“그 사람들이 오해했다. c로 해서 아이디...이야기한 적이 없다. 내 다음 아이디는 jay○○○○, 그렇게 썼고, 네이버 tiberia123 선배 게임 아이디가 그래서, c로 시작되는 것..식으로 이야기했다. 모르는 아이디를 내가 왜 언급합니까. 인터뷰 나가기 전에 메일을 보냈다고 하는데, 나는 확인 안했다.”

- 가든호텔에서 권모씨와 둘 만 남았을 때 오○○는 왜 거론했나.
“누구든 거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민 갔는데, 고향친구다. 중앙대 나온 친구이고 룸메이트 형식으로 같이 살고 있어서…”

이날 인터뷰에서 김씨는 가든호텔에서 신동아 기자들에 의한 취조, 월간조선 2010년 9월호에 보도된 그해 3월 makefile 황모씨, 담담당당 권모씨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 일, 신동아 기자들이 떠난 뒤 권씨와 자신 사이에 오고 간 이야기 등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을 진술했다.

현재 이 부분은 makefile 황모씨, 담담당당 권모씨, readme 배모씨 등 3명 네티즌이 박대성, 김승민씨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있는 사건에 병합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굳이 이 연재에서 거론하지 않더라도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일이다.

어쨌든, 김씨를 만난 소감은 이렇다. 과거에 그가 담담당당과 했던 채팅록도 그렇고 이렇게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허술한데, 도대체 담담당당 권씨는 그의 어떤 면에서 ‘아직도 그가 가짜가 아니며 미네르바 팀의 일원(하지만 김씨의 ‘커밍아웃’ 이후 담담당당의 김씨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즉, 오마이뉴스가 인터뷰를 했다는 ‘아고라 최’의 하수인 정도로 전락하고 있다)’이라는 것을 봤을까.

담담당당 권씨가 2009년 12월 8일 올린 “무탄초난(毋憚初難) 27. ‘김재식’은 가짜가 아니다.” 글에서 제시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김재식의 커밍아웃 당시 (오마이뉴스에 자신의 미네르바 팀의 일원이라고 접촉해온 재미교포) 아고라 최(폴최)가 그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② 아고라의 미네르바가 10월 31일 거론하는 일레븐클럽이 (700리 모임에서)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봤고, 담담당당은 그 모임의 멤버들의 요청에 따라 미네르바=신동아K=김재식을 살려주기 위해 신동아 기고를 주선했다.
③ 11월 11일 채팅에서 경북 문경의 대운하 지지자로부터 받은 메일내용을 김재식이 공개하는데, 그 내용이 10월 26일 미네르바가 올린 글에서 언급한 ‘살해협박’을 구체화한 것이다.
④ 자신(담담당당)은 그(신동아K=김재식)와 ‘언어의 추억’(온라인 채팅)을 가지고 있다. 담담당당은 11월 11일 김재식과 채팅에서 법적인 문제가 걸리므로 전여옥, 유인촌에게 사과하라고 했는데, 실제로 아고라 미네르바가 11월 13일에 올린 글에서 전여옥, 유인촌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아고라 미네르바의 사과는 담담당당 자신과 협의한 하루 이틀전의 스토리가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몰랐다.

일단 ②. 바로 직전의 필자 연재(“미네르바 조작설 취재기⑪ ‘일레븐 클럽’은 2008년 10월 31일 이전에는 없었다” 참조)에서 밝힌 것처럼 아고라의 미네르바가 10월 31일 일레븐클럽을 언급하기 전까지 700리 주변에서 일레븐 클럽이라는 이름은 거론된 적이 없다. 다만 아고라 미네르바가 글을 올린 때와 비슷한 시점에 만들어지는 경제독서모임 회원들이 아고라에 미네르바가 올린 글을 보고 이후부터 대내외적으로 “자신들의 모임이 바로 그 일레븐 클럽이다”라고 선전하고 다녔던 것일 뿐이었다.

③은 신동아K=아고라 미네르바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아고라 미네르바가 10월 26일 살해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을 올렸고, 한 참 뒤인 11월 11일 신동아K는 이에 대해 보도된 기사를 언급하며 그 내용은 경북 문경에 사는 대운하 지지자로부터 받은 협박이다라고 부연한 것일 뿐이다. 게다가 신동아K=김재식은 이에 대한 필자의 질문에 “지어낸 이야기”라고 답변했다.

①은 ‘7인 미네르바설’을 담은 신동아가 발매되기 직전과 직후, 이미 언론사들 사이에 알려진 이야기였다. 그 내용은 “신동아에 기고한 미네르바가 다시 신동아와 인터뷰를 해서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 7명의 팀이라고 했고,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그 팀원 중 한 명을 접촉해 취재 중이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1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2010년 초에 오마이뉴스에 연락해서 당시 취재 정황을 물어봤다. 최경준 기자 대신 당시 취재데스크였던 손병관 기자와 통화를 했다. 손 기자는 “당시 우리가 자신이 미네르바 팀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는 최씨던가를 취재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담당기자의 판단도 그랬고, 내가 보기에도 그 최씨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에는 신빙성이 떨어졌고,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더 이상 취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2010년 1월 20일 필자의 취재기록)

그리고 ④. 담담당당의 이른바 ‘언어의 추억’은 필자의 앞의 연재([연재]미네르바 조작설 취재기⑩-담담당당과 신동아K의 채팅록은 무엇을 말하는가)에서 밝힌 것과 같이, ‘교감’이 아니라 일방적인 담담당당 권씨의 강의록이다. 담담당당의 ‘전여옥과 유인촌에 대한 사과’ 권유에 응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다음 연재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도록 하겠다. 일단 미네르바가 앞선 글에서 명훼성 글을 올렸을 당시 아고라에서 이미 그런 우려가 나왔다는 점을 지적해둔다.

어쨌든, 연재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담담당당 권씨가 왜 ‘신동아K=김재식’을 아고라의 미네르바로 오판했는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추론을 구체화하고 있다. 아마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 연재의 결론부에서 언급하게 될 것 같다. - 계속 -

의견 및 제보: inqbus@kyunghyang.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