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15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다룬 주제는 '기생언론'이었다. '기생'이라는 단어와 '언론'이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기이할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하며 기존 매체를 통한 뉴스 소비가 아닌, SNS을 기반으로 한 소비가 늘며 나타난 현상 중 하나다.

영상이 일상이 된 세대에게 글자는 난독이 올 정도로 싫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긴 글은 우선 포기부터 한다. 책 읽기도 싫은데 어떤 기사를 읽기 위해 시간을 들일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뉴스'가 서비스가 되어가고 있기도 하다.

뉴스도 서비스 개념으로 바뀌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 그 언론의 가치를 스스로 상실하기 시작하면 언론은 의미가 없어진다. 진실을 외면하고 어느 특정 세력을 위한 나팔수가 된 언론의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공정성을 앞세워 사실 보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언론이 스스로 그 기준을 무너트리고 있으니 말이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소셜 뉴스, 뉴스 큐레이션, 큐레이티드 뉴스 등으로 변해가는 뉴스 형식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마지막 '큐레이티드 뉴스'다. 독자적인 취재가 아니라 다른 언론사 기사나 네티즌들의 글을 짜깁기해서 내보내는 것을 뉴스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인사이트'와 '위키트리'가 대표적인 매체로 언급되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 SNS를 기반으로 뉴스 서비스를 하는 매체들이다. 기본적으로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클릭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광고 수익이 매출액의 90% 이상이 되는 이들 매체의 급격한 성장을 보면 새로운 생태계에 맞는 방식의 사업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뉴스'의 가치다. 편향성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내용보다는 얼마나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제목에 집착할 뿐이다. 기사는 없고, 제목과 사진만 존재하는 뉴스는 과연 뉴스일까? 그렇게 소비되는 뉴스는 진짜 뉴스를 왜곡하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매체의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들 매체는 마치 공장처럼 운영된다. 전문적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는 필요 없다. 그저 글을 쓸 수만 있으면 누구라도 기자가 될 수 있다. 이 확장성이 나쁜 게 아니라 이를 악용하는 방식이 문제가 된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일정 숫자의 기사를 할당을 하고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클릭수를 유도하도록 한다. 직접 취재도 필요 없다. 인터넷에 퍼져 있는 수많은 기사들 중 자신들 입맛에 맞는 기사들을 짜깁기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말 그대로 기존 언론에 '기생'해서 뉴스를 만들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블로그와 일반 개인의 SNS까지 뒤지며 이슈 만들기에 급급하다.

문제는 10대와 20대 대부분이 이런 형식의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뉴스 소비 행태가 결국 미래 한국언론의 모습을 규정할 수 있단 점에서 더 심각하다. 결국 자극적인 뉴스는 더 자극적인 뉴스를 찾게 만들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언론의 공적인 책임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자극과 선정'만 앞세운 짜깁기 뉴스 사이트가 성공하게 되면서 편향성은 심각해진다. 그들에게 언론으로서 책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재가공해 돈만 벌면 그만이다. 그렇게 잠식해가는 시장은 결과적으로 언론 전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인사이트'가 지난해 11월부터 기업 관련 부정적 기사를 쏟아내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업 홍보를 통해 돈을 벌던 그들이 역설적으로 공격하는 기사를 쏟아낸 것은 갑자기 대단한 가치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90억대 빌딩을 구매하며 부채가 늘자 달라진 현상이라는 것이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진단이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돈 필요하면 기생 언론짓'이라는 말이 기업체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인사이트'에서 근무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언론이 아니라 기사를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비숙련 노동자들을 수시로 교체하며 오직 '자극과 선정'에만 집착한 기사거리를 짜깁기하면 그만이다.

엄청난 숫자의 기사라는 형식의 글이 올라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식이라면 기자를 AI로 모두 대체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미 해외에서는 AI 언론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일부 이런 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남의 기사를 훔쳐 기사를 작성하는 행태가 정상일 수는 없다. '인사이트'를 흉내 내는 네이버 블로그들도 많다. 남들의 글들을 훔쳐다 자신의 블로그를 채운다. 수만 개의 글이 있지만 정작 자신이 쓴 글은 없다. 그렇게 채워 광고 수익에 집착하는 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SNS와 유튜브가 대세가 되어가는 시대다. 기존 언론이 큰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변화기에 나타난 '기생언론'들이 언론생태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 오직 돈에만 집착하는 행태가 만들어내는 비극은 결국 언론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기생언론'이 퍼트리는 자극은 청년 세대들의 사고 체계마저 헤집고 있다. 과연 한국 언론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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