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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 누구의 아들[기고]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승인 2019.09.11 08:52

[미디어스] 누구엄마. 엄마는 없고 누구만 있다. 개똥이보다 존재감 없는 게 개똥이 엄마다. 그래서 누구엄마로 불리지 않고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는 바람은 인간의 당연한 욕구이자 존엄이므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누구의 딸, 누구의 아들도 마찬가지이다. 십중팔구 중요한 건 ‘누구’이다. 

작년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명 래퍼의 부모가 20여 년 전 마을에서 함께 거주하던 주민들에게 빚을 지고 해외로 도주했다는 게시글이 돌았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결국 유명 래퍼는 활동을 중단했다. 한 뮤지컬 배우의 남편은 음주운전으로 동승자가 사망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뮤지컬 배우는 즉각 대신 사과했고 남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사고를 낸 남편은 ‘기쁠 때만 가족이라면 이제부터 가족이 없는 것같다’고 해서 더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뮤지컬 배우는 이혼을 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사건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다. 또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고를 낸 당사자보다 그 가족인 유명인에게 공인인 만큼 대신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문제를 자식이, 남편의 문제를 아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넘어가도 되는 걸까. 여전히 우리는 가부장적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며칠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 음주운전을 했다. 국회의원은 즉각 사과를 했다.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녀 문제를 거세게 비판했던 터라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현재 이 사건은 조사 중이다. 운전자 바꿔치기 등 불법적 행위에 대해 아버지인 국회의원이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자식을 잘못 교육해서 못난 자식 때문에 아버지가 사죄를 하고, 야당 의원으로서 수행했어야 할 공적 업무를 모두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자식이 사고를 치면 부모가 잘못 키운 부덕이라며 대신 사죄를 했다. 부모뿐인가. 예전에 학생들이 잘못을 하면 내가 잘못 가르친 탓이라며 스승이 스스로 종아리를 치는 경험도 있다. 훌륭한 어른들의 모습이었고 우리는 그들을 존경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가부장적 전통이다. 누구의 잘못을 누가 대신 책임진다는 것은 개인이 특정 권력 하에 종속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가부장적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성인이 된 국회의원 아들의 음주사고는 국회의원이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 그 아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질 일이다. 

우리는 이제 내 딸의 성적은 몰라도 새로 임명된 법무부장관 딸의 영어 성적은 몇 점인지 안다. 영어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신문에서 파헤치고 심지어 방송 프로그램에서 버젓이 토론주제가 되는 것을 보았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도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사는 곳이 노출되었고 이름이 호명되었다. 출생신고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까지 다 까발려졌다. 장학금은 얼마나 받았는지 인턴은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 매일매일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아무리 청문회 증거로 제출되었다고 하지만 SNS에 올린 개인 소감이 한 국회의원에 의해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대가 감당하기 너무나 힘든 개인정보가 낱낱이 공개된 것이다. 물론 의혹이 있는 행위에 아버지인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얼마나 개입했는지 조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최소한 개인의 사생활 권리는 지켜져야 했었다. 부모가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개인이 정당하게 보호받아야 할 범위를 넘어서고도 한참 넘어섰다. 

조국 딸보다 존재감 없는 조국 청문회를 만든 건 언론과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국회의원이든, 고위공직자이든, 연예인이든 공인은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공적인 장소로 나온 것이다. 국민들에게 나를 한번 찍어달라, 그러면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노라 하였다. 나는 신인인데 잘 지켜봐주시라, 여러분의 사랑으로 사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지 살펴봐야 하고 사랑을 하는 만큼 알고 싶은 것도 많다. 자발적으로 공적인 장소에 뛰어든 만큼 공인은 명예든 사생활이든 개인의 권리침해를 일반인보다 감내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공인이론이다.

공인의 가족은 공인이 아니라 사인(일반인)에 가깝다. 공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인 당사자가 짊어져야 할 짐을 온전히 그 가족들에게 지우게 해서는 안 된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비판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가족에 대해서는 최소한 언론이나 공적인 장소에서 공개해야 하는 정보와 아닌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공인의 경우 본인의 불법성이 아닌 한 그 가족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가부장적인 여론재판이나 비난을 거두었으면 한다. 누구의 딸도, 누구의 아들도 아닌 나는 나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건 ‘누구’ 아니었던가.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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